유동룡 미술관

유이화 건축가

by 글쓰는 건축가


제주에서 방문한 두 번째 건축물은 '유동룡 미술관'이다. 내 인스타그램에서도 자주 소개했던 건축가 이타미준, 유동룡 선생님의 작업과 사진, 저서 등등을 망라해서 아카이빙, 전시하고 있는 건물이다. 그의 따님인 유이화 건축가가 설계작업을 했다. 과연 이타미준 선생님과 본인의 언어들을 절묘하게 섞어서 만들어낸 건축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건축물은 생각보다 그리 크지 않은 규모이다. 연면적 700제곱미터 정도라고 하니 200평이 약간 넘는 수준이다. 처음 본 인상은 상당히 '아담하다'는 것이었다. 이타미준 건축가의 평소 신념이 쓸데없이 크고 화려한 것을 지양하는 느낌이었으니, 이 정도면 딱 적당한 크기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건축가는 이 건물의 형상, 조형을 어떻게 만들지에 대해 굉장히 많은 고민을 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제주라는 강한 지역성, 이타미준이라는 거장의 건축어휘와 철학, 거기에 자신만의 아이덴티티까지 녹여내야 한다는 굉장히 어려운 고차방정식이 숙제로 주어진 셈이다. 건축가가 내놓은 해답은 완만하게 휘어진 곡선 지붕과 타원형 로툰다 공간의 조합이다. 네 모퉁이 방향으로 완만하게 휘어진 지붕 형상은 전통적인 제주도 민가의 지붕을 떠올리게 한다. 여기에 징크의 날카로우면서도 따뜻한 질감, 디테일 처리를 적절하게 활용하여 마무리했다. 엣지로 드러나는 징크의 날렵함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이 정도 시공 퀄리티를 만들기 위해 많은 노고가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중앙의 타원형 로툰다 공간은 생전에 이타미준 건축가가 자주 사용하던 느낌의 어휘였다. '먹의 공간'이라고 불리는 내부 공간과 연동되어 건물의 상징성과 조형성을 과하지 않고 우아하게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부 공간은 중앙의 로툰다를 중심으로 전개되어 나간다. 바닥의 짙은 석재 마감과 벽면의 노출콘크리트 등은 이타미준 건축가의 먹과 같은 '짙은 건축' 세계와 무척 잘 어울린다. 1층의 중앙전시공간은 다른 곳보다 1미터 가량 낮게 만들어서 통창을 통해 주변의 작은 정원을 볼 수 있다. 외부에서 보았던 타원형 메스와 연동되는 공간인데, 상부의 두꺼운 콘크리트 수벽, 타원형 벽체를 따라 올라가는 계단, 그리고 2층의 전시공간과 연속성을 가지며 이어지도록 되어 있다. 레벨차, 수벽, 타원을 따라 돌아올라가는 계단 등 여러 장치들을 통해 하나의 건축 어휘가 내외부에서 일관성있고 다양하게 표현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조정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층은 짙은 어둠의 공간으로 마련된 중앙전시공간과 주변 전시공간, 영상 상영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타미준이 작업한 건물의 모형, 스케치, 사진, 텍스트들이 전시되어 있다. 건물의 조형상 2층이 그리 크게 만들어지기 어려운 상황이라 2층 공간이 그렇게 크지는 않다. 전시물의 볼륨이 다소 작은 게 아닌가 느껴지긴 했는데, 아마 한남동 페즈에서 진행되고 있는 전시를 위해 분산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이타미준 건축가의 어휘와 철학, 제주라는 지역의 정체성, 그리고 건축가 본인의 건축어휘까지 잘 녹여낸 건축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이타미준 건축가의 건축은 따뜻하면서도 거친 질감, 기하학적인 조형들이 다분히 남성적이라고 느껴진다면, 유이화 건축가의 작업은 아버지의 언어들을 차분하게 계승하면서도 그 위에 우아하고 아기자기한 여성성을 덧입힌 듯한 인상을 받았다. 내부 인테리어에서 목재와 스테인레스 등의 재료들을 절묘하게 사용해서 콘크리트와 석재의 거칠면서도 묵직한 텍스쳐들을 중화시키는 느낌들이 그러했고, 외부 조형에서 지붕과 로툰다의 곡선들을 매만지는 솜씨가 그러하다고 느꼈다.

제주를 방문하는 많은 분들이 이 건축을 방문해서 이타미준 건축가의 건축과 예술에 대한 열정과 제주에 대한 사랑을 느껴보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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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설계와 소통으로 건축주, 시공사와 함께하는 건축을 만들어갑니다.

​OPEN STUDIO ARCHITECTURE
글쓰는 건축가 김선동의 오픈스튜디오 건축사사무소

김선동
Kim Seondong
대표소장 / 건축사
'건축가의 습관' 저자
Architect (KIRA)
M.010-2051-4980
EMAIL ratm820309@gmail.com
www.openstudioarch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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