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010년부터 정림건축에 7년 정도 다녔다. 당시에도 '국립중앙박물관'은 정림건축의 대표 프로젝트였다. 거의 모든 제안서의 실적 페이지에 첫 번째로 나오는 프로젝트라서, 솔직히 일하는 나도 식상하고 '언제까지 국립중앙박물관 이야기를 할 건가'라는 생각을 했던 것도 사실이다.
최근 국립중앙박물관이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는 기사를 자주 보았다. 작년에 무려 650만명이나 방문하여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고 한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유적을 관람하는 것이 관례적인 관광이 아니라 소위 '힙'해진 느낌마저 난다.
현상공모를 제출하고 아주 오랜만에 국립중앙박물관을 방문해보았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꽤나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모습이 이채로웠다. 건물 바깥에는 미리 설치해둔 대기줄 라인도 보였는데, 주말이나 휴일에는 정말 많은 사람이 몰린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90년대 중반 예전에 박물관으로 쓰던 조선총독부 건물을 해체하면서 그곳에 있던 유물들을 옮겨오기 위해서 우리나라 최초로 UIA 국제공모전 방식을 거쳐 진행된 설계공모였다. 당연히 건축계에서 가장 큰 화제가 되었을 프로젝트다. 전 세계에서 몰려든 수백개의 응모전이 경합한 끝에 정림건축의 안이 선정되었다. 국가를 대표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어려운 과정 끝에 수주하고 만들어냈으니 이십여년이 지났어도 회사의 대표프로젝트로 자랑할 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군다나 최근에 다시 유행을 타서 '힙'해진 싱황이라 더더욱 자부심을 느낄 수 있을 듯 하다.
외견에서 건물은 가로로 아주 긴 장방형 메스 중앙에 보이드를 두고 전후면을 연결하도록 한 심플한 구성이다. 이 보이드 공간의 계단을 올라서면 남산의 탁 트인 풍경을 바라볼 수 있고, 전시공간과 연계된 대규모 로툰다 공간을 통해 실내로 진입하게 된다.
밝은 색 석재로 둘러싸인 장벽과 같은 기다란 건물의 외관은 실제로 성벽을 모티브로 해서 생각한 것이라고 한다. 자칫 꽉 막히고 답답해보일 수 있는 외관인데, 이것을 중간의 보이드와 전면의 타원형 연못, 그를 따라 들어가는 곡선형 진입로 등을 통해 잘 풀어내서 실제로 보면 그다지 답답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심플한 외관이 시원하고 장쾌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내부의 로툰다 아트리움 공간은 건물의 하이라이트라 할 만하다. 뻥 뚫린 높은 층고의 대공간이 앞으로의 전시를 기대하게 한다.
전시공간은 건물 형상을 반영한 기다란 중앙 공간을 중심으로 좌우로 전시공간이 분배되어 있다. 공용공간 상부에는 여러 개의 천창이 뚫려있어 자연광이 쏟아져 들어오고, 좋은 품질의 대리석으로 마감되어 있어 고급스러운 느낌이 난다.
건물이 한 방향으로 길쭉한 형상이라, 전시를 보면서 건물 끝까지 가면 약간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느낌을 받게 된다. 또한 가운데 있는 중앙공간이 건물을 완전히 가로지르는 느낌이라 내부공간의 약간은 단절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부 공간의 마감재로 미색의 대리석을 선택한 것도 약간은 아쉬웠다. 동양적이라기보다 서양적인 느낌이었고, 외장재의 느낌과 따로 노는 부자연스운 느낌을 받았다. 외장재의 선택은 참 적절했다고 보이는데, 이와 어울리는 재료를 잘 선택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몇 년 전부터 화제를 모으고 있는 '사유의 방'을 먼저 가보았다. 국립중앙박물관이 다시 '힙'해지도록 만든 주역이라고 할 수 있다. 두 개의 국보 반가사유상을 함께 전시해놓은 '사유의 방'은 유물전시로는 센세이셔널한 인기를 끌었던 공간으로, 원오원의 최욱 건축가가 설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완전히 어두운 공간 속에서 두 점의 유물에 집중할 수 있도록 조명과 바닥, 벽 등의 요소들이 매우 정교하게 설계되고 만들어졌다. 천장의 조명은 마치 반딧불들이 무수히 떠 다니는 듯한 인상인데, 유물 감상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매우 잔잔하게 처리되어 있다. 벽은 흙 재질로 마감되어 있는데, 수직이 아니라 위로 올라갈수록 바깥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바닥은 나무재질로, 입구에서부터 유물을 향해 미세하게 올라가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 모든 게 바깥공간과는 완전히 다른, 고요한 침묵의 공간에서 유물 감상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든 장치라고 생각되었다. 유물 뒤쪽으로도 통로를 내어 후면까지 감상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좋은 시도였다고 생각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만들어진지 20년이 지났진만, 국가를 대표하는 박물관 건축으로 손색이 없는 좋은 건축물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개선과 리뉴얼 등을 통해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공간으로 남아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