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고있는 과천은 비교적 작은 도시지만, 다른 도시에는 없는 시설이 몇 개 있다. 대공원, 경마장, 미술관 등이 그것들인데, 그 중에 하나가 이 과학관이다. 이 과학관은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아마 우리마라 최대의 과학관일텐데, 인터넷을 찾아보니 하루를 온전히 다 써도 이 과학관의 모든 콘텐츠를 구경하긴 힘들다고 한다. 제대로 보진 못했지만, 내부에 제법 큰 규모의 푸드코트까지 들어와 있었다.
지난 휴일에 과천 과학관을 찾았다. 사실 아들과 시간을 보내려고 온 것인데, 예약을 제대로 못해서 한 시간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돌아오고 말았다. 요새 아이들을 데리고 어디 구경이라도 갈라치면 재빨리 움직여서 예약전쟁에서 먼저 승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과천에 살지만 과학관 건물을 제대로 본 것은 처음이었다. 앞서 이야기했듯 그 규모가 대단했다. 어밴저스의 공중 전함이 지상에 내려앉은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런데 이 비유가 완전히 농담거리도 아닌것이, 공식적인 건축의 컨셉트가 '비행체가 우주를 향해 날아오르려는 순간을 형상화했다'는 것이다. 이 건축물의 설계사인 삼우건축의 홈페이지에서 본 글이다.
우리가 학교에서 설계를 배우면 '어떤 개념을 단순하게 1:1, 직유적으로 그대로 가져다 쓰지 마라'라고 배운다. 그 순간 그 건축물이 유치해보이거나 수준이 낮아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게 은유를 하거나 최대한 간결하게 정리해서 써보려고 하는데, 이 건축물은 그냥 대놓고 '나는 우주선입니다'라고 말하는 듯 하여 조금은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초등학교를 어린이 시설이라고 해서 알록달록 색깔을 입히는 것과 비슷한 접근이다. 주로 아이들이 이용할 과학시설이니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할 금속재질의 우주선입니다.. 라고 한다면 아무래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게다가 이 건물의 무지막지한 스케일 덕분에, 양 날개 사이의 거리는 굉장히 멀다. 동선이 엄청나게 길어지는 것이다. 거기다 센터에 있는 로비는 지나치게 크고 높다. 스케일이 많이 과장되어 있는 느낌을 받았다. 이로 인해 로비가 동선을 연결한다기보다 단절하고 있다는 인상까지 받았다. 물론 이 로비가 전후면 광장을 이어주고 원형 극장으로 사람들을 이끈다는 역할을 한다는 건 알수 있긴 했다. 하지만 양 끝단의 동선이 너무 멀다는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차라리 '우주선' 컨셉을 버리고 애플사옥처럼 환형으로 연결하는 건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이런 접근은 2000년대 초반까지 횡횡했던 '턴키' 입찰방식 덕분에 생겨났을 가능성이 높다. 건축판 악습의 끝판왕이라고 불렸던 '턴키'는 시공사가 주도하는 일괄입찰 방식이라 설계에 시공사의 입김이 아주 세게 작용했고, 계획안 보다는 로비로 당선 여부가 판가름난다는 소문이 많았다. 이런 과학관의 설계 컨셉트도 시공사의 주도로 정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과학관의 내부 콘텐츠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담아낼 건축의 설계, 디자인 역시 광장히 중요하다. 이제는 턴키 제도를 적용하는 프로젝트는 거의 사라진 것으로 알고 있다. 더욱 투명한 제도를 통해 우리나라의 공공건축이 더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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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설계와 소통으로 건축주, 시공사와 함께하는 건축을 만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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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건축가 김선동의 오픈스튜디오 건축사사무소
김선동
Kim Seondong
대표소장 / 건축사
'건축가의 습관' 저자
Architect (KI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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