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오(x-5) 건축사사무소, 최인성 건축사
몇 번에 걸쳐 소개했던 뚝섬역 부근의 아틀리에 거리에는 아직 내가 가보지 못한 많은 좋은 건물들이 있다. 며칠 전 처음 가본 카페 건물이 무척 훌륭하다고 생각해서 소개해본다.
이 건물은 성수동 아틀리에 거리 구석에 위치한 플래드 성수라는 카페이자 복합문화공간이다. 엑스오(x-5) 건축사사무소의 최인성 건축사의 작품이다. 성수동, 그리고 이 아틀리에 거리에서 다수의 프로젝트를 진행하여 높은 전문성을 가지고 계신 분으로 보인다. 건물이 아틀리에 거리의 메인 거리에서 상당히 안으로 들어간 위치에 있어 구석에 있다는 인상을 받았고, 접근성이 그다지 좋다고 느껴지진 않았다. 그런데 막상 들어가보니 꽤나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어 인기가 좋은 카페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것이 입지를 극복하는 공간, 디자인의 힘이 아닌가 생각이 되었다.
겉에서 보여지는 이 건물의 인상은 상당히 폐쇄적인 모습이다. 그도 그럴 것이, 막다른 도로 그것도 상당히 좁은 골목 안쪽에 위치하고 있어서 어떻게 건물을 설계하더라도 폐쇄적인 모습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건물 주변 공간이 좁아 어떻게 보더라도이 건물을 한번에 조망하기가 쉽지 않다. 외관을 온전히 잡은 사진을 찍기도 어려웠다. 하단부는 노출콘크리트, 중단 및 상단부는 붉은 벽돌로 이루어진 전형적인 주거지구의 근생 건물이다. 붉은 벽돌을 적용한 외벽은 두터운 스크린 역할을 하면서 내부를 감싸고 있었고, 여기에 잔잔한 디테일들이 적용되어 있었다.
사실 이 건물의 진가는 내부에서 드러난다. 외부에서 보는 인상만 가지고 짐작하기 어려운 다채로운 공간들이 내부에서 펼쳐졌다.
이 건물이 속해 있는 아틀리에 거리는 상당히 특이한 법규를 가지고 있다. 붉은 벽돌을 적용하면 용적률을 추가로 준다던가(사실 조례상의 용적률을 지구단위계획에서 깎아내리고, 거기서 가중치를 주는 방식이기 때문에 보너스라고 보기도 힘들다) 구청과 협의를 하고 기부금을 내면 주차장을 설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이것은 이곳을 차 없는 거리를 만들고자 하는 성동구의 독특한 의지에서 나온 것이다). 이에 따라 이 건물도 주차장이 1대 밖에 없고, 주요 외장재도 붉은 벽돌을 적용했다. 이 정도 규모 건물이라면 적어도 4~5대의 주차장이 필요한데, 이러한 법규적인 특혜를 활용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주차장 부근에 있는 약간의 외부공간을 거쳐 내부 카페로 들어가게 되는데, 특이한 것이 출입문을 열자 마자 반지하 느낌으로 계단을 내려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건축가의 설명글을 읽어보니 기존에 공사중이었던 건물을 활용해야 하는 특이한 조건이었다고 한다. 공사중이었던 건물이 지하층까지만 시공되어 있다보니, 그것을 활용한 구조와 공간을 만들게 되었다는 것이다.
건축가는 이러한 특이한 조건을 활용해서 굉장히 독특한 공간을 만들어냈다. 반 단 정도 밑으로 내려간 지하층은 어둡다기보다 아늑하고 따뜻한 느낌이었고, 여기서부터 스킵플로어 형식으로 층을 올라가도록 되어 있었다. 실내에도 계단이 있고 외부에도 계단이 있었는데, 실내계단의 구성이 상당히 절묘해서 계단을 따라 가면서 재미있는 공간의 흐름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몇 층에 있는지 헷갈릴 정도로 여러 단으로 쪼개진 슬라브들을 거치며 상부로 이동하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이러한 흐름이 지하1층에서 2층까지 이어진다. 이 정도 공간을 구현하기 위해서 많은 단면스터디와 모델링, 모형 작업들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되었다.
3층과 4층은 복층 구조로, 높은 층고의 대형 창호를 통해서 서울숲을 바라보는 공간으로 꾸며져 있었다. 여기서 대지가 서울숲과 면해있다는 조건을 최대한 활용한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아틀리에 거리 어느 필지에서도 가지기 힘든 조건이다. 중심 가로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서울숲은 어떤 필지보다도 가깝게 바라볼 수 있다. 창호 주변에 많은 테이블과 의자를 두었고, 창 밖으로 서울숲을 바라볼 수 있는 작은 테라스도 있었다. 이 공간은 비교적 조용하게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설정되어 있었다.
여기서 또다시 외부계단을 타고 상부층으로 오르면 탁 트인 외부 테라스를 통해 서울숲을 바라볼 수 있는 공간이 나오고, 측면에 비교적 낮고 아늑하게 조성된 공간을 만나게 된다. 이 공간 역시 서울숲의 조망을 고려하여 세심하게 설계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건축물의 미덕은 기존에 시공되어 있었던 지하층 건축물의 절묘한 활용과 내외부 계단 동선의 적극적인 활용, 서울숲 조망의 활용을 극대화한 설계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단면과 계단 동선 설계가 굉장히 잘 되어 있다고 느꼈다. 일조사선과 지구단위 계획, 심의 등 빡빡한 법규 조건 속에서 이 정도의 설계를 완성시킨다는 것은 정말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이 정도 퀄리티를 가진 설계를 완성시키기 위해 설계자는 많은 노력을 한 것으로 보이는데, 무려 1년 반동안 건축주와 협의하며 설계안을 완성시켜나갔다고 한다. 완벽한 결과물을 위한 건축가와 건축주의 집념이 느껴졌다.
내부 인테리어 역시 노출콘크리트와 타일, 붉은 에이치빔 기둥 등을 활용하여 특유의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여기에 감각적인 미술작품들이 더해져 힙한 성수동의 감각과 무척 잘 어울리는 건축물을 완성했다.
일반적인 근생 건물의 전형성 - 일조사선을 피한 최대한의 메스. 최소한의 코어 그리고 최대한의 전용면적 확보 - 를 뛰어넘은 시도와 높은 수준의 결과물을 느낄 수 있는 건축물이다. 아틀리에 거리에서 독특한 분위기의 카페, 모임공간을 찾은 분이라면 한번쯤 들러보시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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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설계와 소통으로 건축주, 시공사와 함께하는 건축을 만들어갑니다.
OPEN STUDIO ARCHITECTURE
글쓰는 건축가 김선동의 오픈스튜디오 건축사사무소
김선동
Kim Seondong
대표소장 / 건축사
'건축가의 습관' 저자
Architect (KI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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