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니즘 건축 최후의 거장이라는 알바루 시자의 건물은 우리나라에 몇 채 없다. 잘 알려진 미메시스 뮤지엄과 아모레퍼시픽 연구소, 그에 부속된 숙소, 경북 군위에 있는 사유원 건물들 정도다. 그 중에 의외로 수도권 도시 안양에 하나의 건물이 있는데,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안양 파빌리온이다.
이 건물은 안양 예술공원을 이루는 여러 파빌리온 중 하나다. 파빌리온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지만, 벽과 지붕, 실내공간을 갖춘 엄연한 건물의 형식을 가지고 있다. 실내공간이나 주어진 프로그램, 기능이 없는 진정한(?) 다른 파빌리온들과는 엄연히 다른 제대로 된 '건물'이다. 지금은 안양 예술공원의 입구에서 공원을 소개하고 관람객들을 맞이하는 웰컴센터의 역할을 하고 있다.
건물의 형태와 조형은 다분히 감각적이다. 마치 조개 껍데기를 엎어놓은 듯한 쉘(shell) 구조로, 단면적으로 둥근 형태지만 평면적으로는 여러 방향으로 가지가 뻗어나간 듯한 형상이다. 외부재료는 노출콘크리트, 지붕에는 징크 금속재를 사용했다.
둥근 쉘 구조와 간접등이 만들어내는 실내공간은 상당히 독특한 공간감을 전해준다. 체육관과 같은 아주 큰 대공간은 아니지만, 비교적 낮고 넓게 퍼진 둥근공간이 만들어내는 공간은 편안하고 안온한 느낌이 든다. 비교적 넓은 공간을 구획하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점도 이러한 공간의 장점을 잘 살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장의 소방장치가 없었다면 좀 더 깨끗한 공간이 되었을 것이다.
파빌리온이라는 프로그램의 유연성과 자율성은 형태적으로 어떠한 시도를 하더라도 건축가에게 큰 부담을 주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안양 파빌리온에 대한 건축가의 접근은 다분히 형태적이고 조형적이다. 건축가의 (매우 뛰어난) 감각에 의지한 건축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러한 접근은 미메시스 미술관에서도 비슷하게 드러난다.
이러한 접근은 건축가의 미감이나 건물의 완성도가 떨어지면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건축가가 설계, 디자인의 이유를 찾는 것도 이러한 비판에서 조금이라도 자유로워지기 위해서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조형적인 접근은 시자 정도의 대가가 아니라면 시도조차 못하는 것일까? 물론 시도는 할 수 있겠지만 그 정도의 완성도를 만들어낼 자신감, 확신이 있어야 할 것이다. 건축가 고유의 독특함과 일반 대중에게 어필할만한 보편성을 동시에 갖추어야 강한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데, 이것이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시자의 어휘는 일견 불가능해보이기까지 하는 이 양 극단을 동시에 충족시키고 있다. 다른 건물에서 보지 못하던 독특함과 일반 대중들이 보기에도 아름답다고 느낄만한 대중성이 공존한다. 이 어려운 것을 해내고 있기에 그가 거장이라고 불리고 있지 않나 싶다.
예술공원이 등산로 근방에 위치하여 주변의 분위기가 상당히 소란스럽고 산만하다. 건축가는 아마 고즈넉하고 조용한, 조각공원같은 분위기를 상상하면서 이 건물을 디자인했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면서 활발하게 시설이 이용되는 모습은 보기가 좋았다. 측면 노출콘크리트의 오염이 심했던 점도 마음에 걸렸던 부분 중에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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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설계와 소통으로 건축주, 시공사와 함께하는 건축을 만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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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건축가 김선동의 오픈스튜디오 건축사사무소
김선동
Kim Seondong
대표소장 / 건축사
'건축가의 습관' 저자
Architect (KI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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