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피는 계절이라 가족들과 경마공원(경마장)을 찾았다. 경마장이라고 해서 예전처럼 우충충한 아저씨들만 찾는 공간이 결코 아니다. 환경도 스포츠 경기장처럼 잘 꾸며놓았고 돗자리를 펴고 도시락, 치킨 먹으며 경마경기를 볼 수 있도록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다. 덕분에 정말 많은 젊은이, 가족단위 방문객들이 데이트도 즐기고, 즐거운 한 때를 보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게 포장한다 해도 경마는 결국 사행성 스포츠임에 틀림없다. 스크린에 한 경기에 걸린 금액(소위 판돈)이 표시되었는데, 최종적으로 무려 30억원이 넘는 금액이 표시되고 있었다. 이 경기에 몇 명이 참가하고 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3만명이 참가했다해도 한 사람이 10만원을 걸었다는 이야기다. 나와 내 와이프처럼 1~2000원짜리 초소액(?) 참가자도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그 한 경에 몇 십만원 넘게 베팅한 사람도 적지 않으리라는 걸 짐작할 수 있다. 그런 경기가 이 경기장에서만 하루에 10경기 넘게 펼쳐지고 있다. 경기가 시작되자 사람들이 함성을 질러대는데, 말들이 결승선에 가까워지자 그 소리가 절정에 이르렀다. 적지 않은 판돈이 걸린 경기이니만큼, 일반 스포츠에서 듣던 그런 응원이기라기 보다 살짝 '광기'가 느껴지는 그런 광경이었다.
경마장 관람석의 건축물 구조는 상당히 간단하다. 거대한 경마트랙을 앞에 두고 각 층마다 관람 스탠드를 길쭉하게 빼놓고, 거대한 처마로 덮는 구조다. 스탠드 반대편 실내에는 경마와 관련된 각종 정보들을 표시하는 전광판과 마권을 구입할 수 있는 판매대들, 각종 식음시설 등이 빼곡하게 들어차있다.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저 스탠드는 일종의 '울분'이나 '광기'를 내뿜는 거대한 분출구같이 보였다. 경마장은 그것을 최적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건축물인지도 모른다. 부의 사다리가 사라져버린 현대사회에서, 어떤 사람들에게는 '성실하게 일을 해서 돈을 모아서 부자가 된다'는 건 그저 현실을 모르는 이야기, 꿈같은 소리일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가진 모든 돈을 들고 비트코인, 주식시장으로 달려드는 것이다. 경마장은 그런 사람들이 모여 자신들의 울분과 광기를 분출하는 거대한 '현대판 콜로세움'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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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건축가 김선동의 오픈스튜디오 건축사사무소
김선동
Kim Seondong
대표소장 / 건축사
'건축가의 습관' 저자
Architect (KI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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