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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화위복 Oct 22. 2021

[NBA] 영광의 시대는? 난 지금입니다

2015-16 시즌은 스테픈 커리의 최고이자 최악의 시즌이었습니다. 개인적인 입장에선 NBA 역사상 가장 센세이셔널한 MVP 시즌을 보냈지만, 팀 워리어스의 입장에선 NBA 역사상 가장 불명예스러운 준우승을 기록했기 때문입니다. 시즌이 끝난 후 오클라호마 시티에서 케빈 듀란트가 수많은 논란 끝에 결국 합류하게 됩니다. 듀란트의 합류로 워리어스는 '슈퍼팀'을 넘어 '사기팀'이 되어버리며, 2015-16 시즌의 아픔을 뒤로하고 팀 역사에 2회 우승을 추가합니다. 2015-16 시즌 좌절의 준우승이 케빈 듀란트의 합류로 이어졌으니, 그야말로 '전화위복'이 된 순간이었습니다. '왕조(Kingdom)' 시절은 스테픈 커리 또한 농구 선수로서 차지할 수 있는 영광이란 영광은 죄다 차지한, 그야말로 꿈같은 시절이었을 것입니다.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왕조 건설



그러나 모든게 완벽할 수는 없다고 했던가, 케빈 듀란트가 있었던 3시즌 동안 스테픈 커리가 과거만큼의 센세이셔널함을 잃어갔던 것도 사실입니다. 두 명의 슈퍼스타가 코트 위에 같이 있으면 공존을 위해 두 선수간의 양보와 희생은 필연적입니다. 스테픈 커리와 케빈 듀란트도 분명 마찬가지였습니다. 듀란트 합류 초반에는 분명 진통을 겪은 기간이 있었으며, 당시 경기력도 좋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워리어스가 역대 최고의 팀으로 간주되는 것은 두 슈퍼스타가 비교적 '교통 정리'를 수월하게 끝내 큰 충돌없이 자신들의 역할을 충실히 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두 선수는 한 쪽을 지나치게 희생하지 않는 선에서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슈퍼스타들의 품격을 보여주었습니다. 다만, 농구팬들의 가슴 한켠의 아쉬움은 커리의 MVP 시즌이 너무나 화려했었고, '보는 맛'이 너무 맛집이었기 때문에 또다시 그러한 시절이 올까? MVP 시즌이 커리의 피크 시즌이고, 이젠 완만한 내리막을 걷는 일만 남은 것일까? 라는 점이겠지요.



2015-16 시즌 OKC전, 라이브로 본 사람이 승자...



케빈 듀란트가 떠난 첫 번째 시즌인 2019-20 시즌, 많은 전문가들이 비록 골든 스테이트의 팀 전력상 성적이 높을 수 없겠지만, 커리가 홀로 팀을 이끄는 만큼 과거 MVP 시절의 하드캐리를 보여줄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첫 세 경기의 경기력은 실망스러움 그 자체였고, 네 번째 경기에서 불의의 손가락 부상을 당하며 장기 부상자 리스트에 들어가게 됩니다. 커리의 장기 결장 기간 동안 '왕조'였던 골든 스테이트의 팀 성적은 최하위권으로 곤두박질 치게 되고, 강제 탱킹 모드에 들어가게 됩니다. NBA 최고 연봉을 받는 커리도 '먹튀' 논란을 피해갈 수 없었으며, 이후 복귀전 1경기 포함 시즌 통털어 불과 다섯 경기만을 소화하며 팀의 추락을 바라보게 됩니다. 명백히 데뷔 후 최악의 시즌이었습니다. 공교롭게도 듀란트가 떠난 첫 시즌에 말이지요.



최대 라이벌인 르브론 제임스가 플레이오프에서 펄펄나며 우승 후 포효하는 동안, 사복 입고 벤치에 씁씁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모습만 보여주다가 플레이오프때는 완전히 종적을 감춘 커리에게 또다시 많은 의심들이 샘솟기 시작했습니다. 출장한 경기들에서 부진했던 경기력도 경기력이지만, 원래 '인저리 프론(Injury Prone)' 소리를 듣던 커리인지라 앞으로 높아진 연령으로 부상 빈도가 더 많아지지 않을까하는 걱정어린 시선도 많아졌습니다. 극적인 전력보강이 힘들어진 꽉 막힌 팀의 샐러리(Salary) 구조 때문에 팬들은 곧 30대 중반을 바라볼 스테픈 커리에겐 더 이상 이전과 같은 영광의 시대는 없을 것이라는 시선이 지배적이었지요.



본인도, 보는 이들도 답답했던 손가락 장기부상 시절



2020-21 시즌의 초반에도 커리는 좋지 못했습니다. 앤드류 위긴스, 켈리 우브레 주니어 등 새롭게 구성한 팀원들과의 호흡은 더욱 맞지 않아 보였고, 수비의 집중 견제에 제대로 된 슈팅 찬스조차 잡지 못하며 낮은 야투 성공률을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즌이 거듭 될수록 커리는 서서히, 그리고 완벽하게 부활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비록 팀은 전력의 한계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지만, MVP 시즌보다 더 많은 경기당 3점슛(5.3개)과 득점(32점) 기록하며 득점왕을 차지하였습니다. 포틀랜드 전에선 개인 최다 득점(62점)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한 번 슛이 들어가면 거리와 각도를 가리지 않고 몰아쳐서 보는 이를 경악하게 하는 것은 여전했습니다. 센세이셔널했던 그 시절 모습의 완벽한 재현이었지요. 커리는 '최고 수준에서 뛰는 것에 목말랐었다'라고 이야기 밝혔습니다. 또한 올스타전에선 '내가 증명할 것은 더 이상 없다, 다만 성취할 것은 아직 많다'라고 말하며 아직 자신의 야망이 끝나지 않았음을 공표했습니다.




2번의 MVP, 그 중 한 번은 역사상 전무후무한 만장일치. 3번의 NBA 우승. 갱신이 확실시 되는 역대 최다 3점슛 성공 기록. 파이널 MVP가 없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그것으로 그가 이룩한 성취를 가리기가 힘들 정도로 스테픈 커리는 모든 것을 이뤘습니다. 이제 언제 기량이 꺾여도 이상하지 않을 리그 12년차에, 34세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2021-22 시즌 두 번째 경기였던 오늘 치러진 LA 클리퍼스 전, 분명 많은 턴오버가 발목을 붙잡을 정도로 완벽한 경기력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스테픈 커리 스스로의 기준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1쿼터 야투율 100%로 25점을 넣더니, 4쿼터엔 승리를 결정짓는 3점슛 두 방을 꽂으며 총 45점으로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개막 두 게임 연속 10개의 리바운드를 따낸 것은 덤입니다. 4쿼터에 나온 장거리(Long distance) 3점슛은 언제봐도 놀랍지만, 대부분의 선수가 다리가 코트에 끌리는 4쿼터 막판에 기습적인 오프더볼(Off the ball) 움직임으로 따낸 마지막 슛은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커리가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도 올해도 달릴 준비가 되어 보였습니다.





경기가 끝난 후 스테픈 커리는 '나는 나의 슛을 단 한번도 의심해 본적이 없다. 평생'이라고 소회를 밝혔습니다. 이때 누군가가 만약 슬램덩크의 명대사를 빌어 '당신의 영광의 시대는 언제입니까? 만장일치 MVP 시즌? 3번째 우승을 차지한 때?' 라고 추가로 질문했으면 마치 '지금'으로 대답했을 것처럼 보였습니다. 커리는 아직도 자신의 전성기의 문을 닫을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골든 스테이트의 팀 전력은 특유의 모션 오펜스와 질식 수비가 살아나며 작년에 비해 분명히 향상된 모습이며, 단짝 클레이 탐슨도 시즌 중순에 복귀할 예정입니다. 스테픈 커리와 골든 스테이트가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 정말 기대되는 시즌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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