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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화위복 Mar 11. 2021

[영화 리뷰] 500일의 썸머

너무나 유명한 영화이지만,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는 영화라서 리뷰를 브런치에 남깁니다.



영화엔 톰과 썸머가 등장합니다. 톰은 이른바 '운명적인 사랑'을 믿는 평범한 '흔남'입니다. 반면, 썸머는 '운명' 이나 '사랑'을 믿지 않는 여자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의 허무한 이혼을 보고 자라온 탓에, 그녀에게 '사랑'이란 순간적인 감정에 불과하며 인간관계란 피곤한 일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녀는 누구의 '여자친구'로 규정되기를 싫어합니다. 이렇게 서로 다른 연애관을 가지고 있지만, 워낙에 매력적이고 사랑스러운 썸머에게 톰은 한 눈에 반하게 되고, 계속해서 '친구'로 규정하고 싶은 썸머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둘은 계속해서 깊은 관계로 발전하게 됩니다.


그러나 열렬히 사랑하는 것 같았던 둘에게도 권태기는 찾아옵니다. 그리고 이를 극복하지 못한 채, 썸머는 톰에게 이별을 고합니다. 그녀를 누구보다 열렬히 사랑했기 때문에, 잠깐이라 할 수 있는 권태기 도중에 갑작스럽고도 일방적인 이별통보에 톰은 엄청난 상심에 빠집니다. 그녀와의 이별을 아직까지 납득하지 못하던 톰에게 영화상의 시간으로 488일째 되는 날 그녀의 결혼 소식이 전해지고, 재회한 두 사람은 마지막 대화를 나눕니다. 그리고 왜 '누군가의 남친'이 되기는 싫어했으면서, '누군가의 부인'이 되어서 나타났냐는 톰의 물음에 썸머는 대답을 하지요.


'톰, 당신이 옳았어. 그리고 내가 틀렸어'


이 대화 이후에도 톰은 완전히 썸머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500일이 되는 날. 면접장에서 '어텀'을 만나면서, 톰은 결국 '썸머'를 이해함과 동시에 마음속에서 '썸머'를 완전히 지우게 되지요.


그저 별 생각없이 보자면, 썸머가 순수한 톰을 가지고 장난친 이후에 자기 맘에 드는 남자가 나타나자 결혼한 스토리로 보기 쉽상이지만, 두 사람 각자의 입장을 고려해서 몇몇 주요장면들을 눈여겨 본다면 더욱 영화를 재미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썸머의 일방적인 이별통보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이 도대체 왜 서로를 '피해자'로 주장하는지에 대해서도 알 수 있구요(초반에 놓치기 쉬운 장면이지만, 팬케이크 집에서 썸머는 '시드와 낸시'에 비교하며 톰에게 자신이 피해자임을 주장합니다).



톰이 썸머를 만난 것에 대해 톰은 운명이라 굳게 믿었지만, 사실은 '운명'이나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음악을 듣는 톰에게 먼저 음악에 대해 물으며 다가간 것은 썸머였으며, 회식자리가 끝난 후 '정말 나 좋아해요?'라고 그에게 의중을 먼저 물어본 것도 썸머였습니다. 또한  첫 키스를 먼저 시도한 것도 썸머고, 싸운 뒤 먼저 화해를 요청한 것도 썸머였습니다. 여태까지 그 누구에게 하지 않은 이야기를 먼저 털어놓은 것도 썸머였지요. 사실은 톰이 썸머를 만난 것에 톰은 '운명'이라 했지만, 썸머의 '노력'이 있었던 것이었지요. 썸머는 '운명'을 믿지 않는다고 계속해서 이야기했지만, 사실은 썸머는 '톰'때문에 변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썸머를 '운명의 그녀'라고 톰은 믿었기 때문에, 톰에게 썸머와 맞지 않는 부분은 없어야 했습니다. 영화에 계속해서 언급되는 '링고스타'는 이러한 부분을 환기시켜주는 요소입니다. 톰은 '링고스타'를 좋아한다는 썸머를 무시했지만, 자신이 편집한 CD의 곡들을 기억하지 못하는 썸머에겐 실망을 하지요. 또한 같은 영화를 보고도 눈물을 흘리는 썸머를 톰은 이해하지 못한 채 '팬케이크나 먹으러 갈까?' 라고 묻게 되지요. 서로 다른 환경에서 나고 자라난 두 남녀가 완벽하게 맞을 수는 없습니다. 사실 두 사람은 '꽤나 맞지 않은 부분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운명적인 사랑'으로 여겼던 톰에겐 이러한 부분은 사소한 것에 불과했으며, 때문에 연애를 할 때나 이별 후에도 계속해서 기억의 미화를 했던 것이지요.



영화가 주는 메세지는 간단합니다.


'사랑과 이별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톰과 썸머는 사랑하는 시절도 있엇지만 결국 서로 맞지 않아서 이별한 것 뿐'


두 사람은 서로를 통해 이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썸머는 자신과 잘 맞는 남자를 만나 결혼 하였고(공교롭게도 톰과 이별한 지 얼마 안되어 찾아온 것일뿐!), 항상 수동적이었던 톰은 '어텀'에게 먼저 다가가게 되지요. 이러한 메세지는 사랑에 상심하고 있는 사람에게 큰 위안과 힘을 준다고 생각해요. 또한 영화는 '사랑'에 지나치게 큰 의미를 부여하는 톰의 편도, 너무 이성관계를 가볍게 생각하는 썸머의 편도 들지 않습니다. 다만, 인연을 찾기위해 '노력' 하다보면, 언젠가는 자신에게 맞는 사람이 나타날 것이라는 여운을 주게 되지요.



영화를 더욱 재밌게 해주는 요소는, 첫 번째로 두 배우의 연기입니다. 조셉-고든 레빗의 동양인스러운(?) 외모와 더불어 현실감 넘치는 연기와 자유분방한 파리지앵의 외모를 가진 데샤넬의 천진난만한 연기는 두 캐릭터가 가진 상반된 가치관을 더욱 부각시켜 줍니다. 또한, 재기발랄한 ost와 순차적인 구성이 아닌 하루하루 시간을 넘나드는 구성은 자칫 '연애->권태기->이별'이라는 식상한 주제를 너무 무겁게도, 혹은 너무 진부하게 하지 않게 해주지요. 또한, 95분의 짧은 러닝타임은 군더더기 없이 연출되어 있어서 아마 보시는 내내 큰 지루함 없이 재미있게 즐기실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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