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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ce Jan 05. 2021

휴 , 드디어 2020년이 끝나버렸다

투쟁과 고민의 2020년으로부터 빨리 도망치고 싶었다. 아직 2021년에 도착하지 못했는지 날짜를 쓸 때 2020이라고 쓴다. 노를 더 빨리 저어 이 공백의 강을 서둘러 건너야겠다.


2020년에는 대부분의 일들이 예정에 있던 것처럼 하나가 사라지면 또 다른 게 오는 것의 연속이었다. 개인적으로도 스펙터클한 크고 작은 일들이 있었다. 영어방송에 게스트로 출연도 하고 후배 교육생들을 위해 강의도 했다. 또 둘째 딸이 20킬로를 뺀 후 무용을 하겠다고 선언했고 쌍꺼풀 수술까지 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온라인 서점에서 80여 권의 책을 구매하고 끊임없이 서평단 신청을 해서 책을 받아보고 그 후기를 올리는 일도 했고 영어공부의 끈도 놓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서도 저녁에 잠들기 전에도 별다른 일이 없으면 팟캐스트를 통해 영어뉴스를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들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하지만 원서 읽기 분야에 있어서는 실적이 저 조하다. 당초 목표한  'The room where it happened', 'Overdressed' , 'The handmaid's tale' 책을 완독 하리라는 목표를 세웠지만 전부 중간에 읽다 포기했다. 유일하게 끝낸 건 'Why we work'를 만년필로 필사한 게 전부였다.


취미로 영어공부를 한다는 건 자칫 나태함이라는 무서운 습관에 빠질 수도 있다. 영어공부에 있어서 나의 선택과 집중은 영어뉴스와 원서 영어공부였다. 넷플릭스 가입해서 블랙리스트를 가장 많이 보았지만 미드는 자칫 내 모든 삶을 폐인으로 만들어버릴 가능성이 아주 크기에 올인할 수 없었다


가장 편한 방법이 영어뉴스 듣기인데 그냥 마냥 듣고만 있는다는 것도 상당히 집중력이 떨어지고 지루했다. 만년필로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기에 들으면서 그 내용을 적어 내려가는 법도 좋지만 필기가 그 속도를 다 따라가지 못하기에 몇 번이고 구간반복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었다. 목표한 원서를 끝까지 완독 한다는 건 대단한 흥미가 아니면 못할 듯하다. 원서는 특히 보물찾기 하듯 흥미로운 것을 찾아서 끝까지 읽어야 하는 게 2021년의 새로운 숙제다.



쉽게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지긋지긋한 갈등도 어느 시기가 지나가자 눈 녹듯이 녹아버렸다는 것도 참 이상한 일이다. 물론 모든 게 내 마음먹음에 달려 있다는 걸 안다. 하지만 그 알량한 내 마음하나를 어찌 할수 없었던 것이다. 어쩌면 그즈음 '거울 명상'이라는 책을 읽어 마음을 고쳐먹고 현실을 바라보게 되었을 수도 있다. 타인을 향한 부정적인 기운이 반드시 타인에게 전달되고 그게 긍정적으로 되돌아올 리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누군가가 정말로 꼴 보기 싫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거울 명상'책을 뒤적여본다면 그곳에서 해답을 찾을 수도 있을것이다. 다만 올해 처럼 이렇게 내 마음을 극단으로 몰고가지 않을것이다. 더 이상 타인을 미워하면서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을 것이다.


오십넘어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미니멀리즘이 필요하다. 직장 생활하면서 만나는 인간관계가 대부분 항상 거기서 거기고 손해보았다는 생각에 분노가 수반된 적이 많았다. 대등한 관계라 생각하고 주고받는 정보의 질도 그러할 것이라 생각한 게 너무 큰 기대였는지 모르겠다. 오직 나는 상대에게만 의지했지만 상대가 연락하고 소통하는 사람은 나 외에도 무수히 많다는 사실은 참 불편한 것이었다. 그외 알게 모르게 불편한 사실을 알아버린 후라면 관계유지가 어려워진다. 또 나에 비해 상대는 자신에 대한 많은 것을 숨기고 보여주지 않았다. 결국 인간관계에 유통기한이 있음을 확인했다. 한번 맺은 관계가 어떤 사건으로 인해 틀어진다면 애써 되돌릴 필요도 없고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 그걸 상대에게 따진다고 해도 그것이 개선되지 않는다. 사람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상대로부터 미안하다는 말을 듣는다는 것도 서로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고 오히려 미안하다는 말을 듣기 어려울 것이다. 서로의 행위에는 각자 나름의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왜 서운함과 불편함을 느끼는 것일까. 결국 애써 인간관계 유지하려 하지 말고 이제 그만 멀어질 때라고 느껴진다면 그때가 바로 그 때라는 걸. 과거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앞으로도 난 자유로운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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