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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ce Feb 14. 2021

B형 남자는 정말 이상할까

삶 속의 주술적인 부분은 편견으로 연결된다

혈액형에 대한 썰이 있다. AB형은 이중인격이거나 완전 천재이거나 둔재이거나 B형은 하룻밤 사랑을 꿈꾸는 충동적이고 A 형은 내성적이고 O형은 단순하고 적극적이다라는 것이다. 오래전 특히 B형 남자에 대한 우스개 이야기가 유행인 때가 있었다. 다수가 경험한 것에 의한 특유의 특성이 대부분 그렇다는 것이 우스개 이야기였다. 하지만 이게 나의 무의식 속에 가라앉아 상대를 판단하는 요소가 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었다.


재작년 교육 때 우연히 몇 명이서 이야기하다가 모두 같은 혈액형인걸 알게 되었을 때 묘한 연대감을 느꼈다. 게다가 다른 교육생이 나이에 비해 사고방식이 경직되어 있는거 같다는 말이 나왔고 그의 혈액형이 B형이라는 것이다. 다들 하는 말이 '어쩐지'했다. 재미로 그냥 그럴 수도 있다고 봐야 하는 그 혈액형이 상대를 규정짓고 그럴 수밖에 없다고 보는 시각으로 보고 그 오류를 사실인양 우리끼리 확증했다. 혈액형 가지고 그런 화제를 공유했다는 건 사실 유치한 비밀이다.


또, 작년 그렇게 악독하던 상사의 혈액형이 B형이라는 걸 알았을 때도 '그래 나의 예감은 항상 틀린 적이 없었지 ' 했다. 그땐 나의 예감의 총체적인 성과라고 생각했고, 혈액형에도 과학이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남자 동료가 B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때 '어쩐지 뭔가 이상한 점이 있었어', 'B형 남자라서 그래, 뭔가 이상한 부분이 있긴 해', '나이에 비해 사고방식이 상당히 고루하고 의식이 경직되어 있군, 그래서 B형이구나'라고 생각한 적도 있다는 걸 고백한다.


어떠어떠한 사람은 그러하더라 하는 것과 같이 개별의 것을 확대해 일반화시켜 혈액형으로 상대의 성격을 규정짓고 판단한다는 것은 우습고 위험한 일이다하지만 난 알면서도 직장동료가 조금이라도 나와 뭔가가 안 맞는 부분이 있다면 거꾸로 혈액형에서 그 원인을 찾기도 했고 어떤 틀에 뭔가를 꿰맞추려 했다. 반면 주변 사람들이 나와 같은 혈액형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은근 동질감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잘 맞는 같은 혈액형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 겪어보면 더 미묘하고 복잡하고 너무도 안 맞는 경우도 많았다. 그 점에서 우리가 인정하고 싶은 것만 받아들인다는 인간의 본성인 이중성과 직면하게 된다. 혈액형과 무관한 성격임에도 경우에 따라 그 법칙을 논하든가 , 같은 혈액형과 안 맞을 땐 그 혈액형과의 관련성을 거론한다거나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결국 단순 재미를 넘어 상대를 그럼 것으로 구분 짓은 것 역시 차별과 편견의 다른 모습이다. 그릇된 오류를 일반화하고 맹신하고 그런 것들을 속에 감추고 타임을 판단하는 잣대로 재고 있었으니 말이다. 이젠 그런 말도 안 되는 편견이 생기려 할 땐 두뇌의 'STOP'스위치를 바로 눌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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