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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ce Jul 17. 2021

과거를 후회하지 않을수 없을까

과거는 언제나 후회스럽다. 그때  선택을 했어야 하는데 그랬더라면 지금보다 나아졌겠지 하는 후회가 많다. 하지만 그런 후회를 아무 한다 해도 과거를 바꿀  없다는 것이 비극이다. 그때 정말 현명한 선택을   있는 능력이 주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가장 큰 후회는 바로 '휴직'이다.

바로 아이들 어릴 때 제대로 육아휴직을 내고 아이들 케어했더라면 학원도 제대로 보내고 지금보다 더 나아지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었다. 아이들과 함께 늦은 아침잠을 자고, 늦은 아침을 먹고 슬슬 근처 도서관에 가서 책도 보고 미술관도 다니고 카페도 다니다 애들 영어공부도 더 시키고 했었을텐데. 하지만 나이와 경력이 있어서 몇 년 육아휴직을 냈더라면 6급 승진은 50이 넘어서도 힘들지도 모른다는 계산을 했었다. 나이 들어 결혼해서 경력도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약점이었다. 결국 가장 힘든 시기에 애들을 이곳저곳 맡기고 직장과 육아를 병행하느라 힘들게 살아왔는데 결국 그것도 허무하고 후회스러운 선택이라는 것이다. 직장의 경력 또한 그 아무것도 아니었다. 소중한 것은 가족이고 아이들의 어린 시절의 많은 부분을 같이 하지 못했고 아이들이 아팠을 때 그 옆에서 쭉 지켜주지 못했고 마음은 항상 불안한 채 일도 제대로 못하고 육아도 그렇고 살림도 그렇게 어정쩡하게 힘든 시간이 흘러가버렸다.


승진은 했지만 후회는 남는다. 우선순위에서 가족보다 우선순위는 없는데 내 기억에 간간히 구멍뚫린거 같은 아이들과의 시간들, 아침에 얼굴 잠깐 보고 그 소중한 하루 시간을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보냈는지 알 수도 없고 저녁이 되어서야 징징거리는 아이들과의 사투를 벌어야 했다. 게다가 사춘기가 되어 보니 그때 혹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더라면 지금처럼 사춘기를 혹독하게 겪지 않았을거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두번째는 몇 년 전 아이들이 초등 5, 6학년이었을 때 남편이 두바이 파견근무를 3년 가게 되었을 때 그때 따라갔더라면 애들 영어도 어느 정도 건지고 나도 사무실에서 갈굼 당하며 스트레스받지 않았을 텐데 하는 것이다. 그 당시 애들이 어릴 때부터 영어를 한 것도 아니고 잘하지도 않고 애들 스스로 무슨 학원이든 거부했기에 마냥 놀릴수 밖에 없었는데 막상 해외살이 떠나려 하니 영어가 되지 않은 것이다. 막상 가서 애들이 영어를 못해 실패해서 돌아온 사람도 많다고 하니 휴직하고 떠나는 게 두려울수 밖에 없었다. 지금 와서는 그때 같이 안 간 것이 애들도 나도 같이 공통적으로 후회하는 점이다.


지금은 시간을 되돌릴 수 없고, 뭐든 운대가 맞아야 한다지만 그땐 그때의 상황들로 인해 운대가 맞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지금의 상황들과 연결시켜보면 그때 갔었더라면 훨씬 좋았을 것이라는 안타까움에 사로잡히는 날이 많다. 결론은 그래 봤자 뭐하냐는 것이다. 이미 끝난 일이고 앞으로의 일에서 현명한 결정을 하자는 건데 또 앞으로의 상황에서도 훗날 후회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단 한 가지 가족을 위한 건지 꼭 확인해봐야 한다. 나중에 시간이 흘러 결코 후회하지 않을 선택인지.


지금 와 생각해보면 그게 뭣이라고, 그게 너무도 당연하고 평범한 일상의 행복인데 무엇을 위해 그 당연한 행복도 누리지 못하고 나이만 먹게 되어버렸는가. 아이들과 함께한 어린 시절, 나의 삼사십 대에 누려야 할 여유들이 모두 깡그리 어디로 분실된 거 같다. 한때는 우울증 진단서라도 어떻게 끊어서 질병휴직을 내볼까 생각도 했고, 자기 계발 휴직이라도 내볼까 했지만 정말 어떤 엄청난 계기가 있지 않은 이상 휴직이라는 것도 쉽지 않았다.


역시 모든 것에는 때가 있는 법이다. 이제와 다른 휴직이라는 걸 하게 되어 버렸지만 나는 너무도 나이가 들어버렸고 새로운 걸 시작하기엔 나의 의욕도 사라져 버렸고, 삼사십 대에 그렇게 내가 원하고 바라던 카페, 도서관, 수영장, 쇼핑 그 모든 것을 지금 할 수 있지만 너무도 심드렁하다. 그것을 한다 해도 그때만큼 행복해질 거 같지 않다. 이십 대 심장이 쿵쾅거리고 뭔가 새로운 것을 찾아 호기심 가득한 그때에 내가 하고 싶은 게 있다면 그때 당장 해야 하는 것이지 나중에 해야지 하다 보니 그 나중에는 의욕이 없어진다. 결국 공부도 그렇고 휴직도 그렇고 그 소중한 때를 절대 놓치지 말고 적기에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


한해가 거듭될수록 과거를 돌이키는 일이 많아졌다. 더더욱 과거 그 선택을 하지 않았더라면, 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안타까움에 사로잡힌다. 인간이 미래를 예지할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 좋으련만 한치 앞도 내다 볼수 없으면서 자만에 가득차 현실의 이익에 급급하기만 하다. 앞으로 더는 더 했지 덜하지는 않을 거 같다.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 아련한 과거속에서 행해졌던 후회들을 조금씩 버리는 연습이 필요하다. 묶은 찌꺼기들이 남아서 좋은 기억을 가져다 주는게 아니라 아쉬움,안타까움,후회 결국은 우울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제는 과거의 안타까움을 훌훌 날려버려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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