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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ce Apr 06. 2024

50대의 스위스 자유여행 갈까말까

2019년 이후로 해외를 나가본 적이 없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부터는 2024년에는 어디라도 떠날 수 있을 것 같다는 막연한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 어떤 문구도 생각났다. "50대엔 스위스".


우연히 가족 잔여 마일리지를 보고 놀랐다. 딱 유럽 한 곳을 왕복할 수 있는 것이고 올해 사용하지 않으면 소멸되는 것도 있었다. 이것은 기회였다.

막상 스위스로 결정하고  항공권을 구입하고 숙박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젊을 때 이렇게 공부했으면 성공했을 정도로 스위스 여행 책자도 여러 번 보며 밑줄을 긋고 스크랩하고 노트에 적고 그걸 복사해서 한 장의 문서로 붙이기까지 했다. 파피루스 문서처럼 아니면 과거 둘둘만 문서처럼 해보고 싶어서 다이어리에 적은 스위스 정보를 카피해서 이렇게 붙였지만 사실상 불편했다.




항공권과 숙박 바우처 용지도 다 출력을 해서 하나의 책자로 만들었다. 이론적으로는 내가 알아본 범위 내에서는 완벽했다. 앞으로 더 조사해봐야 할 게 남아 있는지 모르지만 내 입장에서는 이러면 되지 않았나 싶었다.


우선 여행카페에서 스위스 관련 자료는 다 검색했다. 그중 엑셀로 나온 일정표를 내 컴퓨터에 저장해서 내 일정에 맞췄다. 사실  일정은 아무것도 몰라서  큰 아우트라인으로 돌아다니는 정보를 참고했다. 여행계획 짜주는 업체도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그곳에 숙박과 패스를 맡겨도 되지만 내가 한 것과 큰 차이가 없어서 선택하지 않았다. 일정은 대충 취리히는 그날 저녁 공항 도착해 스위스 중앙역으로 이동해 하루 숙박하는 것으로 하고, 다음날 루체른으로 가서 루체른 역에 짐을 맡기고 리기산 다녀오고 오후엔 루체른 시내 관광 다음날은 필라투스, 티틀리스를 다녀오고 다음날은 그 린덴발트로 넘어가서 그날 인터라켄 동역으로 가서 브리엔츠호수, 하더쿨룸을 보고 저녁에 그 린덴발트에서 쉬고 그다음 날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융프라우 올라가고 그리고 다음날 공항으로 출발하는 여정이다.




요즘은 구글이 있어 언제 어디서고 그걸 보고 가면 되니 안심이다. 하지만 그 구글을 통해 찾는 것도 나의 경우는 가끔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핸드폰 배터리가 방전되지 않도록 배터리팩 두세 개는 넉넉히 준비해야 한다. 숙박까지 다 예약해두고 나니 여행카페에서는 그 린덴발트에서  온전히 쉬는 걸 추천하나 왠지 루체른에도 끌리는 부분이 있어 당초 내 계획을 유지했다. 또 스위스 여행에서는 기차를 잘 활용해야 해서 스위스 전철인 SBB어플을 깔아서 잘 봐야 하는데 내려야 할 곳에서 잘 내릴 수 있을지 걱정이다. 런던여행과는 다른 느낌이라 걱정이 앞선다.


10월 여행인데도 이미 몸은 스위스로 넘어가 스위스관광청 홈피에서 6일권까지 구입하고 이제 마지막으로 동행만 구하면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동행은 구해지지 않고 막상 연락이 되었지만 비용문제 개인사정등으로 취소되고 시간은 계속 가고 있다. 앞으로 7개월이라는 기간이 남아서 동행문제도 급하게 서두를 문제도 아니지만 이렇게 긴 텀을 두고 자유여행 계획해 본 적이 없는지라 긴 시간만큼 초조함과 불안감은 갈수록 더해하고 있다. 또 워낙 겁이 많은 성격이라 20대에도 30대 청춘의 시간들을 지나오면서 한 번도 혼자 자유여행을 해본 적이 없다. 


다녀본 외국은 사실  직업이 아니었으면 가보지도 못할 곳이다. 개인적인 여행패키지는 그때 남편이 외국 근무해서 메리트로 다녀온 것뿐이다. 근데 젊은 나이도 아니고 50대 중반의 나이에 것도 혼자 외국으로 간다는 게 생각과는 달리 막상 닥치니 오만가지 만감이 교차한다.

정말 확실히 느끼는 건 해외여행은 무조건 무모하게라도 20대부터 다니는 게 좋다. 그래야 30대 40대 50대도 두렵지 않은 담력이 생긴다. 또 그때 느끼는 여행을 통해 얻는 느낌은 지금의 몇 배다.


60대 70대 80대 노인이 여성 혼자 외국을 다니고 있다는 걸 상상해 보았다. 노인들은 부지런히 말을 해야 하는데 혼자서 외롭지 않을까 또는 순간 내려야 역을 지나쳐버리지 않을까 그런 걱정들이 앞서기 시작했다. 시간이 갈수록 밤이 되면 그런 고민이 깊어져 그냥 취소하고 그냥 패키지로 가야 하나 하다가, 낮이 되면 그냥 가자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날이 반복되자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에 에너지를 뺏기고 쓸데없는 고민만 하고 있는 것 같았다.


" 나 그냥 이번 여행 취소하고 그냥 패키지로 갈까 보다, 낼 출근해서 숙박이랑 항공 다 취소할게 " 남편한테 말했다. 그렇게 말하고 나니 헛웃음이 나왔다. 거의 올해 1월 한 달간 그거 공부하고 조사한 것으로 스위스를 거의 다녀온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상상 속의 스위스를 혼자 생쇼 하며 다녀온 것과 같다.


다음날 최종 모든 예약을 취소하고자 맘을 먹고 우선 스위스관광청에 멜을 보냈다. 번역기 도움받으며 취소한다고 하니 수수료가 60프랑이고 재주문하면 30프랑이라고 해서 또 놀랐다. 취소 수수료를 이렇게 낭비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또 패키지로 갈려고 검색해 보니 그것 또한 금액이 너무 비쌌다. 또 그건 언제고 떠날 수 있는 거라 막상 그 타이밍을 선택하는 것도 또 선택의 문제에 직면할 거 같았다. 결국 스위스패스는 그냥 취소 안 하기로 했다. 스위스 패스가 왜 안 오는 건가 초조했는데 것도 6개월 전부터 보내기에 그쪽에서 보내기엔 이른 것이다.


Please note that you didn’t receive your tickets as tickets can only be issue 6 months before the travel’s date, so the system will issue automatically your ticket and send to you by middle of April.

Please see proof that your ticket is pending:


수수료 아까워서라도 이건 강행해야만 했다. 수수료 없이 스위스 패스가 취소가 가능하다고 하면 진짜 항공이랑 숙박을 취소했을지 모른다. 많은 욕심부리지 않고 꼭 계획을 따르지 않아도 되고 하루에 한 곳만 가도 만족하자 그냥 호텔만 잘 찾아 하고 호텔서 공항만 잘 찾아가면 된다는 마음을 갖자 마음이 편해졌다. 가성비를 따지고 하나라도 더 보자고 하다가 그게 안되었을 때 실망감과 함께 불안감이 더해질 수도 있다. 동행은 구해지면 가는 것이고 안 구해지면 혼자 가야 할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일단 도전해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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