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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ce May 18. 2024

50대에게 인기 있는 차를 샀다

 11년만에 차를 바꾸다

 "차를 바꿀 때 된 거 같은데 알아보시오"


짠돌이남편이 어느 날 갑자기 이렇게 말했다. 남편이 그렇게 말할 때까지 차를 바꿔야 한다는 생각을 꿈에서도 하지 않았다. 뉴카니발을 정확히 2012년 3월 1일부터 타고 다니며 많은 애정이 들었고 굳이 목돈 들여가며 차를 바꿀 필요가 있나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24만 킬로를 탔던 것이다. 남편에게는 다 계획이 있었다. 남편은 작년 하반기부터 그 말을 했는데 은근히 귀찮기도 해서 미적거리다 보니 2024년이 되어버렸다. 또 어차피 내가 탈차이니 내가 주도적으로 알아보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차를 사겠다고 생각하니 우연의 일치겠지만 잔고장이 나기 시작했다. 두 번 정도 카센터에서 가서 수리를 했다. 게다가 강풍이 부는 날  주차하면서 문을 잡지 않고 대충 열고 내리려는데 휙 하고 문이 바람에 날려 벽을 쳐서 운전석 쪽 문짝이 눈에 띌 정도로 찌그러졌다. 이건 차를 바꾸겠다고 생각 안 했으면 일어나지도 않을 일이다. 사실 차를 바꾸겠다고 생각하고 약을 한 후 카니발을 대충 쓴 건 사실이다.  인간은 이렇게 간사하다. 결국 나중에 이 찌그러짐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내 몫이다.


차를 사게 된다면 그랜져를 사야겠다고 생각한 건 운명이었다. 고민할 이유가 없이 돌아다니는 그랜져의 벌집모양에 더 꽂혔다. 그럴 즈음 작년 말에 이런 기사도 보게 되었다. 50대가 가장 선호하는 차 1위에 그랜져가 올라온 것이다. 이제 아이들도 커서 SUV에서 벗어나 퇴직 후까지 바라보며 타기엔 그랜져하이브리드가 딱이었다.

결혼 후 10년은 트라제 XG를 탔고 10년은 카니발을 탔기에 이젠 승용을 탈 때가 된 것이다. 그렇게 마음은 그랜져 하이브리드로 굳어졌다.


막상 사려고 하니 아는 딜러도 없고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봐야 하는지도 몰랐다. 이 시골에도 자동차 대리점이 한 곳 있어 한번 방문했더니 문이 잠겨있었고 두 번째 방문했을 때 별로 의욕이 없는 사람이 앉아서 서투른 응대를 하고 있었다. 그냥 가까운 도시 대리점에 전화해 보기로 했다. 기다렸다는 듯이 아주 신속하게 진행이 되었다. 본인이 해줄 수 있는 서비스가 무엇 무엇이며 머뭇거리는 부분에 대해서도 시원하게 응대해 주었다. 일반 예약금 10만 원을 내고 나니 거의 주문한 것과 다름없었다. 그러는 사이 기존 차에서 기름냄새가 나서 오일 연결호스를 한번 교체를 해야 했다.  


예약금을 걸고 기다리는 시간은 너무 길었다. 팀원들도 앞집 여성도 도대체 차는 언제 나오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당초 1월에 주문했으나 3월에 옵션을 하나 추가하는 바람에 조금 늦었다. 대충 한 4개월을 기다린 셈이다. 드디어 5월이 되고 딜러는 5월 둘째 주 9일 정도에나 나온다고 했다.


5월 첫 주 연휴를 끝내고 출근하자마자 7일 아침부터 딜러의 전화가 왔다. 새 차를 가지고 우리 사무실로 오겠다는 것이다. 부랴부랴 보험사에 전화하고 문자로 온 8개의 번호 중 맘에 드는 번호를 찾아야 했고 아주 바쁜 화요일 아침부터 난리가 아니었다. 다 좋았는데 마지막에 정확하게 전날 화요일 온다는 말을 해줬으면 하는데 와서야 말 안 해줘서 바빠서 난리가 아니었다는 말에 '제가 말 안 했던가요?' 하는데 할 말이 없었다. 그날따라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드디어 새 차가 도착했다.


딜러가 사무실까지 차를 가지고와서 사용법에 대해 간단히 알려줬다. 시동을 켜고 운전하는 방법을 비롯해 마트에서 차만 이동시키는 방법 등 진짜 간단하게 내가 머릿속에 입력은 한 것이지만 운전하는데 필수적인 것만 빼고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딜러는 설명서를 보고 공부를 해야 한다고 하지만 가이드북 보는 시간 내기가 쉽지 않다.


차는 나무랄 데 없이 만족스럽다. 우선 좋은 게 차가 소리가 나지 않는다. 시동버튼을 누르면 아무 소리 나지 않고 시동이 켜지는 것과 이동할 때 너무도 조용히 움직이는데다 승차감이 정말 신세계였다. 그래서 이렇게 좋은 성능의 차를 타나보다 생각했다. 또 열쇠를 주머니에 넣고 가면 자동으로 문 손잡이가 나오는 게 신기했다. 10년 전 시골 면대장이 흰색 소나타를 사고 난 후 그게 신기하다며 자신의 주머니의 열쇠를 넣고 차로 다가가 문이 열어지는 시범을 깝죽대며 보이던 일이 생각났다. 그때 좀 웃기다는 생각을 다.


지금은 그냥 운전하고 왔다 갔다 하는데만 집중하느라 다른 기능을 익힐 시간이 없다. 아니 조금 귀찮다고 해야 정확할지 모르겠다. 신차냄새가 아직은 나고 있다. 핸들 밑에 기어가 있는 것도 신기했다.


군청에 근무하는 후배에게 신차를 보여주었다.

"팀장님 전에 타던 차 몇 년 식이었죠? "

"응 2012년식인데"

그랬더니 놀라다가 막 웃으며 "아니 차가 한 20년 되어 보이던데요 "

나름 괜찮다고 타고 다녔는데 그건 순전히 나만의 착각이었던 것이다. 차 관리를 못한 잘못이 컸다.






주말에 특별한 계획이 없어 집 근처 헬스장에라도 가려고 주차장으로 내려갔더니 토요일 오후부터 내린 황사비로 새 차가 온통 흙탕물 투성으로 지저분한 상태가 되었다. 차알못인 나는 귀찮아하는 남편을 끌고 동전세차장으로 갔다. "그냥 물만 뿌리고 들어오면 날씨가 좋으니 마를 거야.." 라며 남편을 설득했다. 남편은 구시렁거리며 오만가지 인상을 쓰며 차에 물을 뿌렸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보니 흙탕물이 섞인 빗물 자국은 더욱 선명하게 남아 있다. 신차인데도 어떻게 관리하는지를 남편도 나도 모르고 있다. 남자들은 차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다는데 남편은 차는 그냥 차일뿐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또 내가 너무 요란을 떤다고 하는데 신차이고 난생처음 중형차를 타보는데 요란을 떨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근데 나이가 들면 진짜 열정도 감흥도 떨어진다. 만약 더 젊을 때 샀더라면 더 신났을 것인데 지금의 신남은 50대의 약간은 시들어버린 신남이다. 나보다 한 달 전 제너시스를 산 부면장은 점심때 밥도 안 먹고 양가죽소재의 행주로 차를 닦고 있었다. 내가 수건으로 닦으니 그걸로 닦으면 흠집 난다고 한다. 그래서 나도 양가죽행주를 사달라고 했더니 알리에서 사면된다고 한다. 알리서 괜히 샀다가 신상 털릴 거 같아서 그냥 부면장이 살 때 하나 내 것까지 구입해 달라고 했다. 하지만 언제가 될지 몰라서 다이소에서 융소재의 차 닦는 수건을 구입했다. 아직은 신차니 먼지가 보일 때마다 닦고 있지만 비 오고 난 후. 흙탕물로 범벅이 될 텐데 그때가 문제다.


차 산지 며칠도 지나지 않았을 때 다. 신차를 산 즐거움을 막 누리고자 할 때 갑자기 확 깨는 말을 남편으로부터 들었다.


 "이제 10년 후 우리의 차는 경차가 될 것이요. 그때는 수입도 없으니.. 우리 형편에 경차를 몰수밖에 없소..그렇게 알고 계시오"



이전 26화 만날 인연은 언젠가 만나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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