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새 차가 도착하기 한 달 전 사무실 남자팀장도 새 차를 샀고 내가 산 후 몇 주 뒤 다른 팀 여직원도 리스로 구입한 새차가 사무실 도착예정이라고 했다. 몇 달간의 간격으로 직원 세 명이 차를 바꾸게 된 것이다. 이렇게 조그만 사무실에 세 명이 새 차로 바꾼 경우도 흔치 않다.
새차가 오기로 예정된 날 그 여직원은 유난히 분주했다. 뭔가를 구하기 위해 이리저리 왔다 갔다 했다. 내 일에 집중하느라 자세하게 물어보지 못했는데 나중에 사무실에 왁자지껄해져서야 그 내막을 알게 되었다. 그걸 전해 듣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전에 타던 차에 기름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새차로 교환하면서 그 전에 타던 차를 회수해가기 때문이다. 새 차가 예상보다 빨리 도착할 것 때문인지 기름을 적절하게 넣지 못한 거 같았다. 여직원이 뭔가를 들고 나타났다. 그건 기름을 담을 통과 긴 스포이드였다. 하지만 자동차의 연료통이 생각보다 깊어서 그것으로는 어림도 없었다고 한다.
그 팀의 팀장이 인터넷으로 뒷좌석에서 기름 빼는 법을 찾아보기도 하고 사무실은 그 남은 기름을 빼내기 위한 이야기로 아주 시끌벅적했다.
그 여직원은 계획에도 없던 출장을 나가야겠다고 하다가 기존 차에 남아있는 기름을 쓰기 위해 여기저기 막 차를 타고 돌아다니기도 했는데 당장 1시에 차가 오기로 했는데 오전 내내 돌아다녀도 원하는 만큼 소모되지 않은 듯했다.
그때 부면장이 한마디 했다.
" 이거 입으로도 할 수 있다"라고 했다. 빨대처럼 입으로 빨면 나온다고. 그 말을 듣자 갑자기 웃음이 났다.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기름을 입으로 빼내려다가 기름을 꿀꺽 삼켜서 응급실 실려가서 기름 빼느라 든 치료비'에 대한 생각이 났다.
결국 입으로도 스포이드로도 빼내지 못했다. 스포이드로 기름 빼내려고 생각 했다는 건 참 기묘하다.
갑자기 지난번 면민의 날 행사 때 목격했던 일이 떠올랐다. 갑자기 내리는 비에 행사가 파장분위기로 가면서 막을 내린 후 전 직원이 운동장 청소를 해야 했다. 다들 청소를 하고 있는데 그 직원은 빈 파란 봉지에 주민들이 먹다 남은 트지도 않은 생수며 음료수캔을 주워 담다 차마 들지도 못할 정도로 무거워졌고 그걸 질질 끌고 가다 파란 봉지가 터져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연출되었기 때문이다.
그때 내가 한마디했다. "이걸 질질끌고 가다 터져서 그 장면을 면장이 본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