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d the gap

책을 읽다 빠진 잡념 속에서 런던 추억 소환

by 얼음마녀

레베카를 알기 전에 대프니 듀 모리 에도 알지 못했고 20세기 영국의 가장 대중적인 작가 중 한 명인 그녀가 쓴 서스펜스 작품들이 히치콕 영화의 주된 모티브가 되었다는 것도 몰랐다.


레베카를 읽은 이후 대프니 듀 모리에 작품들에 관심이 생겨 모처럼 독서휴가를 맞아 '인형', '자메이카 여인숙', '나의 사촌 레이철', '대프니 듀 모리에 단편집'등을 비롯해 그녀의 작품들을 모조리 구입했다.


하지만 읽다 보니 레베카를 따라갈 작품은 없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되는 서스펜스를 기대했지만 예상외로 줄거리 몰입을 못해 완독 하지 못했다. 아가사 크리스티 단편집이나 셜록홈스 시리즈처럼 한번 보면 책을 내려놓을 수 없는 서스펜스를 기대했지만 너무 기대를 크게 했나 보다.


눈은 계속 글을 쫒고 있지만 여러 가지 복잡한 생활 속 잡념으로 인해 결국 중간에 읽기를 포기하고 말았지만 런던을 배경으로 하는 지명들이 나오자 나의 잡념들은 늦은 나이에 시도한 첫 자유여행지 런던에서의 행적들을 쫒아가기 시작했다.



지하철 내에서 다음 역을 알려주는 안내멘트인 'next station is victoria'라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묘한 느낌에 사로잡혔다. 한국에서(요즘도 하는지 모르지만) 한참 '서프라이즈'라는 프로그램이 인기 있었다. 세계 신비한 이야기를 여성 성우가 낮은 음성으로 나레이션 하는 게 이야기의 극적 효과를 더했다.


그 음성과 런던 튜브 내에서 다음 역을 알리는 여성의 멘트 느낌이 비슷하다고 느꼈다. 그렇게 안내멘트 끝나고 나면 아주 촐싹거리는 어투로 뭐라고 하는 남성의 멘트가 나오는데 너무 빠르기도 해서 저게 무슨 뜻인지 그 당시 알지 못했다. '도대체 저런 무슨 말일까....'.


그리고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1년 후에야 그게 열차 간격이 좁으니 조심하라는 "Mind the gap"이라는 걸 우연히 영어책을 보고 알게 되었다. 런던 지하철은 1800년부터 운행하던 거라 입구 열차 간격이 넓어 탈 때 발부분을 조심하지 않으면 그 사이에 발이 빠질 수 있다.


발 조심하라는 그 촐싹거리는 목소리와 역 대합실에서 울러 퍼지는 영어, 그 소리의 기억이 아직까지 나의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 '튜브 역 이름에서도 이국의 도시의 역사 이야기가 가득 들어있어 있을 것 같았다. 빅토리아, 해머스미스, 얼스코트, 코벤트가든, 켄싱턴, 킹스크로스, 리젠트파크, 배런스 코트, 베이커스 트리스 등.


아직도 내 귓가엔 'Mind the gap'


웸블리 스타디움이 저 멀리 보인다
노보텔 웸블리
튜브 내 관광코스 안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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