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리스닝 위해 헤드셋 구입했다

도구는 이제 그만, 본질에 충실하자

by 얼음마녀

작년 초 영어공부를 하기 위해 거금을 들여 소니

노이즈 캔슬링 헤드셋과 소니 mp3를 구입했었다.

새로운 도구로 영어 청취 연습을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구매욕을 크게 자극했었다.

노이즈 캔슬링의 세계는 처음 접해보는거라 완벽히 소음과 단절된 침묵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내 폰과 호환되지 않았다. 핸드폰이 영어 리스닝 도구로 활용하기에 가장 밀접한 도구인데 블루투스 연결이 안 되다니 황당했다. 이런저런 핑계로 노이즈 캔슬링 헤드셋은 애들과 남편이 데스크탑으로 게임할 때 사용하는 것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결국 핸드폰으로 영어 팟캐스트 틀어놓고 소파에 길게누워 흘려듣기 하게 되었다. 집중해서 뉴스 청취해야 하는데 그렇게 그냥 흘려듣다 소파에서 잠이 들거나 멍하니 창밖의 넓고 푸른 하늘을 보다 공상의 세계 속에 빠져 들곤 했다.


그렇게 몇개월 흘려보내다 퍼뜩 정신이 들었다. 작년에 세운 영어 목표가 올해 일상 속에서 이렇게 쉽게 무너지게 할 순 없었다. 얼른 부질없는 방황을 끝내고 다시 마음을 붙잡고 일어서야 했다. 리스닝을 집중해 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그러다 내 의식은 얼마 전 봐 둔 애플 헤드셋 구매계획으로 이어졌다. 그것만 있다면 청취 연습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물건 구입하기 전에 으레 거치는 통과의례처럼 시뮬레이션까지 그려보았다. 헤드셋 끼고 영어 청취하며 운동하는 모습을 그려보았다. 기존 것 보다 더 선명한 음색을 제공해 듣는 나의 귀가 CNN 뉴스 발음을 하나하나 다 캐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게다가 아침에 사무실 출근해서 직원들이 출근하기 전까지 한 시간 정도 헤드셋을 쓰고 청취 연습을 할 수도 있다. 집안일 할 때도 이방 저 방 쓰고 다니며 집안일하고 영어를 듣는다면 그것 또한 일석이조의 기쁨이 아니겠는가.


결국 30만 원 후반에 주고 산 소니 헤드셋을 당근 마켓에 3분의 1 가격으로 팔고 애플 헤드셋을 구입했다. 사이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색이 검은색이었고 그 다음 은색, 금색이고 마지막이 로즈골드였다. 로즈골드는 기본금액이고 나머진 금액이 추가되었다. 같은 성능의 애플 헤드셋이라면 그 어떤 색이면 어때 하며 로즈골드색으로 주문했다.


2주 이상의 기다림 끝에 도착했다. 기대와 다르게 상당히 작은 상자였다. 상자를 포장한 투명 접착테이프는 한자가 박혀 있었다. '설마 중국산 짝퉁인가, 왜 중국에서 배송이 오는 걸까' 온갖 의심도 잠시,

가위를 이용해 꽁꽁 싸매진 뽁뽁이를 조심스레 잘랐다. 하나씩 개봉할때마다 사진을 찍었다. 기존의 시꺼먼 소니와 달리 깜찍하고 콤팩트했다. 전원 버튼을 누르자 바로 핸드폰과 연결이 되면서 득템한 기쁨이 스르르 밀려들었다.


이제 휴일 소파에서 여유 있게 영화 볼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겠지. 오랜만에 헤드셋으로 들어보니 진공 관속에서 나는 듯한 소리에 발음을 좀 더 확실히 캐치할 수 있었고 정신이 분산되지 않고 집중할 수 있었다. 점심때는 체육관에서 헤드셋을 쓰고 팟캐스트 들으며 50분간 여유롭게 운동도 했다.


그렇다면 구입한 지 2주가 지난 지금 내 청취 스킬이 향상되었을까?


처음 기대와 다르게 100% 만족이나 활용도가 크지 않았다. 게다가 헤드셋이 작은 건지 머리에 쫙 끼어 오래 듣고 있으면 귀 부분의 압박이 느껴졌다. 또 사무실 출근해 하루 써보니 그 시간에 한두 명 출근하는데 왠지 시선이 따갑다. 말은 안 해도 도대체 뭔 짓 하는가 하는 의문을 가질 거 같다. 둘째 딸이 이전 헤드셋 성능이 더 좋았다고 하고 큰애는 지금의 헤드셋은 좀 웃기다고 하니 팔랑귀를 가진 나의 마음이 갑자기 심란해지기 시작했다.


'설마 진짜 중국산 짝퉁일까 그래서 성능이 별로여서 내 귀에 영어가 달라붙지 않은 거 아닐까, 어쩐지 좀 저렴했어..' 별별 생각을 하다 영어 청취 스킬 향상에 노력보다 도구에 잠시나마 큰 기대를 걸었던 어리석은 나를 탓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꾸준히 몇 년 계속 듣다 보면 그 언젠가 귀에 달라붙어 영어뉴스를 완벽히 이해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 기대를 하고 있다. 실력자들도 처음부터 잘하진 않았을 테니 말이다. 특히 어학은 시간 투자 없이 한순간에 실력이 쌓아지지 않는다. 작년 영어교육에서도 교육생별 수준 차이도 각자 얼마나 먼저 시작했냐 하는 부문에서도 나타났다.


사실 작년 초반엔 영어를 들을 때 내용 파악하는 것도 어려웠다. 원어민이 말하는것, 특히 미국서 애선스 클락카운티 공무원들이 쏜살같이 쉬임없이 말하는 걸 이해한다는게 나이 오십넘어 영어 시작하면서 엄청난 난관이었다. 영어뉴스 들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우선 당장 들리는 한 문장 한 문장 해석하려 했다들리는 문장 해석하다 다음 문장 놓치기 일쑤였다. 그렇게 하지 않으려 해도 뇌가 그렇게 움직였다.


하지만 이젠 뉴스를 들으면 대충 어떤 내용을 말하는 건지 알게 된다. 뇌가 단어 하나하나를 파악하는 게 아니라 전체적인 맥락을 잡는 쪽으로 변해갔다. 한 인간이 태어나 모국어를 습득해가는 과정도 이처럼 자연스럽게 흡수되는 것과 같을 것이다.


'생생하게 꿈꾸라'라는 희망적인 멘트가 떠올랐다.


내가 지금 미국에 있는 것처럼 상상하며 청취해 보았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헤드셋을 끼고 뉴스 들으며 러닝머신 위를 걸었을 때 CNN 리포터가 하는 말"트럼프가 지금 미국이 Covid-19에 대처하는 게 선도적이라고 하는데 사실인가요?" 전문가에게 물어보자 전문가는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 또 캘리포니아의 Wildfire 좀 봐라 뉴욕 면적의 10배가 타고 있다, 기후변화 등등으로 인해 앞으로 이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다. 블라블라... 마음가짐 조금 달리하니 맥락을 이해하는 분량이 늘어 간다. 뿌듯함도 같이 상승한다. 사실 알아듣기 쉬운 문장이 어쩌다 이렇게 나올땐 순간 내 실력이 상승한거 아닌가하는 착각에 빠질때도 있다. 어쨌든 이렇게 쉽게 캐치할수 있는 문장만 뉴스에 나왔으면 좋겠다.


내가 즑겨듣는 팟캐스트

작년 UGA에서 연수가 막바지에 달했고 드뎌 Final test가 다가왔다. 테스트 시간에 미국인 강사가 영어실력을 향상하기 위해서 넌 앞으로 어떻게 할 거냐고 물어보았다. 엄청난 의욕에 불타 한국에 가면 영어 실력 올릴 수 있는 영어뉴스, 영어책을 많이 보겠다고 강하게 어필했었다. 미국인 제임스는 맞다며 그렇게 하면 된다고 했다. 그렇게 하면 실력이 오를 것이라고 했으니 사실 일 것이다. 작년엔 그렇게 의욕에 불타 그렇게 말했는데 , 올해 업무에 복귀한 후 잡다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이런저런 핑계로 여러권의 원서를 사두고 몇 장 들추다 방치했었다. 이제 다시 의욕을 충전하고 영어가 나의 취미이자 퇴직 후 여가가 될수있게 keep g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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