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 " Blacklist"를 보며 또다시 미드폐인이 되다.
미드의 세계에 들어온 지 겨우 반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한번 이 세계를 알아버린 이상 빠져나갈 수 없다. 나 역시 미드폐인이 되었다. 영어공부를 재밌게 해 보고자 아무런 정보 없이 몇 날 며칠을 서칭 하다가 넷플릭스의 바다에서 우연히 건진 미드가 바로 ' Blacklist '였다. 알고 보니 인기 미드였다.
내가 이 미드에 빠진 건 바로 매력적인 마초 '레이몬드 레딩턴 때문이다. 극 중 그의 역할을 보면 그가 엄청난 매력을 가진 남자라는 걸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가 없다면 블랙리스트가 지금과 같은 유명세를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가 내뿜는 카리스마적 매력은 엄청난 몰입을 불러일으키고 그가 보여주는 말과 행동들은 도저히 그로부터 빠져나올 수 없게 만든다. 혹자는 대부의 알파치노 이후 그런 느낌을 가진 배우라고도 했다. 결국 내가 빠진 남자가 레딩턴인지 제임스 스페이더인지 분간할 수 없는 상태까지 이르게 되었다. 어쩌면 스페이더보다 레딩턴에 더 빠져버렸는지 모른다. 정신 차려야 한다. 레딩턴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인간이다.
어느날 FBI가 그렇게 찾고자 했던 지명수배자 ' 레이몬드 레딩턴'이 제 발로 나타나 자수한다며 찾아온다. 거물급 테러리스트를 붙잡는데 자신이 정보를 제공해 공조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조건은 단 하나 '엘리자베스 킨(리즈)'이라는 여성 요원하고만 일을 하겠다고 한다. 왜 하필 리즈일까. 그의 어린 시절 애칭까지 알고 있는데 혹시 부녀관계가 아닐까 그렇게 시청자의 호기심을 쓰는데다 가만보면 제작진은 천재가 아닌가 생각도 하게 된다.
머리숱이 없는 빡빡 민 머리에 중절모 , 로렉스 시계와 고급 양복에 시거를 문 거물급 수배자 레이몬드 레딩턴은 카리스마를 온몸에 휘감고 있다. 꿈을 꾸는듯한 몽상가 같은 눈빛 , 얇지만 선이 굵은 입술을 가진 그는 말을 할 때마다 고개를 추켜올리고 말하는 것뿐 아니라 볼을 씰룩거리기도 하는데 그 모든 게 그의 풍채와 조화를 이룬다. 눈은 진실을 알고 있다는 오만하면서도 모든 걸 꿰뚫어 보는 눈빛이다.
건달들이 아닌 진짜 테러리스트만 상대하는 그가 제공하는 모든 정보를 통해 해 연방 수사요원들은 극악무도한 테러리스트 진압에 매번 성공한다. 그의 역활이 없다면 수사요원들의 성과는 확신할수 없다게다가 인문학적 대사를 내뿜는 걸 볼 때 지적 수준 또한 상당하고 모르는 게 없어 보인다. 하지만 배신과 악의 축에는 단호하다. 총을 한방 쏘는 것도 아니다. 탕! 탕! 탕! 지금 죽여야 해 하고 심장이 벌렁벌렁할 때 어김없이 그는 실행한다. 협상할 시 테이블에 권총을 두고 중절모를 얹혀 놓는다. 항상 받춰입은 슈트 속 조끼가 그렇게 어울리는 남자를 본 적 없다. 총을 쏘는 모습 자체도 예술이다.
하지만 더욱 강렬하고 치명적인 매력은 바로 그의 목소리다. 원래 영어라는 언어가 울림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의 목소리는 낮은 울림과 부드럽게 혀를 다른 사람보다 더 굴리는 그의 발음을 듣고 있으면 과연 어느 누가 그의 감미로운 목소리를 따라올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다. 상당히 고급영어를 구사하는거 같다.
회가 거듭할수록 그의 천재적 계략과 적을 앞에 두고 끊임없이 인생을 깨우치게 하는 말을 해준다. 왜 그렇게 말이 많냐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총을 들고 피를 흘리면서도 그는 멋스러운 양복을 입고 있다. 리지가 자신과 같은 길을 가지 않았으면 하지만 이미 엄마도 러시아 KGB요원이었는지라 피는 속일수없다. 범죄 소탕에 그 둘의 활약은 환상의 케미를 이루는데 단 한시도 한눈팔 수 없을 정도다. 간간히 보이는 안타까운 눈빛, 리지를 위해서는 목숨까지 내놓을것처럼 보인다. 왜 레딩턴은 리지를 보호하고 리지앞에 나타났는가. 그들의 관계의 비밀을 시즌4 후반부에서야 알게될 것이다. 시즌1부터 시작된 복선이 혹시 하는데 아닌가 하다가 결국 시즌4에서 밝혀진다.
블랙리스트에 점점 빠져들자 레이몬드 레딩턴 역할을 한 이 제임스 스페이더라는 남자가 너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부모님은 사립학교 교사였고 어린 시절을 학교 사택서 보내고 가족들 대부분이 교사이고 뉴욕에서 요가학원을 운영하다 결혼해서 아들 둘이 있으나 이혼하고 전직 배우와 결혼해 현재는 7살 정도 되는 나이의 아들이 있다. 파파라치들이 찍은 그가 가족들과 개를 데리고 거리를 걸어가는 모습은 영락없는 아저씨다. 하지만 드라마의 역할이라는 게 원래 현실에는 거의 없는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지라 그렇게 완벽한 '레이몬드 레딩턴'으로 분해서 그의 매력에서 빠져나올 수 없게 만든다. 드라마와 현실을 구분해야 하지만 난 드라마의 '레이몬드 레딩턴'에서 빠져나오고 싶지 않다. 아니 빠져나올 수가 없게 된 것이다.
또 더 놀라운 건 그가 과거 출연한 영화나 드라마를 보니 세상에 그런 꽃미남이 따로 없다. 과거 머리숱이 많을 때 그의 동영상을 보면 지금과 눈빛이나 말하는 스타일이 크게 달라진건 없다. 그 당시엔 약간 의 수줍은 모습이 보이지만 지금은 노련미가 보인다몇년전 방송자료와 비교해볼 때 현재 그의 모습은 세월을 훌쩍 뛰어 넘은거 같다. 실제 나이 60인데 레딩턴도 실제 자신의 생년월일과 같다는 것이다. 저렇게 젠틀하고 멋진 모습으로 나이 들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놀랍다. 노년의 자신을 즐기고 있는 것 처럼 보인다. 오히려 현재 머리를 밀어버린 모습이 훨씬 잘 어울린다. 그가 유명한 이유 중 또 하나는 과거 그가 상당한 꽃미남이었다는 것이다. 저 무수한 머리숱은 왜 사라졌을까.
어쩌면 레이몬드 레딩턴은 여성들에게 돈 많고 능력 있는 아버지의 환상을 심어주기도 한다. 다른 나라와 협상할 만큼의 돈이 그에겐 있다. 직장에서 저렇게 테러리스트의 세세한 정보를 다 알고 소스를 제공해주는 든든한 사람이 있다는 것에 리지 요원에게 부러움이 들기도 한다. 어찌됐건 지금 자나깨나 내 머릿속은 온통 레딩턴 생각이다. 저 멀리 레딩턴이 걸어오는 상상 할 정도로 내 상태가 심각하게 되었다.
그에 대한 모든 정보를 검색하다 몇년 전 어벤저스 2에 출연한 배우 수현의 방송 기사를 보게 되었다. 제임스 스페이더는 그 당시 어벤져스2에서 울트론 역활을 했었다. 수현에게 ' 너의 웃은 모슨은 정말 달과 같다'라고 했다니 낮고 부드럽게 혀를 엄청 굴리며 젠틀하게 말했을텐데 내가 마치 그 자리에 있는 느낌이다. 또 작년 조지아주 애선스 클락 카운티에한달가량 머물렀을때 그곳에 로컬 맥주 브루어리인 ' 컴포트 브루어리 '가 있다. 그곳은 내가 머물렀던 숙소와 가까워서 마음만 먹으면 걸어서 걸수 있는 곳이었다. 오전에 모르고 갔지만 12시부터 오픈이라 들어가지 못했다. 그곳에서 어벤져스2 촬영팀이 맥주를 마셨다고 들었다. 내가 영어를 유창하게 잘해 그곳에서 그들과 합석해 특히 제임스 스페이더와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는 상상을 했다. 그렇다 내 상태는 중증이다. 이 열정을 오로지 영어실력 향상을 위해 쓰면 좋으련만.
25일 오전 방송된 SBS '접속! 무비월드-영화는 수다다'에서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벤저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이하 '어벤저스 2', 조스 웨던 감독)에서 닥터 헬렌 조 역을 맡은 수현이 출현해 영화 속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수현은 "'어벤저스 2'에서 가장 좋았던 배우는 역시 울트론의 목소리 연기를 한 제임스 스페이더다"라고 언급했다. 그는 "스칼렛 요한슨도 제임스 스페이더가 등장하니 입이 딱 벌어지더라. 목소리가 정말 멋있다"며 "제임스 스페이더가 내게 해 준 말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말은 '클라우디아, 당신의 미소는 정말 달 같아'라고 해줬다"라고 수줍게 고백했다. '어벤저스 2'는 더욱 강력해진 어벤저스와 평화를 위해서는 인류가 사라져야 한다고 믿는 울트론의 사상 최대 전쟁을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크리스 헴스워스, 스칼렛 요한슨, 사무엘 L. 잭슨, 크리스 에반스, 제레미 레너, 마크 러팔로, 코비 스멀더스, 엘리자베스 올슨, 제임스 스페이더, 애런 존슨, 토마스 크레취만, 돈 치들 등이 가세했고 한국 배우로는 수현이 출연한다. 전작에 이어 조스 웨던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