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복의 유혹에 빠지고 말았다.
그동안 요가는 내게 맞지 않은 운동이라고 생각해 별 관심이 없었지만 나이 들어 하는 운동의 최종 종착지는 요가가 최고인듯 했다. 헬스에 비해서 살이 빠지는 속도가 더디지만 안에서 조용히 근육을 만들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인내심을 가지고 길게 잡고 마음에도 평정심을 불어넣고자 하루도 결석 않고 꼬박꼬박 다니고 있다.
호흡하는 것도 쉽지 않고 가끔 어지럽기도 하고 굳은 몸을 이리저리 비틀어야 하는 게 여간 고통스러운 게 아니다. 그런 고통에 비해 당장 가시적인 다이어트 효과도 보이지 않는다. 지금 거의 두 달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부기는 잘 빠지지도 않고 그렇다 할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욕심을 가지고 다급한 마음을 먹으면 몇 달 하다가 그만두기 십상일 거 같다. 나 역시 3개월만 채우면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이 슬슬 들기 시작했다.
어느 날 요가원 들어서자 원장은 귀신같이 내 속마음을 알아챘는지 내 골반이 많이 틀어졌다고 하면서 요가 시작하기 잘하셨다며 계속적으로 동작보다는 호흡에 집중하면서 해야 좋아진다는 말을 했다. 아마 3개월 끊은 회원들 중 변화가 보이지 않는 회원들이 한 달 앞두고 두 달쯤 되면 그만둘까 하는 생각을 시작하는 시기라는 걸 알고 있는 듯했다.
또 그날 요가를 마친 후 준비해준 차를 마시고 카운터 앞을 걸어 나오는데 웬 여성이 요가원 재등록을 하고 있었다. 작년에 이용하고 올해 재 등록하려는 거 같았다. 카운터 앞에 있는 스툴에 앉아 팔은 카운터 위에 두고 기대 있었는데 요가를 안 다녀도 될 만큼의 완벽한 몸매에 긴 생머리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광고에서 보듯 옆에서 사람들이 나오니 그쪽으로 얼굴을 돌리는데 얼굴 또한 미인형이었다. 그걸 본 순간 저런 여자들도 요가하는데 내가 요가를 끊을 수 없지 저 여성이 저 몸매가 된 데는 요가를 열심히 다녀서일 거야 하며 3개월만 하고 그만두자는 마음을 조용히 접고야 말았다.
과거 몇 년 전 요가를 잠깐 했을 때는 굳이 요가복이 필요한가 하며 티셔츠와 몸에 붙는 운동복 종류를 입었고 얼마 후 바로 그만두었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요가원에 전시되어 있는 요가복을 비롯해 총 6개의 상하 요가복을 인터넷을 통해서 구입했다. 미니멀 라이프 한다고 이것저것 버려두고 요가복은 날로 늘어나고 있었다. 때론 요가복 상의를 입고 재킷이나 니트를 걸치고 사무실 출근을 하기도 했다. 남들은 알지 모르지만 사실 너무 편했다. 나이가 드니 옷의 무게 또한 힘들게 느껴지는지 가벼운 옷들을 선호하게 되었다. 이제 요가복을 평상복으로도 입을 정도로 요가복은 충분하니 더 이상 구입할 일이 없을 줄 알았지만 그건 오산이었다.
추석명절을 맞아 서울시댁에서 차례를 지내고 수십 년 만에 중고등 딸들은 자유이용권을 끊어 저녁 9시까지 롯데월드에서 보내겠다고 한다. 그렇다면 나는 어디에 있어야 하는가. 결국 롯데월드 몰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아이쇼핑을 하면서 만보를 걷고자 했다. 그렇게 우연히 어느 매장 앞을 가는데 다른 매장에 비해 사람들도 간간히 있었고 외부에서 본 옷들이 한눈에 정말 질 좋은 요가복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남성용도 있고 여성용도 있는데 손님들이 끊임없이 왔다 갔다 했다. 궁금해서 가보니 제품 질도 좋고 가방을 비롯해 패딩, 사파리도 있어 평상복으로도 입기 좋아 보였다. 그렇게 충동적으로 그곳에서 회사에도 입고 다닐 수 있는 편한 요가 바지와 백팩을 구입했다 네이비색 요가 바지도 좋아 보였지만 그것까지 구입하면 부담스럽고 가격 또한 만만치 않아서 구입하지 못했다. 아시아 핏도 있고 보니 우리나라 제품은 아닐 것이고 미국 제품 인가 했다. 집에 와서도 그때 못 산 네이비 요가 바지를 검색해보니 바로 룰루레몬이라는 캐나다에서 론칭한 요가복 전문 브랜드였다. 홈트가 유행하자 미러라는 사업체와 컬래버레이션으로 회원들에게 거울을 통해 홈트 할 수 있는 서비스는 해외에서 하고 있는데 아직 우리나라는 들어오지 않았다고 한다. 홈페이지 브랜드 스토리엔 다음과 같이 적혀있다.
OUR VISION
1998년 캐나다 밴쿠버에서 탄생한 룰루레몬은 요가에서 영감을 받은 프리미엄 기능성 스포츠웨어 브랜드입니다. 키칠라노(Kitsilano)라 불리는 동네의 한 건물에서 낮에는 디자인 스튜디오로, 밤에는 요가 스튜디오로 시작했죠. 그리고 2000년 11월, 키칠라노 4번가에 첫 스토어를 오픈하며 룰루레몬이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 '스웻 라이프'를 본격적으로 알리게 되었어요.
OUR PRODUCT
20년 전 요가웨어 디자인으로 시작한 룰루레몬은 현재 러닝, 트레이닝, 사이클링 등 다양한 운동을 타깃으로 하는 프리미엄 남녀 기능성 스포츠웨어를 디자인하고 있습니다. 필드에서 활약 중인 운동선수와 강사들 그리고 게스트로부터 끊임없이 피드백을 받아 아름다운 디자인은 물론 기능, 소재, 핏, 느낌 그리고 퍼포먼스에 중점을 두고 운동에 열정을 가진 모두를 위한 제품을 제작하고 있죠. (룰루레몬 디자이너들은 누구보다 스웻 라이프를 즐기는 이들이랍니다.)
그렇게 구입한 룰루레몬 평상복 겸 요가 바지는 꽉 쪼인 요가 바지가 아니라 정말 편한 데다 사람들이 요가복인지 눈치채지 못한다. 이 바지 위에 셔츠와 재킷을 입고 운동화를 신으니 딱 시골 면서기에게 맞는 복장이다. 마음은 이제 룰루레몬 브랜드 평상복 겸 요가 상의를 평상복 재킷 속에 입어야겠다는 욕심이 들기 시작했다. 요가복 전용이라기보다는 활동적인 퍼포펀스를 위한 기능성 스포츠웨어라 부르는 게 좋을 거 같다.
내 손은 재빠르게 핸드폰을 이용해 그 네이비 요가 바지와, 편하게 재킷 속에 입을 수 있는 상의를 주문하고 있었다. 하지만 국내 브랜드와 달리 체격이 큰 서양인 소비자 위주라 사이즈가 커서 1주일을 기다린 끝에 받은 요가 바지와 상의는 너무 컸다. 교환은 안되고 반품 후 재주문 해야 한다. 겨우 전화로 반품 신청을 하고 택배가 수거하기를 기다려야 한다. 홍콩에서 배달 오는지라 배달되기까지는 한 1주일을 기다려야 한지만 기다릴 수 없어서 반품 수거 오기 전 미리 한 사이즈 줄여 다시 주문해버리고 말았다.
그동안 무분별하게 구입한 요가복이 상당하여 이젠 쉽게 그만둘 수도 없다. 당분간 이 요가복으로만 버텨야겠다. 더 이상의 요가복 쇼핑은 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