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한 몸이었던 우리, 함께 울고 웃으며 자란다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 나는 종종 배 위에 손을 올린 채 가만히 아이의 움직임을 느껴보곤 했다. 지금 아이는 무얼 하고 있을까? 왜 이렇게 조용하지? 자고 있는 걸까? 그리고 이따금 아주 얕은 심장박동이 느껴질 때도 있었다. 이것이 나의 심장소리인지 아이의 심장소리인지 알 순 없었지만, 분명한 것은 아이는 내 안에서 살아 숨 쉬고 있었다. 나는 두 개의 심장을 품고 내 인생에서 가장 두근거리는 날들을 보냈다.
아이가 태어난 이후에도 우린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는 듯했다. 내 품에서 곤히 잠든 아이를 살며시 내려놓을 때마다 아이는 자지러지게 울었다. 엄마가 보이지 않으면 울었고 모든 순간마다 나를 찾았다. 아침에 눈을 떠도 아이가 깰까 봐 숨죽여 다시 자는 척을 했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내가 잠에서 깨면 아이도 곧이어 뒤척이며 일어나 나를 바라보았다. 나와 눈이 마주친 아이는 방긋 웃었고, 나는 아이를 포옥 안아주었다. 우리는 여전히 연결되어 있음을 느꼈다.
하지만 어떤 불순물도 없이 밝았다고 말할 수 있는 한 순간을 택한다면 갓 돌이 된 아이와 나란히 누워 맞았던 오래전 여름의 새벽일 거라고 그녀는 그때 생각했다. 아침 빛에 저절로 떠진 그녀의 눈이, 미리 깨어 있던 아기의 검은 눈과 마주쳤었다. 왜 그랬는지 그날따라 아기는 보채지 않은 채 그녀가 눈을 뜨길 기다리며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둘의 눈이 마주친 순간 아기가 소리 없이 웃었다. 그렇게 절대적인 믿음이 담긴 웃음을 그녀는 그날 처음 보았다. 흔히 말하는 절대적인 사랑은 모성애가 아니라 아기가 엄마에게 품은 사랑일지 모른다고, 신의 사랑이란 게 있다면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_한강 <작별>
아이를 낳고 키우며 가장 힘들었던 것은 자주 나 자신의 바닥과 마주한 것이었다. 아이들은 엄마를 절대적으로 믿고 사랑했다. 내가 아무리 짜증을 부리고 화를 내도 아이들은 이내 내 품에 안겨 아낌없이 사랑을 주었다. 그럴 때마다 내가 얼마나 못난 엄마인지 깨달았고 괴로웠다. 못난 나 자신을 마주할 때마다 생각했다. 엄마가 되지 않았다면 나는 나 스스로를 꽤 괜찮은 사람이라 착각하고 살았겠구나. 아이를 키우는 일은 나 자신을 키우는 일이기도 했다.
어느 날 첫째가 학교에서 재미있는 미션을 받아왔다. “꼬꼬알을 지켜라”라는 미션이었는데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날계란을 나눠주고 일주일 동안 깨트리지 않은 사람에게는 선물을 준다고 했다. 아이는 제 몸처럼 소중히 계란을 지켰지만 결국은 깨지고 말았다. 대성통곡하는 아이가 안쓰러우면서도 귀여웠다. 선생님은 왜 이런 미션을 주신 걸까? 아이들에게 소중함을 일깨워주기 위함이었을까?
며칠 후 첫째의 공개수업에 참여하며 미션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선생님이 일주일 동안 꼬꼬알을 지키라는 미션을 주었는데 지킨 친구? 선생님이 왜 이런 미션을 주었을까요?”
아이들은 저마다 천진한 대답을 했다.
“선물 받으려고요.”
“배고플 때 먹으라고요.”
선생님은 빙긋 웃으며 모니터에 사진 한 장을 띄웠다. 아이를 임신한 엄마의 사진이었다.
“일주일 동안 알을 지키는 일이 무척 어려웠지? 그런데 엄마는 10개월 동안이나 너희들을 지키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셨어. 아기가 혹시 아프지 않을까 먹고 싶은 것도 못 먹고, 항상 조심했지. 그러니까 부모님에게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해요. 선생님이 꼬꼬알을 지키는 미션을 준 이유예요.”
교실 뒷자리에 앉아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울컥했다. 그래, 저렇게 소중하게 지킨 내 아이가 어느덧 초등학생이 되었구나. 그동안의 시간들이 스쳐 지나갔다. 언제 걸을까, 언제 말할까, 언제쯤이면 알아서 밥을 먹을까… 그런 시간들은 다 지나간다. 잠자리에 엄마가 곁에 없으면 귀신같이 알고 깨서 울던 아이가 이제는 흔들어 깨워야 겨우 눈을 비비고 일어난다.
이제는 아이와 연결된 보이지 않는 끈이 느슨해졌음을 느낀다. 그러다 어느 날 아이는 그 끈을 완전히 놓고 자신만의 세상을 향해 달려갈 것이다. 이제는 그 끈을 놓을 준비를 해야 할 때이지 않을까. 한 때는 한 몸이었던 우리가 서로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날, 그날을 건강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