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고민은 쉬어갑니다

일이냐 가정이냐? 워킹맘의 난제 해결

by 라블리



철없던 어린 시절, 내가 상상한 어른이 된 나의 모습은 꽤 근사했다. 학창 시절 나의 꿈은 건축 디자이너였다. 멋진 집을 설계하고 현장을 누비며 도면을 펼치고 현장을 점검하는 프로페셔널한 나, 컴퓨터 앞에서 뚝딱뚝딱 뭐든 해내는 나, 또각또각 구두를 신고 정장을 입은 세련된 나. 그런 나의 모습을 그렸다. 내가 그린 어른이 된 나의 모습은 딱 거기까지였다.



원하던 대학을 가지 못해 수능을 세 번이나 보던 시절에는 오직 내 인생은 대학만이 전부였다. 대학만 가면 내가 그리던 그 어른의 모습으로 살 수 있을 거라 굳게 믿었다. 물론 꿈에 그리던 건축학과는 발도 들이지 못한 채 점수에 맞춰 팔자에도 없던 컴퓨터공학과에 가게 되었지만, 복수전공이라는 킥이 내게는 남아있었다. 실내건축을 복수전공으로 하며 내가 원하던 꿈에 조금씩 가닿을 수 있었다.



취직을 했고, 내가 그리던 그림은 모두 환상이라는 것을 진작에 알아챘다. 그럼에도 나는 또 다른 예쁜 그림을 머릿속에 그렸다. 30대 언저리에는 결혼을 해서 알콩달콩 예쁜 가정을 꾸리며 살아가는 동화 속 모습을.



원하던 나이에 좋은 사람을 만나 (우여곡절 끝에) 결혼을 했다. 결혼을 했으니 당연히 아기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생각하는 예쁜 그림 속에는 당연히 아이들도 있었기에... 아무런 걱정도 고민도 없이 아기를 가졌고 나는 그때까지도 마냥 행복에 젖어있었다. 출산 이후 다가올 어마어마한 후폭풍들은 생각도 못한 채로.



첫째가 내년이면 10살이 된다. 내가 그동안 어떻게 아이를 키웠는지 모르겠다. 정신없이 아이를 키우며 세월이 흘렀다. 10년 가까이 아이를 키우며 사라지지 않는 단 하나의 고민은 일이냐 가정이냐의 고민이다. 일도 가정도 모두 놓을 수 없는 워킹맘의 삶. 이것은 내가 단 한 번도 상상해 본 적도 또한 이렇게 죽을 만큼 힘들 거라는 것은 더더욱 몰랐던 삶의 영역이다. 최근에는 그 정도가 심해져 아침에 눈을 뜨는 것조차 괴로워졌다. 또 하루가 시작된다는 것이 미치도록 괴로웠다. 점점 회사의 일에 과부하를 느끼며 집에서조차 일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되자 나는 거의 미쳐버리게 된 것이다. 그 예민함과 스트레스는 결국 아이들에게 향했고 그 자책감이 나를 또 갉아먹기 시작했다.



현 직장을 다니며 지금까지 두 번 퇴사 선언을 했다. 도저히 못하겠다고... 그러나 결국 다시 나는 일을 택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같은 질문 속에 빠진 채 허우적거렸다. 그리고 마침내 세 번째 퇴사 선언을 해버렸다.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더는 못 해 먹겠다. 당장 돈이 궁해지겠지만, 이제는 그런 고민조차 집어치우고 싶다. 그저 나와 아이들을 온전히 돌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뿐이다.



나의 선택이 과연 옳은 것일까. 나는 또 수없이 고민을 해본다. 그리고 이런 고민을 나만 하고 앉아 있는 게 분통이 터져 여기 이곳에 내 마음을 쏟아낸다. 나를 부디 응원해 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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