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는 말을 예쁘게 해서 좋아요."
둘째 어린이집 상담을 갔을 때 선생님은 둘째가 차분하고 야무진 아이라고 칭찬했다. 그리고 친구들이 참 좋아하는 친구인데, 모든 아이들이 하나같이 말을 예쁘게 해서 좋다고 말했단다.
둘째는 어릴 때부터 예쁜 말을 곧잘 했다. 특히 예쁜 말 3종세트인 '고마워, 미안해, 사랑해'를 아주 잘 말하는 아이였다.
"엄마, 맛있는 간식 사줘서 고마워."
"아빠! 머리 잘랐네! 정말 멋지다."
"언니야, 미안해."
그리고 종종 "엄마!"를 불러서 "왜?"하고 대답하면 "그냥. 사랑해서 불렀어."라고 말해 나를 자주 심쿵하게 만든다.
둘째라서 더 귀엽고 사랑스럽지만, 예쁜 말이 그 사랑을 더 증폭시킨다. 어떻게 이렇게 예쁘게 말할까? 신기하다. 그렇게 하라고 시키지도 않았고, 특별히 뭘 더 교육시킨 것도 아닌데. 똑같은 환경에서 똑같이 키우는데 첫째보다 둘째의 언어가 남다른 것은 부모의 입장에서 그저 신기할 뿐이다.
어제저녁에는 둘째 목욕을 시키고 옷을 입히는데 이렇게 말했다.
"엄마! 아직 목욕 안 했지?"
"응, 너희들 씻기고 이제 해야지"
"엄마한테 먼지 냄새가 나."
여름이라 땀도 났을 테고, 아침에 머리도 못 감아서 조금 냄새가 났나 보다. 아이가 "엄마한테 냄새나!"라고 말했다면 나는 꽤나 무안하고 속이 상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먼지 냄새가 난다' 라니... 얼마나 멋진 표현인지! 문학적인 재능을 가진 것일까? (혼자 또 북 치고 장구 치는 엄마)
둘째를 가졌을 때, 특별한 태교를 하진 않았다. 그건 첫째도 마찬가지였지만. 다만 둘째 때는 새벽에 일어나 책을 읽고 글을 썼다. 첫책 출간을 위해 읽고 쓰고 또 읽고 다시 쓰는 지난한 시간을 보내던 시절이었다. 어쩌면 그때 내가 읽고 쓰던 수많은 단어들이 아이의 세포 속에 조금은 각인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조금 더 좋은 말, 상대를 배려하는 말, 기쁘게 하는 말을 알려주지 않아도 하는 것을 보면 그럴 가능성이 아주 없는 것 같진 않다.
나는 말을 아끼는 편이다. 주로 내 안에서 말이 맴돌 뿐 밖으로 내뱉는 말은 적다. 굳이 필요하지 않은 말은 안 하려고 하고, 꼭 해야 할 말은 마음을 굳게 먹고 내뱉는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말을 잘 꺼내지 못해서 힘든 순간도 많다. 그런데 둘째를 보며 느낀다. 상대를 향한 예쁜 말은 아끼지 말고 내뱉어야겠다고. 둘째의 예쁜 말은 모두를 행복하게 한다. 아주 사소한 작은 말이더라도, 그 말은 들은 상대의 기분은 하늘을 날듯 행복하다. 적어도 상대를 향한 칭찬과 감탄만큼은 아끼지 말아야겠다.
오늘도 고맙고 사랑한단 말을 아끼지 않는 둘째를 보며 엄마는 배운다. 예쁜 말이 주는 힘을, 그 힘으로 오늘을 또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