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하고 싶은 일

이토록 사소한 나의 소원

by 라블리



내년 2월이면 나의 워킹맘 생활은 잠정 휴식기에 돌입힌다. 워킹맘으로 살면서 가장 부족했던 것은 시간이었다. 엄마로 사는 이들은 모두 시간이 부족하지만, 특히나 워킹맘은 시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 미치도록 괴롭다. 매일 아침마다 종종걸음으로 아이를 등원시키고 출근하느라 진을 뺀다. 퇴근할 때는 늘 심장이 오그라든다. 퇴근 시간은 다가오는 데 밀린 업무를 처리하느라 정신이 없고, 그러다 조금이라도 늦어지면 아이들이 기다릴까 급하게 달려가야 했다. 남들보다 서둘러 퇴근하며 눈치는 눈치대로 보고 마음은 마음대로 졸이고, 제 명에 살 수 있을까 싶은 워킹맘 생활.



이제 이 지긋지긋한 생활로부터 해방이다. 아침에 내가 지각할까 봐 아이들을 들볶지 않아도 되고, 더 이상 아이들이 엄마를 목놓아 기다리게 하지 않아도 된다. 시간 부자가 될 생각에 벌써부터 행복하다. 이제 퇴사를 하고 여유로운 시간이 생기면 난 무얼 해야 할까. 내가 하고 싶었던 일들은 이런 것들이다.



1. 문화센터 가기

아이들을 보내고 여유롭게 문화센터에 가는 것은 내가 늘 꿈꾸던 일이었다. 평일 문화센터는 내가 결코 발을 들일 수 없는 곳이었다. 여유롭게 문화센터에 다니며 운동을 하고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며 사는 엄마들이 나는 늘 부러웠다. 나에게도 저런 여유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젠 그 소원을 이룰 수 있다! 아이들이 집에 없는 시간 동안엔 이제 내 세상이다!!!! 하고 싶은 거 다 할 수 있다. 상상만 해도 왜 이렇게 웃음이 날까. 내년도 프로그램표를 훑어보며 무얼 수강할까 콧노래를 부른다. 행복하다.


2. 도서관 가기

평일, 나 혼자 도서관에 가서 실컷 책 보는 것 또한 나의 소원이었다. 일하면서 틈틈이 독서를 하고 있지만 사실 책 읽을 시간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여유롭게 방해하는 사람 없이 실~~ 컷 책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또 도서관에서 하는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도 늘 평일이라 도저히 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았는데 이젠 다 참여할 수 있다. 왜 좋은 건 다 평일에 하는 거냐고!! 갑자기 화가 나지만, 이제 나도 누릴 수 있단 생각을 하면 다시 마음이 편안해진다. 여기저기 동네방네 모든 도서관에 다 가봐야겠다. 어디부터 가볼까?


3. 평일 점심약속 잡기

나도 이제 평일 점심에 누군가를 만날 수 있다. 그동안 미뤄왔던 약속들을 이제 다 잡아버릴 것이다. 평일 점심을 회사가 아닌 밖에서 보내는 상상을 하니 입이 찢어질 것 같다. 저와 만나실 분 예약해주세요^^


4. 집 정리하기

워킹맘으로 살면서 집에 들어오면 눈을 감고 지냈다. 그냥 안 보는 것이 마음이 편했다. 여길 봐도 너저분 저길 봐도 너저분 볼 때마다 한숨밖에 안 나오는 집. 깔끔하게 정돈된 집은 언제나 로망이지만 나는 그렇게 할 에너지가 전혀 없었다. 아이들 물건은 자가분열을 하는 것인지 계속 불어나고, 뭐가 어디 있는지 몰라 같은 걸 또 사는 일도 부지기수... 아 이제 이런 정신없는 집안꼴을 더 이상 두고 보지 않을 것이다. 이제 두 눈 똑바로 뜨고 마음의 여유를 갖고 깔끔하게 정돈하며 살아야지.


5. 여행 가기

현 직장에 일하면서 단 하루도 제대로 쉬어본 날이 없다. 어쩔 수 없이 쉬어야 하는 날에도 업무를 해야 했다. 진짜 지긋지긋하다!!! 가족과 평일에 내가 원하는 날 여행을 떠날 거다. 요즘 어딜 갈까 언제 갈까 고민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어딜 가든 난 행복할 준비 완료. 모든 고민과 걱정은 다 털어버리고 진짜 제대로 이 행복을 누려버릴 테다.






상상만으로도 행복한 퇴사 후 하고 싶은 일들. 참으로 소소한 일들 뿐이다.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언제든 내 시간을 내어줄 수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하다. 내 몸을 둘로 나눌 수도 없어 늘 마음만 쪼개 살던 워킹맘 시절. 쪼개진 내 마음을 이제 다 붙여서 너그럽고 편안한 마음으로 아이들을 품어줘야지. 그동안 주지 못했던 엄마의 시간을 다 내어줘야지. 사실 이것이 가장 하고 싶은 일 중 하나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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