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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vi Mar 10. 2021

은행의 돈통! 계좌와 계정의 차이는 뭘까?

[계정계 금융IT 기초 - 공통용어#2] 계좌와 계정

(본 내용은 금융 IT에 새로이 입문하려는 친구들을 위한 글로서,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끔,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한 과장으로 점된 글입니다. 현실의 History와 아주 많은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계좌가 뭔지는 당연히 알죠! 근데 계정이라는 게 뭔지는 아직도 알쏭달쏭해요...


 계좌와 계정의 차이. 지금껏 은행 고객의 입장에서 예/적금 정도만 접해 왔던 금융업 새내기들이 가장 이해에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다. 고객의 입장에서야, 현금 몇 푼과 통장(혹은 카드)을 들고 창구에 앉으면 금방 계좌에 돈이 꽂히잖은가. 어떤 과정을 통해 돈통에 돈이 쌓이고 무엇을 거쳤는지는 굳이 생각지 않아도 됐었다.

 하지만 금융 실무자로서 창구가 아닌, 창구 뒷편의 사무실이나 IT 부서의 칸막이 안에 앉게 된 여러분들은 무조건, 예외 없이, 절대적으로, 반드시, 그 과정을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저는 수신 업무 담당자가 아니에요!
제 업무는 회계 처리를 안 하는 업무에요!
저는 인프라/아키텍처 쪽이니까 굳이 몰라도 되잖아요!


 훌륭한 핑계거리가 될 수는 있다. 허나 아쉽게도 현업 실무자들이나 업무 관계자들은 화가 필요한 일이 생겼을 때, 상대방이 은행 업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느낌을 받으면 본능적인 피로감을 느끼곤 한다.

 친절히 업무를 설명해주는 현업들은 극소수인 데다가, 그 자리에서 몇 마디 설명을 듣는다고 이해를 할 수 있다면 러 사람 일자리를 잃었을 터다.

 그러니까, 우리는 준비를 해 가야 한다. 얼굴 맞대고 있는 현업이 '아, 요 친구는 최소한 밑천이라는게 존재는 하는구나'라고 느낄 수 있을 만큼만.

 시작은 여기서부터다. 계좌는 무엇이며, 계정이란 무엇인가.


계좌란 은행이 누군가에게 빚을 지고 있음을 표현한 약속이다.

 표현이 살벌하지만, 의미는 옳다. 은행은 항상 빚으로 움직인다. 더 고상하게 표현하자면, 은행의 모든 돈은 채권채무로 흘러간다.
 가령, 김 모 군이 명절에 받은 빳빳한 세뱃돈 만 원을 키위은행의 본인 계좌에 입금할 때를 생각해보자. 경제 관념 철저한 꼬맹이가 본인 자산을 챙기는, 이 훈훈한 광경에선 어디에도 빚이라는 단어가 개입될 여지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계좌에 금액이 찍히는 순간 은행은 계좌의 주인에게 그 금액을 지급할 의무가 생긴다.


 즉, 김 군이 만 원을 입금한 순간 은행은 김 군에게 만 원 만큼을 빚지게 된 셈이다. 그리고 이 빚에 대한 정보, 김 군에 대한 대략적인 정보, 서로가 청산해야 할(!) 빚이 있음을 알려주는 정보들을 공유하고 표현하는 약속을 만들었다. 바로 이 약속이 계좌다.

 점심 식사 직후, "보내줄 테니까 계좌 불러." 라고 말하는 행위는, 풀어서 설명하면 이렇다. "은행이 나한테 갚아야 할 빚이 있는데 이 중에서 점심 값만큼 너한테 갚으라고 얘기해둘게." 라는 말이다.


계정이란 은행 내부에서 돈을 보관하거나 옮길 필요가 있을 때 담는 장부 상의 그릇이다.


 다소 장황한 설명이지만, 눈여겨 봐야 할 키워드는 두 개다. '은행 내부''장부'가 바로 그것.


 은행의 금고를 상상해보자. 커다란 철문 안에 현금 지폐 뭉치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이 중 일부는 모 고객의 예금 계좌에 입금된 현금일 수 있고, 일부는 모 기업에 전달해야 할 현금일 수도, 일부는 ATM마다 채워넣어야 할 현금일 수도 있다.

 그런데 아무 구분 없이 차곡차곡 쌓여있는 돈더미만 보고 '이 중 얼마는 누구에게, 이 중 얼마는 어디에.' 이런 걸 알 수는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반드시 '이 만큼은 어느 용도로 받은 돈', '이 만큼은 어느 용도로 줘야 할 돈'과 같은 것들을 분류하여 장부에 기입해 둘 필요가 있다.


 요렇게 장부에 기입할 수 있도록 용도 별로 분류된 그릇을 바로 "계정"

 그릇. 즉, 계정안에 들어있는 금액을 "잔액"

 계정과 계정의 잔액을 비롯한 각종 정보를 관리하는 장부를 "총계정원장"

 그릇 안에 있는 돈들을 서로 왔다갔다 옮기고, 이를 기입하는 행위를 "계정처리"라고 일컫는다.


 또, 전산 상에서 계정들을 식별하기 위한 고유의 식별 코드를 부여하는데, 이를 계정과목코드(계정코드, Code of Account)라고 칭한다.


 자, 이제 계좌와 계정의 차이를 어렴풋하게 알 것도 같다. 계좌와 계정은 둘 다 돈을 관리하기 위해 달아놓는 일종의 장부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그러나 계좌는 고객 입장에서 받아야 할 돈을 명시한 장부이며, 계정은 은행 입장에서 돈의 위치를 명시하기 위한 장부이다.


 아까 김 모 군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김 모 군이 현금 만 원을 입금한 순간, 은행 입장에서는 아래와 같은 계정 잔액의 변동이 생긴다. 즉, 요렇게 계정처리를 한다.


---------- < 키위은행 장부 > ---------

현금시재(자산) 10000 / 보통예금(부채) 10000


 은행이 빳빳한 현찰로 만 원을 받았으니, 현금의 정보를 관리하는 계정에 잔액이 만 원 증가했다.

 또, 김 모 군이 요청하면 언제라도 키위은행이 만 원을 갚아야 하므로, 은행 측에서는 줘야 할 돈이 만 원 증가한 셈이다. 즉, 보통예금을 관리하는 채무 계정에 만 원, 잔액이 증가한다.

 마지막으로, 김 군과 키위은행 간에 빚이 있음을 명시하는 계좌에 만 원을 찍어주면, 거래는 일단락된다.


 대충, 이런 식이다.


 모든 은행의 입출금은 위와 같은 계정처리를 통해 이루어지며, 그 이외의 다른 업무적인 흐름은 총계정원장에 도달하기 위한 부수적인 과정일 뿐이다.

 누군가 은행업에서 알파와 오메가를 정의하라고 한다면, 알파가 뭔지는 잘 모르겠다만 오메가가 계정처리라는 건 확실하다. 업무의 난이도나 중요도를 떠나서, 결국 돈의 흐름이 최종적으로 도달하는 곳이 총계정원장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계정처리나 회계에 대한 과정은 본 블로그에서 반복적으로, 업무가 연재될 때마다 지겨울 정도로 되풀이할 예정이기에 지금 당장 어렵게 받아들여져도 부담스럽게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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