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자신을 의지처로 삼아라

[휴먼 디자인과 미래]08. 구멍 뚫린 사회 안전망

by 라비스망

■ 국가의 존재에 대한 흔들리지 않았던 믿음이 무너지고 있다


코로나 19의 지역사회 감염이 시작되면서 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이미 우리나라의 방역은 근본적으로 실패했다는것이 전문가들이 말하는 일반론이다. 설상가상으로 향후 쓰나미처럼 환자가 나오면서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의 붕괴가 빨라질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시스템의 붕괴라. 우리는 이 말이 무엇인지 상상이 잘 되지 않는다. 항상 우리 뒤에서 든든하게 울타리가 되어 주었던 소위 '안전망'속에서 살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흔들림 없는 가정이 틀릴 수도 있다는 '충격'을 이미 경험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 사회는 국민연금 고갈에 대한 논쟁으로 시끄러웠다. 국민연금이 현 제도를 계속 유지하게 된다면 오는 2057년에는 기금이 소진된다는 분석을 한창 듣고 있던 와중에 약간의 우려와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언니에게 물은 적이 있었다.


'우리가 지금까지 낸 돈을 받을 수는 있는 거야? 우리 세대는 뭔가 손해를 많이 보는 것 같지 않아? 저거 받으려면 이민을 가거나 사망해야 되는 거 아냐?'라고.


언니는 '우리는 어쨌든 받을 수는 있을 거야. 저걸 못 받으려면 국가가 없어져야 하거든'이라고 쿨하게 답하며 괜한 걱정하지 말라는 사인을 내게 보내기도 했다.


순간 언니의 대답에서 '국가'란 존재가 우리들에게 어떤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는지를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마치 우리가 공기나 물이 없는 세상을 상상조차 하지 않는 것처럼, 우리는 살면서 국가의 부재라는 어떤 가능성도 염두에 둔 적이 없었다는 것을 말이다. 우리에게 있어 국가는 애써 의식하지 않아도 언제나 우리의 버팀목이 되어 준 영원불멸의 울타리 같은 존재였다라는 것을 말이다.


이렇게 국가라는 존재에 대해 오랜동안 품고 있던 우리의 굳건한 가정 혹은 믿음은, 영원히 변하지 않거나 혹은 변해서는 안 되는 어떤 것이었다. 하지만 우리의 선택과 무관하게 결코 흔들리지 않았던 이러한 가정과 믿음이 지금 무너지고 있다.


■ 이미 구멍 뚫린 사회 안전망


사실상 이제껏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 의존하도록 양육되어 왔다. 이는 사회 구성원의 절대다수가 기업, 공공기관 등의 조직의 구성원으로 일해 오면서 국가, 회사, 가족들의 보호를 받았다는 의미인데 혹자를 이를 두고 '고용사회'라고 명명하기도 한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눈으로 보고 있는 것은 그토록 당연하고 영원할 것 같았던 고용사회의 종말이다.


개인의 복지와 일자리를 보장해주며 우리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던 정부의 영향력은 점점 감소되고 있다. 그리고 소위 엘리트라 불리며 만인에게 동경의 대상이었던 의사, 변호사의 입지도 예전만 같지 않아 졌다. 게다가 상시화된 기업 구조조정의 한파로 직장에 잘 다니던 피고용인들은 스스로 살 길을 찾아야 하지만 이전에 축적한 경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를 불투명한 환경에 내던져지게 된다. 어쩌면 앞으로는 자살이나 개인파산과 같은 우울한 기사들이 더 쏟아질지도 모른다.


결론적으로 그동안 우리를 보호해주던 과거의 정부 , 기관 그리고 종교 단체의 안전망에는 이미 구멍이 뚫렸다. 지금 우리는 왠지 모를 굉장한 두려움이 느껴지는 전대미문의 상황을 맞이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저서 린치핀 은 과거의 삶을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는 대량 시대의 이름 없는 톱니바퀴였다. 거대한 기계 속 시스템의 꼭두각시가 되도록 우리는 훈련받았다. 내가 없으면 돌아가지 않을 것 같지만, 그 거대한 톱니바퀴는 내가 없어도 돌아간다. 우리는 시스템의 모든 규칙을 따르고, 노동을 임금으로 바꾸고, 회유, 협박, 사기, 세뇌에 시달렸다. 우리는 대량생산시대의 틀에 박힌 방식에 길들여졌다. 미디어 권력은 소수가 독점했다. 성실함으로 안정적인 일자리를 보장받았다 우리는 이토록 강력한 유혹에 열광했다. 이 모든 것은 학교, 시스템, 정부를 구축했다. 거대기업이 우리를 돌봐주고, 학교 선생님 우체국, 동네가게가 우릴 돌봐줬다. 우리는 시키는 대로 했다'


그리고 이렇게 조언한다.


'앞으로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는다. 열심히 일해도 의지할 곳이 없어진다. 우릴 돌봐줬던 모든 시스템이 물거품이 된다. 지금까지의 길에 대해 한번 의심을 품어봐라.

■ 과거의 믿음에 대한 질문, 그리고 불편한 현실에 대한 직시

이러한 급진적 변화의 때에 가장 위험한 것은 과거 방식, 즉 어제의 관념과 믿음에 대한 '의존'이다.


보통 우리들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혹은 보이는 그대로가 아니라 믿고 싶거나 보고 싶은 대로 보는 경향이 있다. 또한 자신이 몸담고 있는 세계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당연하게 느끼게 만들었던 조건이 오래전에 바뀌었다고 하더라도 그 당연한 것에 더 이상 아무런 질문도 던지지 않는다.


사실상 우리가 지금 경험하고 있는 이 충격은 다양한 분야에서 획기적 기술 등이 가져온 충격이기도 하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생각이나 어제의 관념과 믿음이 받고 있는 충격이기도 하다.


이제 우리는 기존에 당연시했던 것에 질문을 던지면서이 불편한 현실을 직시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이 세상이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보고 싶은 대로 혹은 믿고 싶은 대로가 아니라, 보이는 그대로 바라 볼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그렇게 이 세상을 몇 걸음 물러나서 보게 되면 지금은 변화가 일상이 되는 시대이고, 변하지 않는 유일한 것은 오직 '변화' 밖에 없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작금의 이 시대가 불가피하게 자신과 미래에 대해 기존과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생각할 것을 종용하고 있다는 것도 분명히 알게 된다.


■ 자신의 길에 들어서는 홀로서기의 여정


그래서 이제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각자 스스로 앞에 놓인 미래, 당신의 미래에 대한 진지한 탐구다.


당신은 도대체 누구인지? 앞으로 당신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당신의 미래는 어떤 모습이 되어야 하는지? 등에 대한 것 말이다. 이제는 자신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과 '자기 이해'를 바탕으로 자신의 길에 올바르게 들어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진다.


이를테면 내 과거의 삶의 방식 또는 성공 방정식이 여전히 유효한 것인지를 따져보고 그게 유효하지 않다고 여겨지면 자신의 눈을 새로운 방향으로 과감히 돌릴 용기가 필요하다. 또한 지금까지 품었던 내 안의 욕망이 과연 내가 진심으로 품었던 욕망인지, 이게 자신이 원하는 '진짜'가 맞는지에 대한 본질적인 성찰 또한 불가피하다.


이런 식으로 자신만의 길을 찾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확실해지기 전까지 갈팡질팡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 될 것이고, 그렇게 갈팡질팡 하는 여정 속에서 만일 당신의 가슴을 뛰게 하거나 어떤 진짜라는 느낌이 오게 되면 그 느낌을 따라 흔들림 없는 태도로 성실히 걸어가야 할 배짱과 끈기도 필요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은 자신이 모든 인생의 숙제를 견디고 감당할 수 있는 '홀로서기'의 여정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것은 비단 정신적인 영역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영역까지도 스스로가 책임지는 것을 포함하는 일이다.


즉 자신의 길에 들어선다는 것은 자신의 내면과 불일치 없는 자신의 진짜 욕망을 따라가는 것이고, 동시에 이것은 정신적, 경제적으로 홀로 설 수 있는 역량 모두를 갖추는 것을 말한다.


결국 이렇게 홀로 설 수 있는 사람은, 자신뿐 아니라 타인의 세계 또한 인정하며 보다 풍성한 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게 된다. 서로에게 부족한 점을 채우려고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부족한 대로 완전한 내 모습을 나눌 타인을 비로소 가질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 오로지 자신을 의지처로 삼아라

"자등명법등명(自燈明法燈明)"


석가가 제자들에게 남긴 마지막 가르침이다.


이 말은 누구에게 의지할 생각하지 말고 자신과 법(진리)을 등불로 삼아 의지하라는 뜻인데, 원래는 '등불(燈) '이 아니라 '섬(島)'이었다고 한다. 즉 거칠고 험한 괴로움의 바다에서 안전하고 믿을 곳은 오직 움직이지도 않고 가라앉지도 않는 '섬'밖에 없는데, 자신과 진리만을 섬으로 삼아 정진하라는 가르침이었다고 한다.


지금 이 시대는 우리가 영원불멸하리라 믿었던 정부도 연금도 알고 보니 영원불멸한 것이 아니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마치 우리가 그토록 굳게 믿어왔던 수많은 착각들이 정말로 착각이었다는 것을 허무하게 증명이라도 하듯이 말이다.


그래서 이 시대는 이런 식으로 움직이지도 가라앉지도 않을 믿을만한 자신만의 섬을 찾도록 종용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그 먼 옛날 석가의 가르침처럼 오로지 자신을 의지처로 삼을 수 있도록 말이다.


저서 린치핀」의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당신 안의 지도를 그려라. 현실에 안주하지 마라. 이제 다른 사람의 지지나 허락을 받지 않아도 자신의 일을 할 수 있다. 누구도 대체하지 못하는 소중한 예술을 창조하라. 어떤 이득도 따지지 마라. 당신 안의 창조성을 펼쳐라. 이 길에는 더 큰 보상이 있다. 이 길을 가는 자가 세상을 뒤집을 것이다. '


'그리고 우리 앞에 놓인 새로운 길이 있음을 봐라. 이제는 다양성, 창조성의 시대다. 이것은 새로운 변혁이자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나와 당신의 삶을 위해!

매거진의 이전글미래는 과거와 결코 같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