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너 자신에게 정직하도록 해라

[휴먼 디자인과 미래]09. 프로파일 6의 시대

by 라비스망

■ 우리는 당신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불신한다.


나와 비슷한 또래로 짐작되는 어느 여성 변호사의 일상을 유튜브로 시청하다가 그녀의 씁쓸한 고백을 듣게 됐다.


학문은 삶에 실용적이어야 한다는 학문에 대한 나름의 소신이 있었고, 우리 생활에서 가장 실용적인 것은 '법'이라는 생각으로 변호사가 된 분이셨다. 그런데 현장에서 일을 하다 보니 법이라는 게 이미 신뢰가 없어진 사람들에게 적용하는 어떤 것이라는 것을 절실히 깨닫게 된 계기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더니 그녀는 지금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글쎄요, 좀 씁쓸하네요'라고 하면서 말문을 이었다. 혀끝을 차고 얼굴을 한껏 찌푸리던 그 표정에서 불신이 이미 팽배해진 이 사회를 향한 씁쓸함이 온몸으로 전달됐다.


그 씁쓸함에 나도 덩달아 얼굴이 찌푸려졌다. 줄곧 한국에 살면서 내가 느꼈던 그 씁쓸함과 공명이 되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 한국을 저신뢰 사회로 지목했던 책에 대한 기억이 났다. 미국의 저명한 정치경제학자이자 미래학자인 프랜시스 후쿠야마 스탠퍼드대 교수가 신뢰의 놀라운 가치에 대해 설파한 책 '트러스트(Trust)'다.


그는 그의 저서에서 현대의 각종 법과 경제제도는 필수적이지만 번영을 유지하는 데 충분하지 않고, 제도와 계약은 신뢰가 결합할 때 더욱 효과적으로 작동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는 신뢰 자본의 차이라며, 그는 저신뢰 사회로 한국을 지목했다.


그의 발언 외에도 정부, 공공기관, 언론, 미디어, 대인 등 전 영역에 걸쳐서 한국이 저신뢰 사회임을 입증하는 씁쓸한 조사 결과는 한두 개가 아니다.


<가치관 조사(World Values Survey)>에 따르면 한국 사회에서 지난 30년 동안(1980~2014) '대부분의 사람은 믿을 수 있다'에 동의한 대인 신뢰 비율이 38%에서 그 보다도 낮은 27%로 하락했다.


<한눈에 보는 정부 보고서(2017년)>에 따르면 대한민국 정부 신뢰도는 27%로 OECD 36개 국가 중 33위를 차지했다.


국제투명성기구(TI)가 발표한 <2017년 한국의 부패인식지수(CPI)>는 180개 조사 대상 국가 가운데 51위로 48위를 기록한 아프리카 르완다보다 부패한 것으로 집계됐다. 매우 부패한 나라에서는 일주일에 1명꼴로 언론인이 살해당했다는 결과도 있다.


또한 <디지털뉴스 리포트 2018>에 따르면 한국 뉴스 신뢰도는 지난해에 이어 여전히 조사 대상 37개국 중 꼴찌를 기록하며 신뢰와 진실을 실추시키는 언론을 향한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이러한 조사 결과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말하고 있다.


'우리는 당신이 옳은 일을 하고 있다는 확신도, 약속을 지킬 것이라는 확신도, 어떤 상황에서도 늘 한결같을 것이라는 확신도 없다'


'그래서 우리는 당신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불신한다'


■ 신뢰의 힘

이렇게 신뢰가 실추되고 불신이 팽배해지고 있는 사회 분위기로 인해 우리는 신뢰, 믿음, 진정성과 같은 가치에 더 목이 마른지도 모르겠다.


휴먼 디자인은 앞으로의 사회는 '진정성', '신뢰'의 시대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것은 프로파일 6의 시대를 말한다.


최근에는 코로나 19 사태를 이용해서 자신의 이익을 챙기려는 기짜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 이처럼 자신의 이익 추구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부패한 권력, 진실을 호도하고 가짜 뉴스를 발행하는 언론, 고객들에게 말한 대로 실행되지 않거나 자신의 존재 이유와도 맞지 않는 제품을 파는 기업, 자신의 말 또는 내면과 일치하지 않는 행동을 하는 개인 등 거짓, 위선, 가식으로는 더 이상 그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신뢰란 그들이 주장한다고 얻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사람들은 충분히 그런 신뢰, 믿음, 책임을 다하는 곳을 향해 자발적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될 것이므로 무형의 자본으로서 '신뢰'의 힘은 앞으로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 보이지 않는 신뢰는 이자에 다시 이자를 부과하는 복리의 마법사다. 처음엔 어디 하나 특출 난 구석도 개성도 없이 심심해 보일 수 있으나 시간이 누적되면 그 누구도 무시하지 못할 화려한 광채를 뿜게 되는 것이 바로 신뢰의 힘이기 때문이다.


■ 무엇보다도 너 자신에 대해 정직하도록 하라.

난 오랫동안 그 누구 못지않게 부당하고 부패한 국가, 기업, 사회 탓을 하는 재미로 살아왔다. 그러면서 모든 것이 나로부터 시작된다는 그 흔한 진실도 오랫동안 외면하고 지내왔다.


스스로를 돌아보면 나 역시 내가 비난했던 그들과 별반 다를 것 없는, 그저 길을 나서면 발에 차이는 수많은 위선자 중에 한 명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고 느낄 수 있다.


이 느낌은 누군가를 향한 것이 아닌, 스스로를 향해 혀 끝을 차게 만드는 참으로 씁쓸한 느낌이다. 복리의 마법을 부린다는, 저 좋다는 신뢰를 남들로부터 기대하기는커녕, 내가 나 자신을 두고도 스스로 신뢰할 수 없는 그런 씁쓸한 느낌 말이다.


그런 나에게 폴로니우스가 주는 충고가 오늘따라 가슴에 박힌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너 자신에 대해 정직하도록 하라.

그리고 그렇게 하면 마치 밤이 낮을 뒤따르듯

그러면 너는 다른 누구에게도 거짓되지 않게 될 수 있다.


-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햄릿(Hamlet) 중 폴로니우스(Polonius)



나와 당신의 삶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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