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각자 존재하고 나는 홀로 소멸한다

[휴먼 디자인과 미래]10. 코로나 19 팬데믹과 초변화

by 라비스망

■ 코로나 19 팬데믹과 초변화


만물의 영장이라 스스로 자부하던 현 인류는 지금 위기에 처했다.


지난 12일 세계 보건기구(WHO)가 코로나 19의 팬데믹 (Pandemic)을 선언했다. 코로나 19가 세계적 대유행 상태에 들어섰음을 공식 선언한 것이다.


지금 코로나 19 가 전 세계적으로 초래하고 있는 영향은 충격 그 자체다. 우리에게는 너무 당연했던 세계적 행사를 비롯해서 종교모임, 학생들의 개학까지 연이어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등 경제활동과 이동의 제한으로 전 산업에 걸쳐 전대미문의 큰 충격이 오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증시가 33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하는 등 세계 경제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넘어서는 패닉에 빠져들었다.


코로나 19의 공포는 개인들의 평범한 일상마저도 조금씩 그러나 급속하게 흔들어놓고 있다. 하늘의 별을 따는 것보다 어려워진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오늘도 난 마스크가 입고된다는 시간보다 1시간 먼저 가서 긴 줄을 서며 대기했다. 버스에서 누가 옆에서 재채기라도 하면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사람을 꺼리게 됐다. 그리고 생전 처음 재택근무를 하게 됐다.


작금의 위기로 인해 앞으로의 세상이 어떤 풍경으로 바뀔는지 지금으로선 상상조차 무리다. 누군가는 코로나 19로 인해 촉발된 현상을 '초변화'라고 칭하며 지금을 '초변화 시대'라고 명명하기도 했다.


이러한 초변화의 시대를 살아가는 개인들에게 참고가 될 만한 책 한 권이 있다. 앞으로의 사회를 '개인들의 사회'로 명명한 「방황하는 개인들의 사회」다.


■ 우리는 각자 존재하고 나는 혼자 소멸한다

폴란드 출신의 세계적 사회학자인 지그문트 바우만은 그의 저서 「방황하는 개인들의 사회」에서 국가의 울타리 안에서 사회 통합과 안전을 꾀하던 견고했던 사회가 지금 얼마나 급격하게 무너지고 있는지를 성찰했다.


저자는 '세계화'라고 명명된 '새로운 세계 무질서' 흐름으로 인해 영원히 견고할 것 같았던 우리 사회의 토대가 흔들림에 따라 질서화, 구조화가 사라지고 있으며, 이렇게 물렁 물렁 해진 기반 위에서 개인들의 삶 역시 불확실성, 예측 불가능성, 불안정성 영역으로 떠밀리며, 개인은 '우리'라는 공동체 밖으로 빠르게 내팽개쳐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제 상호 협력과 우애로 가득한 그러한 세계는 사라졌고, 그 결과로 나타난 것은 공동체에서 벗어나 홀로 떠돌고 방황하는 유목민적 운명에 처한 개인이라며, '나'라는 개인이 홀로 불확실한 미래, 불시에 다가올 재앙 앞에 서있게 된 지금을, '개인들의 사회'로 규정했다.


덧붙여 저자는 우리는 여태껏 개인들이 이렇게 끊임없이 흩어져 이동했던 이런 상황에 처한 적이 없었다며, 불안감이 커진 인간의 흩어진 것을 다시 묶어주는 것이 우리 사회의 과제가 됐다고 말한다.


이러한 저자의 통찰은 정부의 무능에 대한 불신과 함께 이미 코로나 19 사태 훨씬 이전부터 '개인화'가 더욱 본격화된 우리 사회의 트렌드와 너무 잘 맞아떨어진다.


이제는 오랫동안 타인의 인정에 목을 맸던 개인들이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라는 지속적 결합이 점차 드물어지면서 미혼, 비혼, 만혼의 비율이 갈수록 높아지고, 결혼은 동거와 같은 동반자적 형태로 대체되고 있다. 평생을 한 직장에서 충성하던 개인은 휴대용 컴퓨터와 휴대전화로 어디로든 홀가분하게 이동하길 원하고 있다.


지그문트 바우만은 이러한 시대를 이렇게 일축한다.


'우리는 각자 존재하고 나는 홀로 소멸한다'.


■ 당신 자신으로 살고 자신의 고유함을 주장하라


휴먼 디자인은 지그문트 바우만이 통찰했던 '개인들의 사회'가 나타나는 근본적 이유를 글로벌 사이클(global cycle)이라는 패턴으로 명쾌하게 설명한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글로벌 사이클은 '계획의 크로스(cross of planning,1615~2026)'다. 이 사이클의 테마는 공동체, 정부, 종교, 가족 등으로 대표되는 거대한 '조직화(organizing)', '통합(integrating force)'이다.


이제 곧 2027년을 시작으로 412년간 지속됐던 계획의 크로스가 끝난다. 2027년부터 새롭게 시작되는 글로벌 사이클은 '잠자는 불사조의 크로스(cross of sleeping phoneix, 2027~2438)'로 이 사이클의 테마는 '내 앞에서 꺼져, 난 바빠'를 외치는 '개인'이다.


지그문트 바우만의 통찰과 같이, 휴먼 디자인 역시 앞으로는 지금껏 우리가 누렸던 협력, 돌봄, 애정이라는 공동체의 혜택이 모두 사라지고, 오로지 자신만의 일을 하면서 자기 자신만을 돌보기에 너무 바쁜 이기적인 개인들의 시대가 온다고 말한다.


정말로 요즘은 너무나도 다양한 삶의 방식을 영위하며 자기 방식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많아지기 시작하고 있다. 최근에는 개인의 가치관과 신념을 표현하는 '미닝 아웃(Meaning out)'이라는 말이 새로운 트렌드가 될 정도로 주위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자유롭게 표현하는 개인들이 늘어나고 있으니 말이다.


지금 우리는 단지 현상으로 드러나 관찰 가능한 트렌드를 피부로 느끼고 있을 뿐이지만, 휴먼 디자인의 글로벌 사이클 패턴에 따르면 2027 이후의 세계는 상상 그 이상, 충격 그 자체다.


정부나 교회와 같은 기관들이 붕괴되기 시작하거나 힘을 잃게 되어 권력이 개인으로 이동하는 말 자체도 쇼킹한 일인데, 설상가상으로 우리는 곧 레이브(Rave)라는 새로운 종의 출현을 보아야 한다고 한다. 참으로 어안이 벙벙해지지 않을 수 없다.


어쨌든 휴먼 디자인은 앞으로 도래할 극도로 혼란스럽고 침울하고 어두운 암흑의 시대(dark age)에 우리가 인간이라는 종으로서 존엄하게 살다가 존엄하게 죽을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나타난 지식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휴먼 디자인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초지일관 오직 단 하나뿐이다.


'당신 자신으로 살고 당신의 고유함을 주장하라'


■ 아생에서 자신을 지켜내는 힘

하지만 얼핏 그럴싸하게 들리는 '당신 자신의 고유함대로 살라'는 말은 말처럼 그리 쉬운 게 아니다. 오랫동안 우리는 이끌었던 정신적 세상(mental plane)에서 마인드를 통해 영위했던 짐을 내려놓고, 과감히 자신만의 내부 권위(inner authority)를 따르는 것은 말처럼 그리 쉬운 게 아니다.


왜냐면 개인의 결정권이 점차 커지는 시대에는 당연히 '불안감이'라는 대가를 치러야 하기 마련인데,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 그동안 전적으로 의지했던 마인드의 권한을 내려놓는다는 것 자체가, 한 동안은 마인드의 짐을 더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큰 짐으로 느껴지는 상황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자신만의 결정권으로 산다는 것은 상당한 '용기'가 필요할 뿐 아니라, 나를 위협하는 어떤 위기 상황에서도 그 여정을 끝까지 지속할 수 있는 막강한 '힘' 또한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 된다.


아프리카 세렝게티의 초원에는 치타, 표범, 사자 등 약 300만 마리의 대형 표유류가 살고 있다.


그런데 지상에서 가장 빠른 맹수인 치타는 생후 6개월 이내에 90% 이상이 사망하며, 표범이나 사자 역시 치타보다 체격은 크나 생후 1년 이상 생존율이 겨우 50%에 불과하다고 한다. 제 아무리 맹수라 하더라도 경쟁자들의 공격과 자연재해로 인한 굶주림 등으로 인해 생존율이 낮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생존'이라는 말은 듣기에 매우 거북하고 살벌한 느낌이 있다.


그러나 휴먼 디자인은 문명화된 우리에게는 세렝게티와 같은 야생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힘이 모두 거세됐다며, 거친 야생동물들이 자신을 지켜내는 그 힘을 보며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즉 자신의 온전성이 위협받는 위기 상황에서 개인의 독특함을 주장하고 내보일 수 있는 '힘', 개인으로 독립할 수 있는 '힘', 그래서 궁극적으로 개인으로 생존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고 말한다.


'계획의 크로스'에서 인류가 일군 문명은 지금 우리가 눈앞에서 보고 있듯이 실로 찬란했다. 그러나 이 시기에 존재한 개인들은 찬란한 문명을 얻은 대가로 자신의 자유를 억압한 채 공동체에 순응해야 하는 정신적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그러나 이제 자유라는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 된 개인은 과거 따뜻한 후원을 대가로 감내해야 했던 순응의 고통이 아닌, '불확실성', '예측 불가능성', '불안정성'에서 자신을 지켜야 하는 또 다른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이것이 지금 도래하고 있는 공동체의 붕괴에 따라 찾아오고 있는 개인들의 자유가 진정, '진정한' 자유가 되기 위해서 막강한 '힘'이 필요한 이유다.


과거 우리 인류의 위대함은 찬란한 문명에 있었지만, 앞으로 우리의 위대함은 야생에서 각자 개인으로 생존할 있는 '' 있다.


모두가 힘든 시기다. 아무짝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혐오, 비난, 증오 등의 감정적 불순물은 잠시 한편에 비껴두고, 우리 모두가 이 시기를 지혜롭고 현명하게 잘 극복해나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