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가족은 누구입니까

[휴먼 디자인과 미래]02. 가족의 과거, 그리고 미래②

by 라비스망

(이전 글 : 가족의 과거, 그리고 미래①-가족의 모습이 변하고 있다)


■ 가족 형태의 변화를 추동하는 원동력은 개인화다


혹자는 전통적 시각에서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이러한 가족 해체 현상을 두고 사회적 병폐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로 인해 실로 수많은 사회적 문제가 도사리고 있으니 병폐라는 말을 쓰는 것도 이해는 된다.


하지만 사실상 이 같은 현상은 더 근본적인 수준에서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으로서의 '가족 혁명'으로 보아야 한다. 그리고 동시에 이것은 기존의 윤리, 도덕의 해체를 뜻한다.


독일 사회학자 엘리자베트 벡 게른스하임의 저서 「가족 이후 무엇이 오는가」에서는 전통적인 혈연중심의 '가족' 이후에는 비혈연으로 맺어진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이 온다고 전망했다.


실업의 위험성이 높아지면서 젊은 세대들은 아이 갖기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아졌고, 해외연수, 타 지역, 타 대륙 근무 등의 기회가 증대함으로써 초국적 가족, 먼 거리를 사이에 둔 가족, 그리고 두 국가 내지는 두 문화가 결합된 다문화 가족 등 새로운 형태의 '가족들'의 출현을 예고한다.


그리고 이 모든 가족 형태의 변화를 추동하는 원동력은 '개인화'라고 말한다.


■ 이제는 가족도 개개인의 선택이다

'개인화'란 본질적으로 과거의 공동체적 생활 태도와 생존 보장 방식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개인화란 그동안 사회의 다양한 규범 속에서 태어난 개인들이, 이제는 그 규정을 개인 스스로가 만들어 나가야 하는 '선택의 자유'가 주어진 현상을 의미한다.


전통사회에서 가족이란 인간에게 그냥 '주어지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의 사회구조는 개인이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지를 규정하며 개인의 생존을 보장해 주었던 전통적 가족의 개념이 희미해져 가고 있다.


이로 인해 이제는 가족 또한 운명이 아니라 개개인의 선택이며 실험의 대상이 됐다.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는 유행어처럼, 이제 개인은 사랑, 성, 인간관계와 같은 사적 영역에도 선택을 요구하는 조건에 내던져졌다.


■ 당신의 가족은 누구입니까


갈수록 결혼은 줄고 이혼은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인공지능 로봇까지 포함하여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과 네트워크가 생겨나기 시작하면서, 가족이란 게 더 이상 과거와 같이 정형화된 게 아닌 게 됐다.


결국 결혼이라는 제도는 한계에 다다르게 됐고 새로운 제도나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게 됐다. 모든 것이 인식의 차이일 뿐, 옳고 그름의 경계도 허물어지고 있다.


그래서 결국 가족의 문제는 개인이 '가족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의 문제가 됐다. 이미 성큼 다가온 개인화된 사회에서 가족의 형태는 개인의 '선택'에 달린 문제가 됐다는 얘기다.


당연히 내가 생각하는 가족과 당신이 생각하는 가족이 다를 수 있기에 결국 가족의 의미를 하나로 정의하기도 힘들어지고 있다.


앞으로 그리 머지않은 미래에 누군가가 나에게 '당신의 가족은 누구입니까?'라고 묻는다면, 과연 나는 어떤 답을 하게 될까? 상상해본다.


지금의 나의 대답처럼 혈연으로 맺어진 운명 공동체인 엄마, 아빠, 동생, 언니, 조카를 가족이라고 답하게 될까? 아니면 혹시 나도 영화에서 나오는 그 누군가 처럼 그 어떤 인간보다 나를 이해해주고 사랑한다고 달콤하게 속삭여주는 어느 멋진 인공 로봇 남성이 내 가족이라고 답하게 되는 건 아닐까?


이 같은 현상을 단순히 가족의 '해체'라고 봐야 할까? 혹시 이 것은 해체라기보다, 인간과 사회가 더 유연한 방식으로 '진화' 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는 앞으로 어떤 '가치'를 지닌 '가족의 미래'를 만들어 가야 할까?


혹시 내 생각이 너무 급진적인 것일까?


그 어느 때 보다도 혼란스러운 사회 풍경을 바라보며 이런저런 생각과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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