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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직한연필 Aug 18. 2024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

작가 차인표의 장편 소설 

차인표 작가가 전하는 감동의 휴먼 드라마
자신을 대변할 수 없었던 이들을 위한 헌사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은 고국을 떠나 70년 만에 필리핀의 한 작은 섬에서 발견된 쑤니 할머니의 젊은 시절을 담은 이야기이다. 작가는 우리나라가 일본에 주권을 빼앗긴 채 가난하고 핍박받던 시절을 맨몸으로 버텨 낸 우리 어머니의 어머니, 아버지의 아버지들의 이야기를 남기고자 집필을 시작했다. A4 용지 스무 장 분량으로 시작한 이야기는 10년의 집필 기간 동안 데이터 유실로 의지가 꺾이기도 하고 모든 것을 원점에서 복기하기를 반복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은 후, 더욱 진정성과 사실에 근거한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소설로 완성되었다.

소설의 배경은 1930년대 백두산 기슭의 호랑이 마을. 엄마와 동생을 해친 호랑이 백호를 잡아 복수하기 위해 아버지와 함께 호랑이 마을로 찾아온 호랑이 사냥꾼 용이와 촌장 댁 손녀 순이 그리고 미술학도 출신의 일본군 장교 가즈오가 등장한다. 그저 평범한 행복을 누리며 살고 싶었던 그 시대의 순수한 젊은이들이 역사의 소용돌이에서 마주한 절망 속에서도 서로를 향한 믿음과 사랑, 헌신적 선택으로 격정의 한때를 관통해 나간다. 작가는 ‘사랑과 용서, 화해’라는 주제 의식을 진중하고 따스한 시선으로 풀어내면서도 세 주인공을 중심으로 속도감 있고 밀도 있게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또한, 치밀한 세부 장면 구성과 고증을 거친 백두산 마을의 수려한 풍경 묘사는 읽는 내내 머릿속에 한 편의 영화가 떠오를 정도로 생동감 넘쳐 또 하나의 의미 있는 문학적 성취를 보여 준다.


-출처: 예스 24 책소개



오랜만에 가슴이 따뜻해지는 소설을 읽었다. 소설 속의  ‘잘 가요 언덕, 호랑이 마을’의 생생한 묘사와 '용이와 순이'를 통해 전해지는 따뜻한 감성 덕분에 책을 거침없이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책의 말미로 갈수록 내 마음은 울컥했고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원망의 눈물일까, 연민의 눈물일까, 설명이 되지 않는다. 


'용이가 호랑이 사냥을 나갔다가 죽으면 어쩌나', '백호를 정말 만날 수 있을까', '결국 마을을 떠난 용이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순박한 시골 마을에 호랑이 사냥이라는 소재로 긴장감을 더하던 이야기는 이제 일본군의 출현으로 본격적인 절정을 향해 간다. 그리고 용이를 염려하던 마음은 이제 순이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옮겨 간다. 


'조선인 여자 인력 동원 명령서'


불길한 예감은 점점 현실로 드러나기 시작한다.


'순이가 정말 험한 곳으로 끌려가면 어쩌나', 정말 그렇게 된다면 나는 더 이상 다음 이야기를 읽을 수 없을 것만 같았다. 떨리는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며 결국 나는 눈물을 쏟았다. 결국 일본인에 의해 끌려간 순이의 뒷 이야기는 책 속에서 자세히 나오지 않았지만, 그러한 작가의 침묵이 도리어 무겁고 잔인하게 우리의 마음을 옥죈다. 


듣고 싶지 않았던 이야기를 이미 들어 버렸다. 사실 이미 나는 알고 있었지만,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는 들을 때마다 감당할 수 없는 슬픔과 아픔이 전해진다. 그러나 우리가 느끼는 슬픔은 역사적 사실과 그 참상에 비하면 고작해야 백 분의 일에도 못 미칠 것이다.


70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온 순이 할머니, 

“용서를 빌지 않는 상대를 어떻게 용서할 것인가…” 작가는 묻고 있다. 


용서를 할 대상이 있어야 용서를 할 수 있는 것은 상식이 아닌가. 아무도 잘못을 하지 않았다는데, 대체 누구를 어떻게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


“인표야, 상상력은 중요하다. 그러나 사실을 배제한 상상력은 모래로 성을 쌓는 것과 같은 거란다.” (작가의 어머니가 작가에게 해 준 말이라고 한다.)


“모르는 것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공부를 더 하라는 말씀이었습니다.”(차인표)


작가가 글을 완성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과 노력을 기울였을지를 느끼게 한다.


“좋은 글이 무엇인지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겠지만,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좋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또한 그렇게 믿고 있다” 

- 추천의 글, 김민섭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글은 영혼의 거울이다. 거울은 닦으면 닦을수록 선명하게 보인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좋은 글인지 아닌지 보여 준다. 그래서 좋은 글을 쓰려고 욕심을 내면 낼수록 글을 쓰기가 망설여진다. 내가 이 모양인데 좋은 글이 나올 수 있을까, 서투르고 거친 호흡이 담긴 내 모습이 글에 그대로 나타나는 것만 같다. 미워하고 원망하고 불평하던 나의 치기 어린 모습이 글에 그려지는 것만 같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쓰지 않으면 나는 점점 시드는 꽃처럼 기운을 잃는 기분이다. 


먼지가 쌓이고 녹이 낀 거울을 닦아 내듯, 계속 닦고 닦아 내야 비로소 내가 숨을 쉰다. 비록 미완성일지라도 비록 실수투성이, 욕망 덩어리 같은 나를 보게 될지라도, 용기를 내야 한다. 들키지 않으려고 숨죽이기보다, 적나라한 나의 내면과 운명처럼 마주 서야 한다. 그렇게 서서히 거울에 비친 영혼의 거친 숨소리를 다듬고, 삶을 거스르지 않고 순순하게 광명의 기운을 따라 나아 가도록 나를 길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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