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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하루
(2025 대학수학능력시험)
고3 수험생의 오늘
by
정직한연필
Nov 14. 2024
지난밤
일찌감치 잠을 청하려다
모기에게 기습을 당해 두 번의 수혈 끝에 겨우 잠든 아들.
그 녀석 생각이 간절했는지
디데이에 대한 부담 탓이었는지,
나는 밤새 꿈속에서 아들 방에 있는 모기를 잡느라 잠을 설쳤다.
꿈꾸는 내내 기상해야 할 시간을 의식하다 눈을 떠 보니
알람이 울기 10분 전이다.
잠시 침대에 앉아
깊게 내쉬는 숨에
오늘 하루를 위한 기도를 실어본다.
어제까지만 해도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막상 그날이 되니 나도 조금 긴장이 되는가...
진작에 생각해 둔 도시락 반찬을 하나씩 하나씩 준비하는데
오늘따라 그 반찬들이 너무 짜거나 달기만 하고 어색하다.
쉽게, 금방 금방 해내던 일들도
때론 어렵고, 두렵고 낯설 때가 있다.
아침 식사로 유부초밥 몇 개 싸 두었더니
아들이 조용히 식탁에 앉아 몇 개를 집어 먹는다.
오늘이 이토록 진지한 날일 줄이야.
다행히 바로 집 앞 학교에 배정되어서
아들은 걸어서 수험장에 간다.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는 우리를 보고 아들은 따라오지 말란다.
너 보러 가는 거 아니고, 수험장 분위기 구경하려고 간다고 농담 아닌 농담을 흘리며
아이 뒤를 따라나섰다.
우리의 20여 년 전 그날보다는 고요하고 한산한 아침 풍경이다.
학교 정문으로 들어가는 아이의 뒤통수를 바라 보는데
가슴 한편이 왜 쿨렁거리는지,
18년의 세월이 눈앞에 지나가는 듯
아련하고 먹먹하고...
감사하다.
그동안 삐뚤어지지 않고, 건강하게,
대한민국 보통의 학생으로 성실히 자라주어서,
보통의 아이들처럼 수능을 치를 수 있게 하심에 감사한다.
그가 지키시고 보호하신
보통의 하루들이 쌓여 빚어낸 오늘.
무척이나 진지하고
사무치게 감사한
보통의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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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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