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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반딧불' 그래도 괜찮아, 난 눈부시니까

한 번에 된다고 생각하지 말고, 포기하지 말고, 네 길을 가길 바라.

by 정직한연필

오늘은 퇴근길에 이만저만 회사 일로 적잖이 머리가 아팠습니다. 집으로 오는 길에 전철에서 운 좋게 자리가 나서 얼른 앉았지요. 추워진 날씨에 몸을 꽁꽁 싸매느라 두꺼운 점퍼를 입은 사람들, 그 틈에 엉덩이를 비집고 끼어 앉아 핸드폰으로 잡***에 들어가 이것저것 얼씬거려 봅니다.


세상에 오라는 데는 많은데 진짜 갈 수 있는 데는 별로 없다는 걸 알면서도 말입니다. 구인 공고는 화려한데, 정작 내가 앉은 자리는 초라하기만 합니다.


김치찌개에 집밥 먹고 티브이 앞에 앉았다가 우연히 '유퀴즈' 재방송을 봤습니다.

'황가람' 님이 나오네요. 20년의 힘든 무명 시절을 지나 최근에 제법 유명해진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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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참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꿈' 하나만 바라보며,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의 절댓값이 다 채워지기까지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온 사람이었습니다. 때론 자꾸 무너지는 현실 앞에서 '혹시 내가 방향을 잘못 잡았던 건 아닌가' 깊은 상심에 헛발 디딜 뻔 한 시간도 있었습니다.


화면 캡처2.jpg


길고 지루한 터널, 그 끝이 언젠가는 다가올 거라 생각하고 앞만 보고 살았는데, 막상 그 터널 끝이 막혀 있는 듯한 현실에 울어야 했던, 그리 오래되지 않은 그의 터널 이야기에 조세호 님 눈물을 쏟으셨습니다. 저도 그분 이야기를 들으면서 많이 울었습니다. 그의 이야기가 곧 우리의 이야기, 나의 이야기였으니까요. 노래 가사가 참 좋습니다.



<나는 반딧불> 노래: 황가람/원곡 작자: 정중식

나는 내가 빛나는 별인 줄 알았어요
한 번도 의심한 적 없었죠
몰랐어요 난 내가 벌레라는 것을
그래도 괜찮아 난 눈부시니까

www.youtube.com/channel/UC7G8RkzpYnCW6Iv6-jmtnpw/community


반짝일 때마다 나도 내가 별인 줄 알았습니다. 반짝임이 곧 나라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벌레처럼 흔하고 하찮을 수 있다는 것을 처음에는 알지 못했습니다.


내가 벌레인 걸 알았을 때, 혼자 많이 울었습니다. 하늘에 오른 손톱 같은 초승달을 올려다보며 생각했습니다. 둘은 많이 닮았지만 아주 다른 존재였습니다.


벌레라서, 하찮아서, 이리저리 굴러다니듯 힘든 시간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꽤 오랜 시간 나도 빛났습니다.

아주 작고 하찮아도, 이리저리 떠돌아도, 별처럼 높이 뜨지 못해도 나는 여전히 빛났습니다.

나는 별이 아니었지만 별처럼 빛났습니다.

개똥벌레였지만 별처럼 아름다웠습니다.


유재석 님이 황가람 님에게 고생하던 시절의 당신에게 한마디 하라고 하니, 그분 말없이 웁니다. 그걸 보면서 나도 같이 울었습니다. 그 침묵이, 그 뜨거운 눈물이 묵직한 한마디 위로로 다가왔습니다. 그 울음 끝에 한마디...


'' 너무 오래 걸리니까... 한 번 만에 잘되려고 하지 말고,


가치 있는 일은 빨리 되는 게 아니니까


더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



결말을 모르고도 가는 길,

모르기 때문에 갈 수 있는 길.


몰라서 정말 다행인 길,

어쩌면

우리 모두의 길.


그 길 위에 서있는 모두에게 전하는 위로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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