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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고 싸대~

건축사진 촬영 비용에 대한 이야기

by 건축사진가 김진철


어제, 내 건축사진작가 인생 최초로 신기한 말을 들었다. 내 촬영 비용을 듣고서는 나보고 '싸다'라고 표현한 클라이언트. 이게 뭔가 싶다. 건축사진을 3년 동안 촬영하고 있지만 내 견적서를 받고서는 비용이 싸다가 표현한 사람은 이 클라이언트가 유일하다. 굳이 그 이유를 따져 묻지는 않았지만 내 기분을 묘하게 만든 것은 사실이다. 나 스스로 내 촬영 비용은 결코 저렴하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의 촬영 비용 견적에는 몇 가지 규칙으로 설정되어 정확하게 안내된다.



그래서 오늘은 내 촬영 비용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을 해봤다. 지난 3년 동안 촬영 비용에 대해서 섬세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위에서 언급한 규칙에 따라서 변동 없이 적용을 해왔기 때문에 나름대로 만족하면서 사진 촬영으로 돈을 벌어왔다. 하지만 고이면 썩 듯이 이번 기회에 견적을 산출하는 방법을 몇 가지 수정했다. 건축 사진 촬영 비용에 대해서 어떻게 접근해야 될까? 이 분야에 사진 작가 님들이 그렇게 많이 계시지는 않지만 내 블로그를 구독하고 있는 분들 대부분이 사진이나 건축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재미로 이 이야기를 풀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나는 견적서를 만들기 이전까지 어떻게 촬영 비용에 접근을 했을까? 너무 당연하게도 이 분야에 처음 도전했을 때는 돈을 받고 촬영을 한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 그래서 나도 내가 현장을 만들어서 촬영을 하거나 무료 촬영의 형태로 포트폴리오를 쌓아갔다. 필요하다면 내가 돈을 지불해서라도 촬영 현장을 만들었으며,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피사체를 찾아서 하루 종일 촬영에 임하기도 했다. 특히 정말로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접근하는 상황이었기에 시간과 몸으로 때우는 시기가 필요하다. 이는 추후에 나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계기가 됐다.



끊임없는 그 시기를 겪다 보니깐 어느 순간에 촬영 문의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촬영 비용을 어떻게 설정할지가 큰 과제로 다가온다. 그때 비용을 찾아가는 방법은 너무도 뻔하다. 다른 작가 님들의 촬영 비용을 알아보거나 플랫폼 등에서의 가격을 보는 것이다. 이는 꽤 중요한 지표이다. 상업적으로 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면 단 돈 1만 원이라도 소중하게 느껴질 것이다. 돈을 받고 현장을 계약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래서 나는 매우 적은 금액으로 진입을 시작했다. 모든 상업이 그렇듯 처음에는 가격으로 승부를 봐야 된다.



그렇게 가성비를 따질 때 즈음이 오니깐 촬영 비용에 대한 불만이 생기기 시작한다. 직장인일 때 월급과 비교하면서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직장을 퇴사한 이유가 굳이 돈 때문은 아니었지만 어찌 됐건 돈을 더 벌어야 한다. 이 생각을 뒤로할 수는 없다. 월에 몇 건을 할 수 있는지 파악한 후에 지난 월급을 대비하여 나누면서 건 별 촬영 비용에 대해서 접근할 수 있었다. 누구에게 물어보거나 이런 내용은 어디서도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에 내 상황에 맞춰서 비용을 설정했다.



문제는 나처럼 시장에 진입하는 사람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에 나와 비슷한 순으로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면 고급화 전략을 선택하는 것이 미래성 부문에서 좋다고 믿는다. 그럼 대체 어떤 기준으로 고급화를 진행하지? 비용을 올릴까 아니면 촬영 옵션을 늘릴까 등 다양한 생각을 하기 된다. 그리고 이런 고급화 전략에 대해서는 그 근거가 확실하게 있는 것이 좋다. 그 이유는 비용이 높아지면 그것에 대해서 클라이언트는 의문을 갖기 때문이다. 그 의문을 설명할 수 있는 근거!



내가 건축 비용에 관심을 가졌던 시기가 딱 이때이다. 건축주들은 얼마를 들여서 건축을 시도할까? 저 집은 얼마일까, 저 빌딩은 얼마일까, 설계를 하는 데는 얼마가 들까? 건축 비용은 상당 부문 가려져 있다. 그 누구도 이 비용을 세상에 밝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건축 비용을 정확하게 알기란 쉽지 않다. 나는 건축 비용을 내 촬영 비용의 근거로 활용하려고 했다. 그렇게 건축 비용 알아내기 프로젝트가 시작됐었다. 역시 가장 좋은 방법은 대화를 하는 것이었다. 누구와? 건축주와!



내성적인 내 성격은 대화를 하는 것에 많은 용기가 필요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가 촬영하는 건축물의 건축 비용이 몹시도 궁금했다. 물론 모든 현장의 건축 비용을 알 수는 없는 법이고, 대부분의 건축 비용은 많이 부풀려진다. 1억에 지은 집을 2억이 지었다고 하고, 20억에 지은 빌딩을 30억에 지었다고 할 수 있는 정보의 신뢰성이 낮은 부분이 바로 건축 분야이다. 그래서 국가 정보시스템을 함께 활용했다. 대략적인 건축 비용을 알았을 때 내 건축 사진 촬영 비용에 대한 근거도 점차 신뢰성을 찾아갔다.



그만한 돈이 쓰이는 것에는 그만큼의 가치가 발생해야 된다. 설득과 납득 그리고 이해의 영역이다. 나는 그렇게 나의 클라이언트를 나와 비슷한 결의 사람들이나 회사로 공백을 채워갔다. 그리고 지금 내 클라이언트는 더 이상 비용으로 나를 비용으로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 나와 함께 하는 것에 대한 가치 그리고 즐거움으로 프로젝트를 맡긴다. 비록 결과물이 흔들릴 때도 있지만 우리가 생각했던 방향으로 가는 것에 주저하지 않는다. 나는 이 상황이 너무도 감사하고 고맙다. 단순하게 소비되지 않고 역할을 함께 나눈다는 기분이 너무도 좋다.




건축의 마지막 공정에 나는 투입된다. 이 순간만큼은 나도 그 회사의 직원이다. 성공적으로 마쳐야 한다는 적절한 부담감과 이 결과물로 행동해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은 내가 건축사진작가로서 멈추지 않을 이유가 된다. 내 견적이 비싸든, 싸든 내겐 그것이 그리 중요치 않은 것 같다. 현재 나와 함께 하고 있는 건축주, 건축사사무소, 시공사, 인테리어 회사, 시행사, 개인들이 내겐 너무도 소중한 존재가 됐으니깐. 내가 따뜻한 손을 내밀 곳은 어쩌면 예전에 정해져 있던 듯하다.


나... 좀.. 싼가?





#건축사진 #아키프레소 #건축사진작가김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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