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진작가 김진철
건축 사진을 촬영할 때
프로젝트를 대하는 나의 태도
박영채 작가님께서 나에게 물었다. 건축과 관련된 학과나 전공을 했냐고, 리슈건축 홍만식 건축가 님께서도 나에게 묻는다. 전축학과에서 공부를 했냐고. 건축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보니 업계에서 사람들을 만나면 가장 궁금한 것이 과거에 어떤 것을 했는지가 궁금한가 보다. 하긴 나도 그렇다. 예전에 회사에 다닐 때 새로운 직원을 뽑으면 그 사람이 어디서 무얼 했던 사람인지 알아보는 것이 가장 우선적이었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나는 건축학과를 졸업하지 않았고, 건축을 공부하지도 않았다.
지금 내가 건축 사진을 촬영하면서 현장마다 갖고 있는 철학이랄까? 아니면 마음이랄까. 이런 것이 형성될 수 있었던 이유는 건축과 관련된 회사를 다니면서 건축을 비교적 가까운 곳에서 관찰했기 때문이다. 이 글은 회사에서 무엇을 보았으며, 현장에서 어떤 마인드를 가지고 작업에 임하는지에 대해서 남겨놓기 위함이다.
건축물이 뚝딱 만들어진다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작은 상가나 주택의 경우에는 우리 생각처럼 뚝딱 만들어진다. 3개월 정도면 빈 땅에 하나의 건축물이 들어서기에 충분한 기간이다. 그 길을 몇 번 지나가면 어느새 새로운 건축물이 들어서고, 보지 못했던 카페나 음식점 등이 우릴 반기고 있다. 이렇게 하나의 건축이 완성되기까지. 그 과정을 회사에서 경험했다. 그 경험이 지금의 겸손함을 만들어낸 것 같다.
내가 촬영하는 건축물들은 설계에 몇 달, 시공에 몇 달 그리고 준공 이후 공간을 디테일 만들어 내는데 또 몇 달. 그렇게 다양한 사람들의 시간을 엄청나게 투입되어야 하나의 현장이 만들어진다. 나는 그 현장의 모습을 사진과 영상으로 표현하는 일을 맡고 있다. 짧으면 하루, 길어도 며칠 동안 현장의 모습을 사진을 찍는 것에 비해 이 공간을 만들어 낸 사람들은 몇 달, 몇 년을 사용했다. 그 수고를 회사를 다니면서 가까운 곳에서 봤다는 것은 나에게 큰 행운이었다. 그래서 진심을 담아 촬영에 임할 수밖에 없다. 그 건축물의 형태와 용도가 어쨌든 간.
건축적으로 아주 훌륭한 현장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다양한 촬영 현장들이 문의가 들어오지만 최대한 현장을 선택하여 일을 진행하려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그 공간을 만들어 낸 사람들의 노고를 알기 때문이다. 건축을 세상 밖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고, 체력을 썼을지를 생각한다면 내가 그 프로젝트를 맡았을 때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뿐이다.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오늘도 나는 충주에 위치한 카페의 준공 사진을 촬영하고 있지만 이 카페의 모습과 관련 없이 최선을 다해서 촬영을 진행 중이다. (블로그에 글을 작성할 수 있는 이런 시간을 갖고 있긴 하지만)
클라이언트가 이런 질문을 많이 하신다.
"몇 시간 정도 촬영하시나요?"
"몇 컷을 편집해 주시나요?"
"원본 사진을 받을 수 있나요?"
처음에는 이런 것들을 정해서 안내했었지만 몇 번의 경험을 통해 이 질문들이 크게 의미가 없음을 깨닫게 됐다. 몇 시간 정도로 현장의 모습을 모두 파악할 수 없고, 좋은 장면의 여부에 따라 컷 수가 결정되기 때문에 애초에 컷 수를 정해서 작업이 힘들다는 것을. 원본 사진의 경우 드려도 클라이언트가 사용할 일이 거의 없다. 생각해 보면 정말 단순했다. 시간, 컷 수, 사진 등을 정해놓지 않고 오직 현장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내가 건축 사진을 촬영하고 프로젝트에 집중하면서 갖는 철학이라고 본다.
단순히 사진을 대신하여 촬영해 주는 것이 아니라, 나도 건축가와 시공자와 협업하는 관계로 그리고 하나의 건축물의 탄생을 마무리하는 프로젝트로 생각한다. 회사를 벗어나니 소속을 초월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고, 그것이 실제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좀 더 정확하고 빠르다는 것을 경험 중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프리랜서라는 이름으로 나와 같은 사람들을 부르지만 실제로는 함께 일하는 사람으로 생각했으면 좋겠다. 이번에 맡은 프로젝트도 그 결과물이 좋을 수 있도록 현장에 머무르면서 최선을 다한다. 이것이 포토그랩과 아키프레소의 정신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