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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사진을 촬영하면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겪는 변화

건축사진작가의 에세이

by 건축사진가 김진철

건축사진을 촬영하면서

겪는 생각의 변화


포천 국립수목원 ⓒ 건축사진작가 김진철


클라이언트들이 나에게 거는 기대는 촬영의 결과물보다는 현장에서 어떤 마음가짐을 갖고 촬영을 하는지에 대한 자세를 더욱 중요하게 보는 듯하다. 나 스스로 사진을 잘 촬영한다고, 편집을 멋지게 해낸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현장에서 최선을 다해 촬영하고 가장 기본이 되는 장면을 만나기 위해 노력한다. 결과물은 그 과정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 아닐까? 이 일을 하면서 자주 느끼고 있다. 대충 촬영해서는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없음을. 아무리 편집에 자신이 있다고 해도 그 데이터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없다면 좋은 결과물을 만들 수 없다. 따라서 항상 기본에 대해서 생각한다.


포천 국립수목원 ⓒ 건축사진작가 김진철


어떤 과정을 통해서 나란 사람을 알게 됐을까? 그리고 왜 일을 맡길까. 이것에 대한 것은 사람 마음속에 있는 것이라 정확하게 대답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나에게 프로젝트를 넘기는 분들은 결국 나와 비슷한 결이라는 것이다. 홈페이지, 블로그, 인스타그램 등 수많은 매체가 존재하고 나를 홍보할 수 있는 채널이 다양해지면서 사람과 사람이 더욱 가깝게 연결될 수 있는 시대이다. 하지만 그렇게 알았다고 해도 일을 맡기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나는 이 과정을 모델을 섭외하는 과정에서 뼈져리게 경험했다. 사람을 선정해서 함께 일을 한다는 것은 꽤 큰 스트레스를 동반한다. 선택이 됐다면 이제 해결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때부터가 진짜 능력이라고 믿는다.


포천 국립수목원 ⓒ 건축사진작가 김진철


상업사진의 영역으로 들어오니 자주 생각하게 되는 것이 있다. 그건 바로 찍고 싶은 것과 찍어야 되는 것에 대한 구분이다. 나 또한 인간이기에 욕심이 나는 현장이 있는 만큼 정말 촬영하기 싫은 현장도 있다. 이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지는 지금도 해답을 내릴 수 없다. 하지만 이것 하나는 분명하다. 고객은 나에게 문의를 했고, 그 현장은 누군가는 촬영을 해야 된다. 그렇다면 내가 일을 가릴 이유가 있을까? 이 답변은 함께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 신이서 모델 님께서 나에게 해준 피드백이었다.


포천 국립수목원 ⓒ 건축사진작가 김진철


나는 내 사진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따로 편집을 하는 것도 없고, 대부분 장면들도 원색을 가지고 있다. 사진에서 색을 바꾸는 행위는 매우 부담스러운 편집 방법임을 알고 있기에 개인적인 사진 혹은 여행 사진이 아니라면 색은 건드리지 않는다. 부디 카메라에 사진이 저장될 때 아름답게 저장되길 소원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왜 많은 선배 작가들이 결국 돌고 돌아 장면 그대로의 멋을 추구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꾸미는 것들이 보통은 다 그렇다. 순정이 최고란 사실!


포천 국립수목원 ⓒ 건축사진작가 김진철


하루 종일 삼각대를 어깨에 짊어지고 현장을 몇 바퀴씩 돌고 돈다. 하루에 만보는 기본이고 점심을 먹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렇게 살을 빼고 있으니 나름 이 일이 살 빼기에 괜찮은 듯하다. 가끔씩 이런 작업 패턴이 비합리적이고 현명하지 않다는 것을 자각한다. 그러면서도 저쪽에 빛이 들며 그쪽으로 뛰어가는 내 모습을 확인한다. 이 일을 하기 위해서 돈을 받았다. 그럼 어떻게 해야 되지? 움직여야 된다. 죽으라고. 그것이 내가 이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최소한의 양심이다. 이렇게 열심히 했으니 결과물에 대한 후회는 없다.


포천 국립수목원 ⓒ 건축사진작가 김진철


주변 지인들이 날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매일 색다른 공간에서 하루를 보내는데 돈까지 벌고 있다고 생각하니 꽤나 부럽나 보다. 과연 그것은 부러움의 시선인가 아니면 사촌이 땅을 샀을 때 나는 그 심정인가.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직장인이었던 나는 큰 변화를 겪었고 이제 그들보다 더 많은 돈을 벌고 있으며, 시간도 꽤 자유롭게 활용하고 있다. 이 상황이 부럽다면 이 방법처럼 하면 될 뿐. 나는 이 일을 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있고, 그들로부터 삶을 대하는 태도와 인문학에 대해서 배우고 있다. 지금 변화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그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 사실을 오만하지 않고 더욱 겸손한 자세로, 따뜻한 마음가짐으로 간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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