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진작가의 에세이
몇 십만 원, 몇 백만 원의 등락은 우습게 생각할 수 있겠으나 몇 천만 원, 몇 억으로 단위를 올리면 아무 이유 따지지 않고 겸손에 겸손을 더해진다. 이처럼 숫자는 사람을 이루는 하나의 형태로서 역할을 자리하는데, 그런 단위를 자주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건축 분야이다. 집 한 채를 짓는데 몇 억은 쉽게 계산되니 이 하나의 프로젝트가 얼마나 사람을 겸손하게 만드는지 알아야만 함이다.
그렇게 많은 비용이 발생한 건축이기 때문에 이런 현장을 사진 찍는 나로서는 현장 하나하나를 결코 쉽게 생각할 수 없다. 때때로 오늘 한 건 찍고 빠지자는 생각도 해본 적이 있지만 알고 보면 내가 그럴 처지인가 싶기도 하다. 건축 비용에 대비하면 겨우 몇 십만 원 받는 주제에 쉽게 생각했다는 것 자체가 건방이고 경솔이라고 생각한다. 이른 사실들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욱 마음속에 들어오는데, 최근에 이런 생각이 더욱더 습관처럼 박히는 중이다. 현장이 어떻거나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는 것이 건축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그렇다고 내가 촬영하는 사진들의 품질이 더 좋아진다거나 톤&매너가 바뀌지는 않는다. 이런 기술적인 문제는 정말 다른 문제로 내가 건축물을 대하는 태도와는 사뭇 다르다. 다만 현장에서 내가 연출하고 싶었던 장면을 실제 사진 속으로 들여와 표현한다는 것이 내가 고민의 방법을 바꾼 이유가 된다. 좀 더 깔끔하게 그리고 정돈스럽게. 한 마디로 깔끔하게. 건축물이 온전하게 보이도록 하는 것.
내가 건축 사진을 찍는 건지, 아니면 풍경 사진을 찍는 건지 그것도 아니면 감성적인 사진을 찍는 건지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었다. 주인공을 확실하게 정해두고 그 주변을 밝히는 방법으로 나의 시선을 바꾸는데 노력하고 있다. 더하여 최대한 통로를 많이 보여주고 그 통로의 끝에는 무엇이 있는지에 대해서 설명이 가능하도록 촬영하는 것이 건축 사진에 있어서 좀 더 설득적이고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결국 선과 면이 만나는 그 지점을 우리 시야로 확보하고 관찰하기 때문에 사진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포기할 것을 빠르게 선택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경험적으로 체득 중이다. 그냥 포기해버리자. 장면도 그렇고 색감도 그렇고 심지어 몇 천 장을 찍는 그 수많은 컷 수도 그렇고. 중요한 것은 수량이 아니라 한 장면이라도 그 건축물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는 사진이 필요하다. 어쩌면 그 한 장을 위해서 하루 종일 현장에서 관찰하고 사진을 찍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다 표현하여 한 장의 사진을 만드는 것. 이렇게 생각하니깐 건축 사진을 대하는 그 태도가 완전하게 달라졌다.
결과물을 넘기면서 스스로 '최선을 다했다.'라고 생각했다면 난 그것만으로도 이번 프로젝트를 만족한다. 나에게 이것 이상의 결과물은 없다는 생각으로 임하고자 한다. 단순히 몇 번 하고 그만 둘 상황이 아니라면 제대로 하자. 제대로 하는 수준에서 머물지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사용하여 촬영을 하자. 내가 건축을 사랑하면 그 건축들이 내 곁에 더 붙어 있고 싶어 할 테니깐.
포토그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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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사진작가 김진철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