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진작가의 에세이
촬영 문의를 받고 견적서를 건네면 너도 나도 상처를 받을 때가 정말 많다. 아직까지도 우리나라는 사진에 대한 가치를 누워서 떡 먹듯 바라보는 시선이 가득하다는 것을 어제도 느꼈고 오늘도 경험했다. 하나의 건축물이 탄생하기까지 수많은 비용이 발생하지만 그 마지막 공정으로 촬영하는 사진에 대해서는 그 비용을 너무도 가볍게 생각하는 것 아닌가 싶다. 물론 나는 경영학을 전공했고 그중에서도 마케팅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이 시장 안에서 가격 경쟁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 그리 크게 건드리고 싶지는 않지만 오늘은 하고 싶은 말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돈이나 비용 등은 상대적인 개념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누군가는 저렴하게 진행할 수 있고 누군가는 비싸게 진행할 수 있다. 이것은 견적을 산출하여 건네는 사람의 몫이기 때문에 나는 이쪽이든 저쪽이든 각자의 입장에서 상황을 지지한다. 그 이유는 서로 본인이 받고 싶은 금액을 적어서 내는 것이 견적이기 때문에 그 돈을 받고 일만 제대로 해주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곳에서 나타난다. 그 견적을 모두 받은 후 의사 결정을 해야 되는 클라이언트.
이런 말이 필요할까? "이쪽은 얼마로 해주신다는데, 그쪽은 얼마네요?", 돈으로 의사 결정을 하려는 곳은 결국 돈에 의해서 일이 진행 순서가 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이런 피드백이 있는 곳과는 일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 번쯤 생각해 볼 문제이다. 이 비용의 차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될까? 참 피곤하면서도 생각하기 싫은 것이 바로 비용에 대한 설명이다. 다수의 경우 비용에 대해서 의문을 갖기 때문에 나는 설득 있는 대화로 메시지를 던져야 된다. 물론 내가 엄청나게 유명한 사진작가였다면 굳이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았어도 될 문제이다. 그래서 한 10년은 해야겠다고 생각을 한 것이다.
나는 관련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분들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다. 그분들은 그분들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사진을 촬영하는 것이고 나는 또 내 방식대로 사진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서로 다른 영역에서 그저 최선을 다하면 된다. 내 입장에서 그분들이 얼마를 받든, 어떤 결과물을 만들든 그렇게 상관할 일은 아니다. 다만 내가 왜 그분들의 비용과 비교돼야 하는지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심지어 나는 그런 플랫폼에 현재 입점하지도 않았다. 나에게 문의를 주는 클라이언트는 내 홈페이지의 포트폴리오를 보고 연락을 주는 사람들이다.
참 묘하다. 이미 내 포트폴리오를 봤고, 그것에 대해서 어느 정도 결과물을 인식하고 있는 시점에 플랫폼들과의 가격을 경쟁시키는 이 구도가 나는 기분이 좋지 않다. 나와 함께 협업했던 현장들은 대부분 내가 원하는 금액을 지불하고 사진과 영상을 찍은 곳들이다. 서로 원하는 결과물을 가져갔고 그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이해를 하면서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냈다. 며칠 동안 촬영하는 경우도 있었고, 몇 번의 편집 끝에 최종적으로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경우도 있었다.
하나의 목표뿐이다. 좋은 장면과 좋은 결과물. 내가 원하는 비용을 받았다면 현장에는 몇 번이고 방문하고 그에 따른 추가 비용을 요구하지 않는다. 이미 나는 이 현장을 성공적으로 끝마치겠다는 생각뿐이다. 컷 당 얼마, 시간당 얼마, 원본 얼마, 최종 컷 수 얼마 등 나는 사진을 이렇게 복잡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정말 어려웠음에도 사진작가 초기에도 그런 플랫폼에 입점하지 않았던 것이다. 내가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는 수준에서만 일을 진행하고 싶었다.
비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결과물을 보여주는 사람이고 나와 함께 하고 있는 많은 클라이언트들은 성공하기도 했으며, 현재까지도 작업을 같이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나를 돈으로 압박하겠다면 나는 순수하게 그 현장을 포기하겠다. 나에게 돈은 1순위가 아님을. 좋은 현장을 성공적으로 끝마쳤을 때 내가 원하는 돈을 받고 싶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엄청나게 만족감이 크며, 사진에 대한 가치를 높이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앞으로도 내 견적 비용은 오르면 올랐지 절대 내려가지는 않을 것이다. 차라리 재능기부를 하겠다.
3년 동안 이 일을 하면서 경험한 것은 이런 거다. 내가 너무 간절하게 원하면 내가 더욱 적극적으로 다가서면 된다는 것. 초기에 일이 너무도 없어서 비용 없이 촬영한 경우가 많다. 세상 어떤 일이든 경험을 쌓기 위해서는 나의 무언가를 내놓아야 된다. 나는 시간과 체력 등으로 촬영했고, 그것이 씨앗에 되어 이제는 비용을 받고 촬영하는 사람이 될 수 있었다. 이는 사진 분야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 치환하여 대응할 수 있다. 나는 지금도 이 생각을 버리지 않았다. 내가 너무도 촬영하고 싶은 현장이라면 비용은 받지 않아도 된다.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즐거움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다음 현장에서 돈을 벌면 되고, 또 그다음 현장에서 벌면 된다. 좋은 클라이언트를 만나고 좋은 현장들을 만나는 것이 나에게 더욱 우선적인 일이다. 그래서 소탐대실하지 않으려 한다. 비용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까지 돈을 벌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내린 결정들이 몇 가지가 있다. 그 결정들은 이다음에 이야기하는 것으로.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돈에 휘둘리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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