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사진을 촬영하면서 나를 헷갈리게 하는 것

건축사진작가의 에세이

by 건축사진가 김진철

건축 사진을 촬영하면서

나를 헷갈리게 하는 것.


남해 여여담 ⓒ 김진철


의사결정은 유리한 방향으로 하면 되지 않을까?

3년 전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는 재능 기부 형태로 무료로 촬영을 하기도 했고,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금액에 촬영을 진행하기도 하고, 내 폴리오에 도움이 될 것 같다면 일을 가리지 않고 했었다. 심지어 내가 먼저 연락해서 건축 사진을 촬영한 적도 있었는데, 이런 과정은 어느 분야나 초기에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열정 페이? 엠지의 생각? 나는 그딴 건 모른다. 내가 유리해질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할 것이다. 그렇게 버티고 버티다 보니 이제는 기회가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 아닐까? 원래 모든 일은 버티면 된다.


남해 여여담 ⓒ 김진철


지난 3년간 내가 버텼던 이유

어떻게 버텨야 될까? 나의 경우 일이 있으면 일을 했고, 일이 없으면 일을 만들어서 했고, 그 만들 일도 없으면 어떻게든 집 밖으로 나서서 사례를 찾기 위해서 노력했다. 노력이라는 단어를 나에게 쓰기에도 아깝다. 더 해야 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이 정도 선에서 만족하면서 하루를 보낼 수가 없다. 내가 직장을 퇴사했던 이유로 이 정도에서 만족할 수 없다. 금전적인 이유보다는 나의 동기 부여에 관한 것이다. 건축에 대해서 더 넓고 깊게 알아야 될 필요가 있었다.


남해 여여담 ⓒ 김진철


어떤 프로젝트를 맡아야 될까?

건축이라는 단어는 너무 많은 것을 포괄하고 있다. 일단 땅 위에 짓는 모든 행위가 건축이기 때문에 그것에서 파생되는 프로젝트를 모두 맡아서 진행할 수는 없다는 것을 1년 차 정도에 깨달았다. 그래서 일단 아파트를 버리기로 했다. 아파트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종목이지만 몇 번 촬영을 하다 보니 내가 가야 할 방향이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 주로 아파트 인테리어를 촬영하게 되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추후에 다시 한번 블로그에 정리를 해봐야겠다. 꽤 심각한 문제가 있다.

건축물의 형태라면 그 종류에 관계없이 내가 하고자 하는 방향을 안내하고 비용을 제안한다. 예전에 엄지 작가가 나에게 해줬던 말이 지금 막 스쳐 지나간다. "돈 받고 일하는 거면 돈값을 해야지, 너 하고 싶은 대로 할 거면 돈 받지 말아야지.", 아무리 내가 건축사진작가니 뭐니 해도 일단 돈을 받으면 상업적으로 일을 하는 사람이 된다. 그럼 어떤 경우에라도 결과물을 만들어 내야 된다. 이런 부분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고 갈등을 겪고 있다. 진짜 어려운 부분이다. 난 상인이었어.


남해 여여담 ⓒ 김진철


겉 포장지를 뜯어야 될 때

사진은 마술이나 마법이 아니다. 물론 이 사진이라는 재료를 가지고 매직을 보여주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적어도 난 그쪽에 서 있는 사람은 아니다. 나는 사진을 쉽게 촬영하고 싶고, 이 쉬운 사진들에 가치를 부여해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은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래서 장면 그대로의 순수한 장면을 지향하고, 현장에서 봤던 것을 그대로 재연하고 싶다. 이런 난데, 내가 누군가에게 과하게 포장되지 않길 희망한다. 나는 그냥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이고 그 사진의 장면이 건축물일 뿐이다. 마법사처럼 결과물을 만들어주지 못하며, 더 잘하는 사람처럼 더 잘하지 못한다.


남해 여여담 ⓒ 김진철


건축 사진을 촬영하면서 나를 헷갈리게 하는 것

사진에서 돈은 지독하게도 고민을 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몇 년이 지나 이제는 내가 촬영하는 비용이 어느 정도 결정되어 있다. 나는 내가 아는 선에서 나의 촬영 비용을 제안하고 그 제안에 응한 사람들과 일을 하고 있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절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누군가와 비교하기를 원하고 있다. 비교는 괜찮다. 하지만 그것으로 인해 내 자존감에 상처가 되면 안 되지 않을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처음부터 비용을 이야기했던 사람과는 끝까지 비용으로 문제가 되고, 결과물로 이야기했던 사람과는 끝까지 결과물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돈에 끌려다니지 않기 위해서는 내가 돈을 끌고 다니는 사람이 되면 되지 않을까?




회사에 다닐 때보다 그 밖에 나와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우물 안 개구리는 저를 지칭했던 말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 스스로 항상 유리한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고 믿었지만,

이 세상은 더 높은 태도와 자질을 요구하고 있는 듯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더 겸손하고, 더 따뜻하고, 더 고민해야 됩니다.

오늘의 이 고민이 훗날 저에게 좋은 약이 됐으면 좋겠어요. 아마도

당신도 비슷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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