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진작가의 건축 에세이 :D
돈을 좀 더 버는 직업을 가질까? 아니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직업을 가질까? 이 질문에 끊임없이 대답하려 노력하지만 답은 어쩌면 정해져 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으면 얼마나 행복할까. 실제로 엄청나게 행복하다. 그 돈의 크기와 별개로 행복감은 매우 높은데, 시간이 흐를수록 이 돈에 대해서 조금 집착을 하게 된다.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버는 것은 아주 즐거운 일이다. 근데 그 돈이란 것 때문에 결국 또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우리는 좋아하는 일은 정말 압도적으로 좋아해야 된다고 믿는다. 얼마큼 좋아하는지! 내가 이 일을 좋아한다고 느끼는 것보다 내 주변 사람들이 생각했을 때 내가 이 일에 미쳐 있다고 생각되어야지만 정말 내가 그 일을 좋아해서 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깐 내가 정말 하고 좋아하는 일을 누가 봐도 좋아한다고 느낄 수 있도록 미쳐야 된다는 것이었다.
이 논리를 몰랐다. 나만 좋아하다고 생각하면 되는 줄 알았다. 어느 순간부터 이 일을 하는 데 있어서 힘들다고 느끼고 있다면 내 주변 사람들도 그와 비슷하게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 자신에게 솔직해지기로 했다. 내가 과연 건축을 좋아하는가? 그리고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하고 있을까.
분명 시작은 좋아한다고 생각해서 이 시장 안에 들어왔다. 당시에 내 마음가짐이 어땠냐면 운영하고 있는 홈페이지 이름을 '아키프레소'라고 지었을 정도이다. 뜻을 풀어내자면 건축 노예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이 분야에 엄청난 매력을 느끼고 있었고 재미있었다. 그리고 나만의 시선으로 흥미롭게 풀어낼 자신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건축에 대한 즐거움보다는 현장 하나하나의 촬영 비용을 따지게 됐고, 잔금을 받기 위해서 시간을 사용하는 패턴으로 삶의 방향이 옮겨지고 있다. 즐겁냐는 질문에 쉽게 대답할 수 없는 상황으로 변신하고 있는데, 그런 나의 모습이 나에게 큰 실망감을 주고 있다. 사업 초기에는 건축이 너무도 좋아서 돈을 의사결정에서 가장 뒤로 미뤄왔었다. 근데 지금은 돈을 먼저 이야기하고 있으니 현실 안에서 어쩔 수 없는 인간이 되버린 기분이다. 과거를 생각해 보면 건축을 먼저 생각했을 때 가슴이 엄청나게 뛰었던 것 같다.
블로그에 글을 쓰고 인스타그램이 사진을 올리는 것이 본질이 아니었다. 왜 이런 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까? 정말 내가 미쳐야 됐던 것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건축 분야였다. 그 핵심을 벗어나 다른 생각을 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혼동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렇게 말했는데, 내가 좋아하는 일을 즐겁게 하면 돈을 알아서 따라온다고.
아직 희망적인 사실은 아직도 너무 즐겁다는 것이다. 그래서 불타올랐던 초심에 다시 한번 불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 같다. 미치려고 했다가 잠시 다른 길로 샜지만 되돌아와서 다시 원하던 길로 걸어가려 한다. 어느 순간부터 건축 공부를 하지 않고, 사진술에 대해서도 연구하지 않게 됐는데, 이성을 가진 인간으로서 다시 한번 도전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
항상 최선을 다했다고 스스로 믿는다. 그 결과물들이 이젠 이곳저곳에서 만날 수 있을 정도가 됐다. 그래서 더욱 책임감 있게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 찬다. 그것이 나를 좀 더 올바른 길로 인도할 수 있는 힘이 되기도 하는데, 이 시점에 마음가짐을 다시 새기는 것도 좋은 듯하다. 확실한 사실 하나는 쫓기지 않아야 된다는 것. 뭔가 나를 쫓고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정신이 무너지기도 하는 성격이다.
여전히 즐겁고 재미있고 이 일을 하고 싶다. 이젠 여기에 하나를 더 추가할까 한다. 미쳐야 된다는 것. 그 외에 일들은 나에게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해 미쳐보고자 한다. 나뿐 아니라 내 주변 사람들까지도 내가 이 일에 진심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지금이라도 이 사실을 깨달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나에겐 여전히 좋은 카메라와 렌즈가 있고, 나와 협업을 하고 있는 많은 업체들이 있다.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에너지가 가득 차 있기 때문에 나는 앞으로 자신 있게 나아갈 수 있다. 비가 내리던 최근의 나날이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깊게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줬고, 이 글은 그것에 대한 나의 해답이다. 진실로 기분이 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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