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진작가의 에세이
사진을 왜 찍게 됐는지 이유를 설명하자면 너무 긴 이야기가 될 것 같으니깐, 일단 내가 왜 건축 사진을 촬영하고 있고, 이 분야를 선택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우리는 스스로 선택해서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주어진 상황에 수긍하고 그것을 하다 보니 하게 되는 묘한 인연으로 삶을 살아가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내 주변만 봐도.
진로는 파생과 파생의 연속인 것 같은데, 내가 건축 분야와 뭐가 연관성이 있다고 건축 사진을 선택하게 됐을까? 신기하게도 지금 내 인생은 지금까지 배웠던 것을 모두 사용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경영학을 전공했고 그 안에서도 마케팅과 홍보를 배웠다. 이 분야를 선택했을 때는 가장 만만하니깐 그리고 쉬워 보이니깐 수강 들었던 그것이 추후에 직장에 들어갈 때 힘을 발휘했고, 그 직장에서 배웠던 것을 지금 사용하고 있으니 우리가 선택해서 인생을 설계한다는 것은 거짓에 가깝지 않을까.
만약 내가 건축이 아니라 웨딩을 접했다면 웨딩 사진을, 여행을 접했다면 여행 사진을, 음식을 접했다면 음식 사진을 찍고 있었을까. 건축은 다른 분야와 다르게 엄청난 전문성을 요구하는 것처럼 보여진다. 말 그대로 보여지는데 따라서 사람들은 건축이 혹은 건축 사진이 뭔가 있는 것 같은 큰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마치 정복하기 어려운 분야라고 할까? 하지만 실상,
건축 사진도 다른 분야의 사진들과 마찬가지로 비슷한 난이도를 가지고 있다. 깊게 말하자면 사람이 사람을 다루는 인물 사진 쪽이 가장 어렵지 않을까 싶다. 건축물은 현장에서 움직이지도 않고 감정이 있지도 않다. 나만 괜찮다면 다양한 장면을 스트레스 없이 촬영할 수 있는 것이 건축 사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이면을 가지고 있었다. 왠지 넘을 수 없는 벽이랄까? 실제 대가들의 사진을 보면 그 벽을 체감하곤 하지만 상업적으로 접근하면 내가 하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몇 년 간 건축 회사에 다녔던 나는 건축에 대해서 공부를 했고, 그것과 더불에 사진학에 대해서도 좀 더 깊게 관철할 수 있는 시기를 스스로 만들어냈다. 그때 몇 개월이 얼마나 즐겁고 행복했는지 모른다.
나도 우리나라의 수많은 직장인들처럼 비슷한 고민을 갖고 있었고, 일정 시점에 사직서를 제출하게 됐다. 너무 뻔하지 않은가? 회사에 마케팅과 홍보를 전공한 사람이 들어오면 회사는 성장할 확률을 갖게 된다. 작년보다 올해를, 어제보다 오늘이 좀 더 나아지는 상황. 그게 마케팅과 홍보를 담당하는 사람들의 몫인 것이다. 문제는 그렇게 성장했을 때 다가왔다.
우리는 변하는데 회사는 변하지 않을 확률은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변수였다. 회사가 유명해져서 일이 많아지면 행복할까? 그것이 나에게도 기쁨일까? 이상주의자인 나는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불만은 나날이 쌓여갔고, 큰 실수를 하고 말았다. 나 관둔다고. 하지 않겠다고. 에잇. 그렇게 아무런 준비도 없이 퇴사를 했고 나와서는 답 없는 하루하루를 보냈다.
건축 사진은 취업이 되지 않는 나와 당장 굶게 생긴 우리 가족들 그리고 회사에 대한 증오가 결합해서 나타난 결과물이었다. 그리고 할 수 있는 최소치의 자본으로 넘볼 수 있던 분야이기도 했다. 가진 건 카메라밖에 없으니 이 카메라로 뭔가를 해야 했고, 소심한 나는 사람을 대하는 것보다는 건축물을 대하는 것이 편하다고 느꼈다. 목표가 정해졌으니 이젠 세상에 결과물을 내놓을 차례.
내가 건축 사진을 찍는다는 사실을 누가 알까? 세상 모든 사람들 아무도 모른다. 이럴 때는 정성적인 방법만이 존재할 뿐. 가진 건 시간밖에 없으니 시간을 녹여서 할 일을 찾는 것이다. 무료 촬영도 많이 진행했었고, 유명한 건축물 앞으로 다가서기도 했다. 심지어 부동산 카페에 가입해서 재능 기부를 하기도 했고, 에어비앤비 미국 본사에 연락을 넣는 등 지금 생각하면 뭔가 될 것 같으면 앞뒤 안 가리고 다 했던 것 같다.
사진작가는 자격증이 있는 것도 아니고, 법적 서류가 필요한 직업도 아니다. 그냥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사진을 찍고 그 사진으로 가치를 발생시키면 누구나 스스로를 호칭할 수 있는 단어이다. 정말 먹고살기 위해서 했던 일이 실제로 나를 먹이고 살리고 있다. 여전히 부족함이 많고 자신감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진심으로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 마음이 변치 않도록 내가 나에게 피드백을 하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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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사진가 김진철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