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출콘크리트 건축물과 나와의 관계

건축사진작가의 건축 에세이

by 건축사진가 김진철

노출 콘크리트 건축물과

나와의 관계


서림연가 ⓒ 건축사진가 김진철


2021년 회사를 퇴사할 때 나 스스로 갖고 있던 생각 중 하나가 바로 <노출 콘크리트를 연구하자!>였다. 내가 설계하는 사람도 아니고 그렇다고 현장에서 시공을 맡아서 하지도 않기 때문에 설계와 시공 방법에 대해서 굳이 연구할 필요가 있나 싶었지만 당시 나는 꽤나 흠뻑 빠져 있었다. 그 이유는 오랫동안 목조 형태의 건물을 많이 봤기 때문이다.


콘크리트 스튜디오 ⓒ 건축사진가 김진철


건축에 관심을 갖지 않는 이상 건물에 대해서 생각을 하진 않는다. 어떤 자재로 지었는지, 공간이 어떤 형태인지 그리고 건축가는 무슨 의도로 설계했으며 시공자는 어떻게 만들었는지 호기심 자체가 없다. 관련 업계 종사자가 아니라면 지금도 그럴 확률이 높다. 사람들은 단순히 건축과 공간을 보고 "예쁘다.", "좋다" 정도의 감정에서 소비가 끝난다.


안도 타다오 ⓒ 건축사진가 김진철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건축이 뭐여 대체! 그런 건 구도로도, 숫자로도 인식되지 않았다. 아예 관심이 없던 것이다. 사람은 어떤 운의 경험을 통해서 다음 일을 연계하기 미련인데, 나의 경우에는 색감을 공부하던 중에 건축물로 이어진 사례이다.


아산 스테이 ⓒ 건축사진가 김진철


좋아하는 분야 혹은 알고 싶은 것이 생겼으니 그것을 파고들어야 된다. 나는 그런 성격의 사람이었다. 건축의 전체적인 면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면 분야를 좁혀 노출 콘크리트에 대해서 인식하기 시작했던 것은 어느 건축가와의 만남 때문이었다. 그 사람은 나에게 항상 콘크리트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었고, 나에게 자극을 줬다.


28.jpg 청주 근린생활시설 ⓒ 건축사진가 김진철


삶의 연속성이란 것이 참 신기하다. 나는 그냥 그 자리에 있을 뿐인데 외부에서 지속적으로 자극과 경험을 주고 인간은 그 방향으로 키를 돌려 앞으로 나아간다. 노출 콘크리트 콘텐츠를 조금씩 찾아보던 나는 그 끝에 서서는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 관찰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어떻게 해야 이런 건축물을 마주할 수 있을까?


제주 유림 아트 미술관 ⓒ 건축사진가 김진철


그 무엇도 아닌 입장에서 건축물을 찾아 떠나는 것도 좋겠지만 그것은 본질이 아니었다. 설계를 하기에는 건축학과와 실무 생활이 길고 시공을 배우기에는 두려움이 크니 가장 빠르고 합리적으로 노출 콘크리트에 다가설 수 있는 방법은 사진을 찍는 것이었다.


포천 국립수목원 ⓒ 건축사진가 김진철


건축주가 되는 방법도 있으나, 가장 현실적이지 않다. 그래서 이 일을 시작한 것에 이유가 보태졌다. 사진을 찍는다면 나는 오로지 건축물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그 누구의 방해도 없이 만져보고 관찰할 수 있다. 심지어 기록을 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조건이 있었을까?


평택 트리비움 ⓒ 건축사진가 김진철


설계가 끝난 도면을 가지고서 거푸집으로 밑그림을 그리고 그 안에 설비를 완성시킨다. 철근으로 단단하게 내부를 엮어 내고 가장 마지막 단계에서 콘크리트를 부어 굳을 때까지 양생 시킨다. 설계에서 한치의 실수도 있으면 안 된다. 그 모든 것을 다 생각하고 골조를 만들어 낸다는 것 자체가 나에겐 놀라움이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영역인가?


울산 미므미므 ⓒ 건축사진가 김진철


우리가 보는 노출 콘크리트는 거푸집의 흔적이다. 거칠기도 하고 볼품없어 보이기도 한다. 근데 사람들은 왜 콘크리트를 노출 그대로 연출할까? 낡 것의 그대로를 보여주기 위해서? 아니면 건축비의 문제였을까? 이유는 건축주와 건축가가 알겠지만 잘 따지고 보면 이것 이상으로 기대할 것도 없을 것 같다. 이미 단단한 벽이 됐고 그 자체로 자연이자 건축이니깐.


양평 단독주택 ⓒ 건축사진가 김진철


건축 사진을 촬영한지 3년이 됐다. 그동안 노출 콘크리트 건축물을 몇 차례 작업을 했다. "즐거움엔 끝이 없다"라는 모 방송사의 시그널이 생각난다. 너무 재미있다. 특유의 거침도 좋고 기하학적인 묘사도 사랑한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낸 용기에도 감동받고! 우리나라는 건축을 하기에 좋은 나라가 아니다. 사계절이 존재하고, 나무도 많지 않다. 그렇다고 콘크리트 자재들이 있을까? 다 수입해서 건축을 해야 되기 때문에 난 모든 건축주들이 용기 있는 선택을 하고 있다고 믿는다.


남해 스테이 ⓒ 건축사진가 김진철


앞으로도 기회가 오면 놓치고 싶지 않다. 며칠 전 (주)주택의 강인승 대표와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정부에 있는 건축 관련된 빅 데이터를 활용해 건축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어 나에게 자주 건축에 대한 소식을 자주 전달해 주시는 분이다. 우리나라 건축 준공 개수가 해마다 많이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2022년 대비 2023년은 60%가 줄어들었고, 2024년에는 더욱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건축 사진과 준공 사진을 주로 촬영하는 나에겐 좋은 소식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일을 매우 오랫동안 해볼 생각이다. 즐겁다면 시장의 방향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아키프레소 (건축사진/영상 촬영 전문)

https://www.archipreso.com/project



#노출콘크리트

#건축사진

#건축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