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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우 Jan 05. 2024

 돌 줍는 사람

주머니에 예쁜 돌을 가득 채우듯 사랑하는 일을 사랑하는 나, 나답게 살기를 멈추지 않기. 무용한 것들을 잔뜩 사랑하느라 삶이 무거워도 사랑하는 것들이 나를 살게 한다. 겨울바람에 차갑게 식은  속눈썹에 맺힌 물기, 노을 위에 혈관처럼 곱게 뻗은 겨울나무 가지들, 잘 마른 나의 머리를 헝클어 놓는 손 갈퀴 같은 것들. 순간의 감각이 번개처럼 선명하게 느껴진다.


맘속에 그런 것들을 잔뜩 수집해 두었다, 혼자 조용히 주머니 속의 돌들을 굴려본다. 그럴 때 난 억겁을 산 노인 같기도, 지금 태어난 어린것 같기도 하다. 사랑의 반대말은 무감각이다. 어떤 사람, 어떤 순간들은 그 순간 소매 끝의 실밥 하나까지 선명하게 기억나지만 또 어떤 것은 색도 소리도 형체도 없이 뭉개진 순간도 있다. 감각하고 사랑하는 일이 나를 나답게 한다. 무용한 것을 잔뜩 사랑하느라, 생의 먼 길을 둘러오고 있지만. 사랑스러운 것들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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