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오전은 무척 더웠다.
오랜만에 만난 카센터 사장님은 곧바로 메스를 들었다. 리프트에 차를 올리고 보닛을 열자 뒤섞인 기계들이 숨죽인 채 나와 사장님을 올려다보았다. 사장님은 그들을 하나씩 톺으며 금요일 오후, 나를 당황스럽게 한 원인을 찾아갔다. 결과는 배터리 방전에 따른 발전기 고장. 배터리와 발전기를 교체하고 엔진 오일도 새로 넣으니 41만원의 견적이 나왔다. 이번 달에 얼마를 썼더라. 당분간 본가에서 지낼 요량으로 왔기에 헬스장 새로 등록하고 부모님 용돈 드리느라 돈 많이 썼는데. 그래도 어쩌겠어 차는 고쳐야지. 시간이 흐르고 사장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차 찾으러 오세요” 영수증을 받아들고 카센터를 나오니 날이 저물었다. 어스름이 진 카센터의 한 구석에서 나를 보며 미소짓는 차가 보였다. 그 모습이 너무 애틋해 덩달아 웃음이 났다. 그래, 네가 아프다는데 돈 몇 푼이 뭐가 아까우리 언제까지나 그 모습 그대로만 있어줘라. 어릴 적 병원에서 나온 날 보며 웃던 아버지의 마음이 이런 마음일까. 차는 언제 그랬냐는 듯 잘 달렸다. 지갑이 가벼워진 만큼 마음의 무게가 줄어 집으로 가는 길이 가벼웠다. 바람이 시원했다. 에어컨을 끄며 말했다. “가을이네” 그러자 마치 내 말에 동의 한다는 듯 차 안에 침묵이 찾아왔다. 지금껏 힘들었다고 말하는 걸까.
그렇게 우리의 또 한번의 여름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