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_ 책 읽는 장경환
타스케는 아주 오랜 시간 나의 독서 리스트에 담겨 있었다. 읽어야지 하다가도 더 끌리는 책을 먼저 읽게 되다가 이번에 중고서점에 들렀다가 발견해서 읽어보지도 않고 덥석 집어왔다.
종종 책을 추천한다는 글을 보면 제목과 요약, 목차를 보고 읽고 싶다는 마음이 들면 나의 리스트에 담아 놓는다. 그렇게 해서 리스트에 있는 책들만 200여 권이 넘도록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부자가 된 것 같은 기분?) 그래서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크게 고민을 하지 않아서 좋다.
타스케도 그렇게 나의 리스트에 오래도록 보관되어 있던 책이었다. 생각에 대한 책이기에 이론으로 무장된 자기 계발서인 줄 알았는데 재밌게도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쓰인 책이었다. 무엇보다 이야기 속에서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들이 무겁지 않게, 적절하게 녹아져 있어서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요즘에 <나의 조직문화 답사기> 콘텐츠를 만들고 공부를 하면서 내 생각은 온통 조직문화에 집중되어 있었다. 한가지 생각에 밀도 있게 집중을 한다는 것은 그 주제에 자기만의 통찰과 주관을 만들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된다. 다만 그 생각의 방향이 한쪽으로만 향한다면 편협한 생각, 고정관념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일부러 생각의 환기가 필요하다고 느껴서 이번에는 다른 책을 선택했다.
그것도 생각에 관한 책으로.
주인공 남자는 어느 날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을 차례로 듣게 된다. 하나는 자신이 그토록 원하던 회사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온 것, 다른 하나는 자신의 여자친구가 이별을 하자며 연락을 해온 것. 그렇게 이야기는 시작된다. 남자는 일을 할 때 자신이 배웠던 많은 이론과 숫자에 기준을 두고 생각과 결정을 한다. 그런 사람이 자신의 사고방식과는 전혀 다른 늑대(타스케)를 직장 상사로 만나게 된다. 재밌는 것은 늑대 한 마리와 함께 일을 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전혀 늑대라는 것에 개의치 않는다. 많고 많은 동물, 사람, 사물 중에 왜 하필 늑대일까?
책을 읽는 시간 동안 한쪽으로 흐르던 나의 생각에 제동을 걸 수 있었다. 그동안 조직문화에 대해서 공부하던 이론과 사례를 무작정 맹신하고 있던 것은 아닐까? 내가 생각하는 조직문화란 무엇이며 어떤 조직문화를 만들고 싶은가? 하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 배운다는 것은 얌전히 앉아서 누가 가르쳐주는 것을 익히는 과정이 아니야. 그의 생각과 나의 생각이 잘 어우러져 새로운 생각으로 빚어지는, 일종의 ‘생각의 삼투압’ 과정이지. 그래서 그의 생각을 귀담아 잘 들어보고 내가 이미 가지고 있는 생각과 잘 견주어 본 후, 그를 통해 자신의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
- 자신의 주관이 담긴 결론이 필요하다. 남이 먹여준 음식을 받아먹을 수는 있어도 소화를 하는 것은 내 몫이다. 주는 대로 먹기만 하는 것은 자칫 위험할 수 있다. 그 음식이 상한 건지 아닌지, 나와 맞지 않는 건지 생각하고 따지지 않고 받아먹는 것은 결코 나를 위한 행동은 아니다.
“ 제아무리 탁월한 식견을 갖춘 전문가의 이야기라도 별다른 여과 과정 없이 곧바로 받아들이는 것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위해 그다지 바람직한 태도가 아닙니다. 아이디어는 축적된 지식과 경험 자체에서 저절로 창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이디어는 특정한 목표를 지향하거나 어떠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식과 경험 같은 ‘정보’를 처리하는 사고의 과정에서 발견되는 것입니다. 오히려 지나치게 견고한 지식이 자유로운 상상을 제한하여 전혀 새로운 아이디어의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해버릴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 예전에도 알고 있던 이야기지만 잊고 있었다. 역시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 맞는 것 같다. 계속해서 배우고 익히지 않는다면 그 순간부터 퇴보가 시작된다. 이번 책을 통해서 다시 한번 멈추고 되돌아볼 수 있었다. 공부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비판적 책 읽기가 아닌 맹신적 책 읽기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이디어는 사고의 끝이 아닌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그러니 아이디어를 찾는다면 결론을 도출하는 것보다 결론으로 가는 과정에서 치열하게 싸워야 한다.
한 권의 책을 읽는다면 책을 다 읽고 나서는 그 책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이 정리되어 있는 것이 좋다. 길게 정리하기가 어렵다면 한 줄 정도로 핵심적인 내용으로 정리를 해두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될 것 같다.
“ 가설을 가지고 일을 시작하다 보면 보다 풍부한 방향으로 아이디어에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개의 경우 자료를 통해 정보를 모으는 것으로 일을 시작하는데, 정보에 지나치게 집중하게 되면 생각의 더듬이가 그 정보 밖으로 뻗는 것을 제한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무엇이든 아이디어가 필요한 일은 아무런 정보 없이 가설로 시작하는 것이 좋고, 정보를 얻은 후에도 새로운 가설을 수립해보는 것이 좋다. ”
“ 세상에 이치를 따질 필요도 없을 만큼 당연한 것이란 없어. 영어에 존댓말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지만, 존댓말만 있든 반말만 있든 거기엔 분명한 이유가 있기 마련이야. 다만 우리가 그 이유를 모를 뿐이지. ‘모른다는 것’과 ‘당연하다는 것’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해. 이유도 모르면서 당연해 보이니까 무조건 받아들이는 것, 그게 바로 ‘고정관념’이야. 고정관념을 아무런 의심도 없이 그대로 인정하면서 우리가 어떻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을 수 있겠나? ”
- 영어에는 존댓말이 없을까? 하는 타스케에 질문에서 내가 가진 고정관념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전혀 의심을 해본 적이 없다. 영어는 당연히 반말로 되어있다고 생각만 해왔었지, 왜 존댓말이 없을지, 아니면 그들의 문화에서는 반말이 아닌 존댓말로 모두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의심을 해본 적이 없었다. 당연하지 않을 수 있는 문제를 당연하게만 보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가 아닐까.
인간관계에서 사로의 신뢰에 대한 문제를 제외하고는 다양한 관계, 현상, 행동, 문제에 대해서 '왜?'라는 질문을 던 저 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나라에만 있는 고정관념이 있다. 바로 혈액형별 성격 분류. 나는 혈액형별 성격유형은 믿지 않는다. 이유는 내 경험을 통해 직접 혈액형별 성격유형의 오류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나는 18년을 A형으로 살아왔다. 어릴 적부터 A형은 소심하다는 고정관념(?)을 갖고 살았는데 처음 헌혈을 하며 내 혈액형이 B형이라는 사실을 알았다.(어머니가 착각을 하고 계셨다.) 그 뒤로는 내가 A형이라 소심한 게 아니라 A형은 소심하다는 틀에 갇혀 살았기 때문에 소심한 것 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로는 절대 혈액형별 성격은 믿지 않게 되었다.(과학적으로도 전혀 근거가 없는 이야기다.)
“ 통찰력은 생각의 능력 문제가 아니라 생각의 각도 문제 ”
- 여기서 내 나름대로 한가지 더 덧붙여 본다면, 통찰력은 생각의 각도와 생각의 밀도가 서로 교차하며 이루어져야 한다. 생각의 밀도는 얼마나 자주 그리고 집요하게 생각하느냐다. 결국 각도와 같은 말 일지 모르겠지만, 하나의 문제나 주제에 대해 의식적으로 생각을 반복해서 한다면 생각의 수준이 높아지고 다양한 각도에서 문제와 주제를 바라볼 수 있게 된다.
“ 사람들은 새로운 정보를 접하게 되면 그 정보를 기억 창고에 집어넣게 되는데 아무렇게나 막 집어넣는 게 아니고 자기가 가지고 있는 기존의 분류체계를 적용하여 저장하게 된대. 예를 들어, 맨날 마차만 보던 사람들이 자동차를 처음 보게 되면 그걸 자동차 그 자체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말 없는 마차’라는 식으로 자기가 알고 있는 정보를 활용해서 기억에 저장하게 된다는 거야. 이런 과정을 ‘범주화’라고도 하는데 언뜻 듣기엔 큰 문제가 없어 보이고 오히려 기억에 도움도 많이 될 것 같잖아. 그런데 실은 이런 과정이 창조적인 상상력을 차단할 수도 있다는 문제가 생긴다는 거지. 생각해봐. 새로운 정보를 기존에 있던 그릇에만 담으려 한다면 새로운 상상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그만큼 줄어들지 않겠어? ”
“ 사람들에겐 일반적으로 손실회피 성향이라고 하는 심리적 경향성이 있어서, 새로운 이익을 얻는 것보다 원래 갖고 있던 것을 잃어버리는 것을 더 민감하게 생각한다.”
- 손실회피 성향에 대해서 듣게 되는 순간 가장 최근의 기억이 떠올랐다. 점점 살이 쪄가는 내 모습을 보고 운동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헬스장을 3개월 이용권을 끊었다. 이때 운동복을 같이 결제를 하게 되면 3만 원을 더 추가해서 내야 하는데, 3만 원을 투자해서 얻게 되는 시간적, 신체적 건강의 이익보다, 내 지갑에서 3만 원이 더 빠져나가게 될 것을 더 민감하게 생각을 했었다. 그 기억을 꺼내보며 이게 바로 손실회피 성향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코페르니쿠스가 지구가 돈다고 했을 때 상식은 그것을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습니다. 그때의 상식은 죽고 그때의 말도 안 되는 소리는 지금 진리가 되었음을 잊지 마십시오. 지금의 상식은 지금까지의 환경에서 생산된, 제한된 상상력의 산물일 뿐입니다. 그런 상식을 잣대로, 우리는 종종 미래에 보석처럼 빛날 아이디어를 쓰레기 버리듯 폐기처분하곤 합니다. ”
- 세상에 영원한 진리란 없다. 그리고 우리가 믿고 있는 상식이라는 기준값 때문에 그 이상의 상상력을 제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금의 상식은 과거로부터 발견된 근거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가까운 미래에는 이러한 근거를 뒤집는 발견을 못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 생각을 다루는 프로세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프로세스에 함몰되어 프로세스가 요구하는 대로 생각하기 시작하면 프로세스 자체의 문제를 볼 수 없고, 프로세스 밖의 가능성을 잊게 만듭니다. 그럼으로 프로세스에 의해 생각을 제한받지 않으려면, 프로세스가 요구하는 대로 생각을 구성하지 말고 생각이 요구하는 대로 프로세스를 재구성할 줄 알아야 합니다. 프로세스가 생각을 지배하기 전에, 생각으로 프로세스를 지배해야 합니다. ”
- 프로세스는 보통 일을 처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과정이나 절차를 말한다. 이런 프로세스는 반복적인 일을 처리하거나 다른 생각의 개입이 필요 없는 일에는 적합할지 모르나, 그만큼 새로운 생각의 개입이 필요 없기 때문에 생각의 한계가 존재한다. 프로세스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알 수 있었다.
<생각하는 늑대 타스케 >를 마치며.
<나의 조직문화 답사기>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조직문화에 대해 공부를 하면서 과연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 이 프로젝트가 처음에 생각했던 방향과 목적과 다르게 완성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생겼을 때 마주한 책이었다. 생각의 관성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지금과는 다른 생각이 개입할 '틈'이 있어야 했다. 운이 좋게도 그 관성에 제동을 한번 걸어 줄 수 있는 책이 생각에 대한 책이어서 다행이었다.
<생각하는 늑대 타스케>는 자신의 생각의 방향을 한번 점검해볼 수 있는 정말 좋은 책이다. 누가 읽어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고, 그렇다고 마냥 가볍기만 한 책은 아니다. 책의 중간중간에 저자가 생각하는 각 주제에 대해 통찰력 있는 생각들도 책의 무게를 균형 있게 살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 시키는 일을 하거나, 자신의 생각에 변화를 주고 싶다면 꼭 읽어 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