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나라에서 외국인으로 살아있는 것의 번거로움
그다지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미래에 속박된 삶
미국에 합법적으로 체류하는 것은 적어도 영주권을 받기 이전까지는 몹시 피곤한 일이다. 서류를 작성하고, 담당 기관에 보내고, 답변을 기다린다.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메일을 보내보고 전화를 건다. 쓸모없는 노력일지라도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에 약간의 위안을 얻는다. 무언가 일이 진행되고 있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주장을 소리 내어 입 밖으로 내뱉고, 마치 그것이 다른 사람이 건넨 객관적인 의견인양 귀를 통해 뇌에 집어넣는다. 1주, 2주, 그리고 더는 기억이 나지 않을 만큼 날들이 지나간다. 통과될 수도, 아닐 수도 있다는 불확실성 속에서 한때 관심을 가졌던 것들이 그 빛을 잃어버린다. 렌즈에 난 흠집처럼 불안이 시야 가장자리에서 뿌리를 박은 채로 떨어지지를 않는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매일 매 순간마다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할 필요는 없다. 미국에 처음 왔을 때 받은 F 비자의 유효기간은 5년이고 OPT의 유효기간은 1년, STEM Extension을 받을 경우에는 2년을 더 연장할 수 있다. 하지만 삶이 그 신분들 사이를 지나칠 때, 나 또는 다른 누군가의 실수로 인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없을 가능성이 있을 때, 그러한 사소한 이유로 미국에서 쫓겨날 수도 있다는 것을 느낄 때, 그 시간을 맨 정신으로 여유롭게 보내기는 어렵다.
커피를 마시고, 하루하루 주어진 일을 처리하면서 시곗바늘을 앞으로 돌린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의 책상 위 서류뭉치 사이에 내 서류가 끼워져 있고, 아무 감정도 없는 손이 서류를 하나씩 처리하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더 이상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마음속 이곳저곳에 박혀 기둥처럼 서 있는 불안함 사이에 내가 그동안 미루어두었던 따분한 일들을 구겨 넣는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별다른 상관이 없는 일들, 쓰고 버릴 자잘한 소모품을 사서 창고에 채워 넣는 일들, 손에 익어 의욕 없이도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나씩 처리해 간다.
오랜 시간이 걸리는 멋진 일들은 겹겹이 포장해서 마음 밖에 내보내둔다. 미국에 한동안 더 남아있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을 때 찾아갈 수 있도록 아주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미래에 고정시켜 둔다. 미래 저편 닿을 수 없는 곳으로 떠밀려가서 영영 잃어버리지 않도록 단단히 묶어둔다. 분명히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또 한 번 근거 없는 말을 스스로에게 되뇌면서 현재를 향해 무거운 걸음을 옮긴다.
지금 이 순간, 나는 여전히 불안하다. 5시가 지난 지금, 내 서류가 오늘 내에 처리될 가능성은 없다. 하지만 내 몸은 그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다. 카페인에 심장이 뛴다. 무엇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몸이 뇌를 다그친다. 손가락을 움직여 낱말들을 키보드 위로 쏟아낸다. 마음 밑바닥에 있던 불안을 건져내서 스크린 위에 내동댕이친다. 찰칵찰칵 소리를 내며 어수선한 마음이 펄떡거린다. 내일 하루 종일 다시 내려 쌓일 불안이 들어찰 자리를 만들기 위해 지금 목구멍에 얹혀있던 것들을 토해낸다. 아무도 없는 방에서 미국 사람들 누구도 알아들을 수 없을 소리를 내며 꺽꺽거린다. 건강을 적당히 해친다면 오늘 밤은 제시간에 잘 수 있을 것이다.
안녕히, 그리고 내일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