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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 Apr 01. 2023

색깔을 가르치다

고양이가 색깔을 구분할 수 있을까, 구분할 때까지 가르치면 될까? 

좋은 집사가 되려면 고양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고 말도 많이 건네라고 했다. 말은 못 알아들어도 뉘앙스는 알아듣는 데나. 맨날 내 하소연이나 하다 보니 우주(고양이 이름)도 하소연쟁이가 될까 봐, 오늘은 색깔을 가르치기로 했다. 노랑, 분홍, 파랑 세 가지 클립이 있길래 그걸 고양이 앞에 내려놨다. 이 녀석은 오늘은 또 머래? 하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 보고 이내 클립을 쳐다 보고 ‘됐네요’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렇다고 질 수 없지. 클립을 하나씩 내려놓으며, 노랑, 분홍, 파랑을 세 번씩 외쳤다. 또 잠깐 쳐다보는 듯하더니 생깠다. 한 번 더. 노랑, 분홍, 파랑을 또 세 번씩 말하며 클립을 내려놓았다. 오, 반응이 있다. 앞발을 내밀어 클립을 툭툭 건드리기 시작한 거다. 그것도 노랑 클립을. 


그게 노랑이야. 나는 지치지 않고 또 노랑을 세 번 말했다. 그리고 실 끝에 달아 얼굴 앞에서 흔들기 시작했다. 이래도 안 놀을래? 아, 놀아주자, 놀아줘, 머 이런 표정으로 우주가 일어섰다. 앞발로 노랑 클립을 잡으려고 슬슬 발길질을 해본다. 그러다가 혼자 신이 났는가 보다. 클립을 냅다 던져 주고 혼자 놀아, 이랬더니 클립하고 싸움을 시작하는 것 아닌가. 얘가 적어도 노랑은 알아듣겠구나, 나는 자신감이 붙어 노랑을 꾸준히 가르치기로 했다…라고 마음먹는 순간 노랑 클립을 내팽개치고 우주는 자기 방 3호실로 쏙 들어가 버렸다. 

아니지, 이런다고 포기할 내가 아니다. 이번에는 파랑 클립을 방 앞에 놓아두었다. 세상 편안한 자세로 누워 쳐다보더니 금세 눈길을 돌린다. 네가 적어도 한 가지 색깔을 구분하기까지 나는 멈추지 않을 거야,라고 중얼거리는데 딸이 말했다. 고양이는 색깔 모를걸? 뭬야? 그래서 챗GPT 선생한테 물었더니 이러더라. 


ChatGPt> 예, 고양이는 몇 가지 색을 구별할 수 있지만 색각은 인간만큼 풍부하거나 다양하지 않습니다. 고양이는 이색성이라고 하는 일종의 색각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고양이의 눈에 두 가지 유형의 색 수용체 또는 원뿔이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것은 색상의 미세한 세부 사항과 미묘한 차이를 보는 능력을 제한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고양이는 파란색과 녹색을 더 잘 구분할 수 있지만 빨간색과 녹색을 구분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색각은 고양이에게 필수적인 것은 아닙니다. 고양이는 환경을 탐색하고 먹이를 사냥하기 위해 후각 및 청각과 같은 다른 감각에 더 많이 의존하기 때문입니다.


파란색과 녹색은 구분한다잖니. 하고 클립을 자세히 봤더니, 이건 파란색도 아니고 초록색도 아니다. 아니, 이케아 선생은 또 무슨 색깔을 이따구로 만들어서… 엄한데 화풀이를 하고 다시 우주와 눈싸움을 시작했다. 오늘도 내가 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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