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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 Jan 01. 2023

여자배구 기업은행 vs 현대건설 230101

공마다 다 받아내는 수비를 어찌 이기랴 (feat. 신연경 별 탈 없길)

# 20230101 기업은행 vs 현대건설

관전 포인트

2023년 첫 V리그 여자팀 경기는 기업은행 vs 현대건설 전입니다. 연승을 달리던 현대건설은 22년 크리스마스이브에 예상을 뒤엎고 인삼공사에게 기적 같은 (!) 패배를 당했고 29일에는 흥국생명에게 져 2연패 중입니다. 연속해서 최다 연승 기록과 홈구장 무패 기록이 모두 깨지는 바람에 1월 1일 첫 경기는 현대건설도 꽤 긴장을 하고 나왔을 겁니다.


아무래도 야스민이 뛰지 못한다는 것이 큰 약점이 되겠지요. 구단에 따르면 야스민이 허리디스크 시술(!)을 받아서 3주 정도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다고 하는데, 이 계획 대로 된다고 해도 4라운드는 출전하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물론 황연주처럼 야스민을 백업해온 걸출한 선수가 있기는 하나 아무래도 야스민의 아우라를 다 메꾸기에는 부족할 것 같네요.


IBK기업은행은 기대와 달리 좀처럼 중위권으로 치고 오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감독님도 엄청 열심이고 선수들도 다 좋은데 승수를 차곡차곡 쌓지 못해서 약간 의외라는 생각입니다. 아무래도 김희진 선수가 조금 부진해서 그런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https://youtu.be/eXgd4Mr8Lv4

2023년 1월 1일 기업은행 vs 현대건설 하이라이트

## 1세트. 치열한 시작과 가슴 아픈 사고

이런 예상을 증명이라도 하듯 1세트 시작부터 랠리가 길어집니다. 산타나의 공격으로 기업은행이 먼저 점수를 내지만 현대건설의 블로킹이 만만치 않네요. 게다가 정지윤의 파워가 빛을 발합니다. 차세대 파워 공격수를 고르라면 저는 주저 없이 정지윤 선수를 꼽습니다. 리시브가 불안하다는 단점이 있어 고정 출전은 못하지만 이 문제만 해결된다면 정말 무서운 선수가 되리라 기대합니다.


약간 어이없는 비디오 판독에 이어 (요즘 심판 오심이 있어 좀 시끄럽습니다. 심판들도 너무 자존심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명확하게 사태를 판단하고 심판들의 고집 때문에 게임을 망치는 일이 없길 바랍니다) 경기가 좀 과열되는 느낌입니다. 오늘 분위기 심상찮은데요.


그런데 기업은행 김희진 선수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선수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점수를 내지 못한다는 뜻이지요. 백어택도 실패고 네트 근처에서 하는 공격들도 좀처럼 먹히지가 않네요.


아, 그런데 여기서 오늘 가장 불행한 사고가 터졌습니다. 수비를 하던 신연경과 김하경이 부딪히면서 김하경이 신연경의 다리를 깔아 버렸는데요, 결국 들것에 실려 코트 밖으로 실려간 신연경은 결국 경기장을 떠나 병원으로 이송되었습니다. 큰 부상이 아니기를. 그런데 결국 이 사고가 기업은행의 사기에 영향을 미치고 맙니다.


분위기가 가라앉고 공격이 부진한 사이 12 득점으로 앞서가던 기업은행은 어느새 동점을 허락하더니 12대 16으로 1세트 두 번째 테크니컬 타임을 기록했습니다. 타임 후에도 기업은행은 좀처럼 분위기를 개선하지 못하다가 결국 17대 25로 내줍니다.


## 2세트. 살아나라 기업은행

2세트 역시 1세트와 마찬가지로 긴 랠리가 이어집니다. 김희진 선수가 모처럼 블로킹으로 한 점을 얻어냈으나 현대건설은 황연주가 있었습니다.


평소에도 야스민 교체선수로 종종 들어오는 황연주는 참 대단한 선수입니다. 86년 생으로 김연경 선수 보다 두 살이 많습니다(물론 김연경 선수는 빠른 88입니다만). 야스민만큼의 파워는 없지만 강력한 왼손 공격은 이 선수가 정말 저 나이 선수인가를 감탄할 수밖에 없거든요. 황연주의 활약으로 2세트 초반 랠리가 이어지면서도 4:8로 현대건설이 앞서면서 첫 번째 테크니컬 타임을 맞습니다.


타임 후 황연주가 서브 범실을 내고 기업은행이 조금 분위기를 탈까 했는데 양효진의 위에서 꽂아 넣기 기술이 시전 되면서 기업은행 분위기는 점점 가라앉습니다. 그나마 표승주 선수가 고군분투하고 산타나 등이 힘을 내지만 점수 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김하경 세터가 마음에 걸립니다. 평소에도 김호철 감독의 꾸중에 금세 눈물을 흘리는 선수인데 신연경 선수의 부상에 대해 마음이 안 쓰일 리가 없겠지요. 이솔아 선수가 교대로 바쳐줍니다만, 아무래도 뭔가 아쉽기만 합니다.


기업은행 쪽 분위기가 무거운 것 빼고 오늘 양 팀의 수비는 진짜 대단합니다. 그런데 현대건설의 수비는 날개를 달은 것 같습니다. 김연견의 슈퍼 디그는 말할 것도 없고 어떻게 손만 대면 다 잡아내는 것 같으니 결국 이 경기는 누가 범실을 적게 내고 영리하게 점수를 내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 같습니다.


두 번째 테크니컬 타임아웃 이후 김다인 선수가 부상에서 돌아온 이다현 선수를 활용합니다. 다 먹히네요. 2세트도 현대건설이 가져갑니다.


## 3세트. 무딘 창, 거대한 방패

육서영 선수의 활약으로 1점을 얻었고 1세트 초반에 분위기를 살렸던 김수지 선수의 서브 에이스가 터져 나오면서 초반 점수가 시소를 탑니다. 그러나 현대건설이 뭔가 여유가 있는 반면 기업은행은 무거운 표정과 그 표정에 걸맞은 더딘 움직임이 자주 보이는 군요. 그럼에도 12대 12, 13대 13으로 쫓아가다가 김희진의 멋진 공격으로 14대 13 역전을 만들어 냅니다. 비디오 판독까지 성공해 16대 14로 두 번째 테크니컬 타임을 맞아요.


그러나 타임 이후 황연주의 연속 공격으로 16대 16 다시 동점이 됐고 표승주와 김현정, 산타나의 공격이 성공하면서 21대 21까지 동점을 끌어갑니다. 조금만 더 힘을 내었으면 좋을 텐데 김연견의 백만 불짜리 디그가 나오고 고예림의 마지막 공격이 성공하면서 결국 0:3으로 현대건설이 승점을 가져갔습니다.


현대건설이 수비를 너무 잘 한 날입니다. 아무리 쏟아부어도 다 막아내는 데는 이길 전략이 없는 법이지요. 오늘은 배구의 신이 현대건설에게 손을 좀 빌려준 것 같습니다. 기왕 빌려주신 김에 신연경 선수가 얼른 나을 수 있도록 다리도 좀 빌려주세요.


ps> MVP는 황연주 선수가 됐는데, 경륜이 있는 선수답게 인터뷰도 조리 있게 잘하네요.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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