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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 Jan 11. 2023

여자배구 흥국생명 vs 현대건설 230111 5세트

배구 보려고 택시 타고 서둘러 온 보람도 헛되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나쁜 뉴스에 끌립니다. 나쁜 제목을 먼저 클릭하는 건 그냥 본능인 거죠. 우리가 나쁘거나 안 나쁘거나 상관없는 일입니다. 감독 경질 이후 흥국생명에 대한 매체들의 제목이 대부분 그렇습니다. 결국 김연경은 팀을 떠날 거다, 팀 분위기가 엉망진창이다, 왜 경질된 감독한테 사과를 안 하냐… 결국 이런 글들이 선수들을 더 힘들게 할 것은 당연합니다만 클릭 한 번이 더 소중한 작자들에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죠. 똑같은 내용을 제목만 바꿔 내는 것들은 새 소식을 기다리는 우리의 시간을 얼마나 잡아먹는지요. 오늘 경기 결과에 이런 잡것들이 악영향을 미쳤을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흥국생명과 현대건설의 경기는 감독 이슈가 아니더라도 1, 2위를 다투는 팀들의 경기인만큼 주목을 끌만 합니다. 실제로 오늘 경기도 그랬고요. 저는 저녁 약속이 있어 1, 2세트는 못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3, 4세트를 봤습니다. 아이고 멀미야.


1, 2세트 현대건설 승. 흥국생명 팬인 저는 택시 안에서 애가 탑니다. 그러나 3, 4 세트를 가져오는 흥국생명. 택시에서 내려 허겁지겁 집으로 오는데 드디어 5세트 시작입니다. 그러니까 이 글은 5세트를 보면서 쓴 글입니다. 1~4세트 얘기는 없습니다.


한 점 또 한 점 그리고 또또또 한 점

대망의 5세트. 옐레나와 양효진이 맞불을 놓으며 초반 3:2를 기록합니다. 4세트까지 오픈 공격이 잘 안 먹히는 옐레나는 기습적으로 페인트를 쓰며 상대 코트를 흔듭니다. 그러나 두 번 속지 세 번은 안 속는 현대건설의 수비로 3:3. 이때 우리의 김연경이 시원하게 상대 코트에 꽂아 넣습니다.


황연주의 반격. 다시 스코어는 4:4입니다. 이주아의 이동공격을 막았지만 황연주의 공격이 엔드라인을 넘어갑니다. 5:4. 이다현의 속공은 비판을 거쳐 터치아웃으로 인정을 받아 5:5. 옐레나의 공격 역시 터치아웃으로 다시 6:5. 터치를 빨리 인정한 황민경 선수 칭찬합니다. 비디오 판독으로 시간을 끄는 것 역시 이런 긴박한 경기에서는 좋지 않으니까요.


황민경의 공격으로 6:6 이어 네트 공방에서 김미연의 밀어 넣기로 다시 7:6, 황민경의 또 한 번 공격으로 7:7. 요즘 들어 여자배구 정말 미친 것 같습니다. 이어 김다인의 서브 범실로 8:7. 테크니컬 타임 아웃과 동시에 코트를 바꿉니다.


박수연의 서브 범실로 8:8. 박수연 선수가 서브 범실하는 건 처음 본 것 같습니다. 황민경의 서브, 옐레나의 공격으로 튀어나온 공을 이주아가 다이렉트로 꽂아 넣습니다. 9:8. 옐레나의 백어택을 양효진이 막아 9:9.


김연경의 공격에 대해 주심이 비디오 판독을 신청했으나 결과는 인. 10:9에서 김연경의 서브가 이어집니다. 현대건설에서 넘어온 공을 김연경과 김해란이 부딪히는 바람에 코트 안에 떨어뜨려 10:10입니다. 계속된 랠리 중에 김다솔의 터치넷으로 10:11. 한 점씩 주고받다가 처음으로 역전된 상태. 김대경 감독대행은 타임아웃을 불러 흐름을 끊어줍니다.


옐레나의 백어택 성공으로 11:11. 어려운 수비로 올려냈지만 김미연의 공격을 이다현이 블로킹으로 막아 11:12, 연속해서 옐레나의 백어택을 황민경이 블로킹으로 막아 11:13. 오늘 현대건설이 블로킹 만큼은 제대로 하는 모양입니다. 저는 속이 상합니다. 흑흑.


아, 오늘은 배구의 신이 현대건설 편인가

설상가상으로 김다솔의 더블 컨택이 발생해 매치 포인트가 되고… 고예림의 서브 에이스로 현대건설이 경기를 가져갑니다. 사실 마지막 서브 에이스는 좀 당황스럽습니다. 그냥 아무도 없는 코트 안에 떨어지는 느낌. 아무래도 흥국생명의 집중력이 좀 떨어지긴 한 것 같습니다.


흥국생명에겐 어려운 시기임에 틀림없습니다. 감독이 있고 없고 보다는 주변에서 쓸데없이 떨어대는 입방정이 선수들에게 부담을 준 것 같습니다(라고 우겨봅니다). 연경선수도 아직 제 컨디션이 아닌 것 같고요.


속상합니다. 하지만 흥국생명 선수들 다음엔 다시 꼭 이겨주기를 응원합니다. 그나저나 현대건설, 야스민 덕분에 잘하는 거야, 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취소해야겠군요. 잘하긴 잘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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