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가리타의 한계를 끝까지 밀어붙여라
10명의 바텐더가 궁전 같은 바에 모여 칵테일 시합을 합니다. 주어진 소재에 따라 칵테일을 만들어 세 명의 심사위원에게 평가를 받는 거죠. 1등은 칵테일 마스터라는 칭호와 함께 10만 달러 상금을 받습니다. 이 10인에 들었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큰 영광일 거예요. 하지만 시합에 끼었으면 1등을 노려야죠. 네, 기본 구성은 여타 오디션 프로그램과 다를 바 없습니다. 다만 이들이 다루는 것은 칵테일이되, 칵테일의 한계를 넘는 칵테일입니다.
첫 번째 주제는 마르가리타입니다. 테킬라와 오렌지리큐르, 라임을 섞고 소금을 잔 입구에 둘러 내는 칵테일이죠. 테킬라를 세계적인 술의 자리에 앉힌 칵테일이고 라임과 소금의 조합이 극강의 자극을 불러옵니다.
예전에는 멕시코 모자를 거꾸로 뒤집은 것 같은 마르가리타 전용 잔에 서브해야 마르가리타의 시그니처를 지킨 것 같았지만 요즘은 마르가리타의 변형도 많고 사실 그 잔은 이제 유행이 지나 좀 식상하거나 촌스런 느낌도 있죠.
그냥 마르가리타를 만들라고 하면 칵테일 마스터 시합이 아니겠죠. 마르가리타인데 아무 데서도 먹어보지 못한 마르가리타를 내놔라, 이것이 진짜 숙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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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분 동안 바텐더(여기서는 믹솔로지스트라는 표현을 씁니다만, 저는 바텐더라는 말을 훨씬 좋아하니까)들은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이름도 짓고, 밑재료를 준비합니다. 마르가리타라는 본질을 해치지 않으면서 특별한 변화를 준다는 것, 말은 쉽지만 정말 어려운 일일 거예요. 요즘 바에 가면 베리에이션 했다고 하면서 마티니에 비터를 넣는 등 만행을 저지르는 분들도 있는데 본질을 헤치면 베리에이션이 아닙니다. 차라리 다른 이름을 붙여야 하지요. 아마도 심사위원들이 이런 숙제를 낸 건 마르가리타라는 본질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일 겁니다.
놀라운 건 10명의 참가자 중 홈바텐더가 한 명 있었다는 거예요. 바가 아닌 집에서 바텐딩을 하는데 얼마나 실력이 대단하면 여기에 초대를 받을 수 있을까요. 사실 저는 이 홈바텐더 내털리가 1라운드라도 버티길 응원했는데, 안타깝게도 첫 번째 탈락자가 되었습니다.
정말 기이한 베리에이션들이 나왔습니다. 물론 어떤 칵테일은 마르가리타가 아니다,라는 평을 받았지만, 그리고 드라이아이스를 넣은 칵테일은 심사위원들이 마시기 조차 거부했지만 나머지 마르가리타들은 뭐랄까, 죽기 전에 마셔보기 어렵겠지요. 경쟁은 치열했고 최종 탈락자를 가르는 3명의 시합이 열린 후, 내가 응원했던 내털리가 탈락합니다.
탈락한 내털리가 바를 떠나면서 이런 말을 남기는데 꼭 적어 두고 싶네요.
Always say yes to things that come your way. Taking those risks are the only way that you’re going to be able to stretch yourself as a person.
아 그리고 칵테일을 좋아하는 일반인 여러분. 이걸 보고 마르가리타가 원래 이런 거구나 하시면 안 됩니다. 바에 가서 이런 칵테일을 내놓으라고 해서도 안되고요. 이건 시합용이지 일반용이 아니에요. 바에는 이거 말고도 맛있는 마르가리타들이 얼마든지 있으니까 괜한 주문으로 바텐더를 괴롭히지는 말자고요. 방송은 방송일 뿐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