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보라 Mar 19. 2022

뮤지컬 <팬레터>, 문성일 소정화

눈빛만 봐도 다 아는 서로의 뮤즈

문학과 예술, 낭만이 가득한 뮤지컬 <팬레터>가 돌아왔습니다. 2016년 초연 이후 네 번째 시즌까지 이어지며 뮤지컬 팬들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작품입니다. 그중 세훈 역의 문성일과 히카루 역의 소정화는 초연부터 작품에 참여한 일명 ‘팬레터장인’이죠. 서로의 눈빛만 봐도 모든 걸 다 알 정도라는 두 사람. 서로의 뮤즈이자 팬인 문성일과 소정화를 KOPIS가 만나봤습니다.


두 분은 초연부터 사연에 이르기까지 <팬레터>에 꾸준히 참여했어요.

소정화 <팬레터>는 네 번째 시즌까지 공연될 정도로 매력적인 작품이에요. 여전히 저의 히카루를 그리워하고, 보고 싶어하는 분들이 계시는 걸 알아서 이번 시즌에도 참여하게 됐어요.

문성일 저에게 <팬레터>는 애증의 대상이에요. 내가 꼭 ‘세훈’을 해야 한다는 애착이 있었죠. 정말 좋아하면 집착하게 된다잖아요. 제게 <팬레터>는 그런 느낌이에요.

성일 씨는 과거 인터뷰를 통해서 지난 시즌이 마지막일 수 있다는 이야기도 했잖아요.

문성일 이번에는 진짜로 마지막일 거예요. (다음 시즌에 성일 씨가 없으면 많은 사람들이 서운하지 않을까요?) 그게 저의 목표입니다. (웃음) 마지막이라고 생각한 건 지난 시즌부터였는데, 이번에는 정말 확고하게 마음먹었어요.

소정화 저도 이번 시즌에 출연할 줄은 몰랐어요. (웃음) 저희는 매 무대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모든 걸 쏟고 있어요.

네 번의 시즌 중 특별히 기억에 남은 시즌이 있나요?

소정화 매 시즌마다 정말 감사하게 공연을 했는데, 특히 동숭아트센터에서 했던 재연이 기억에 남아요. 뜨거운 마음으로 참여한 초연이었지만 아무래도 아쉬움이 남았는데 그것을 채울 기회였어요. 더 완벽한 공연을 위해 진득한 마음으로 두 번째 시즌에 참여했죠. 그 시즌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문성일 새로운 시즌을 맞이할 때마다 초연이 생각나요. 당시 전 20대였는데, 돌이켜보면 ‘내가 <팬레터>를 어떻게 했지?’라는 생각도 들어요. 이번 시즌에 새롭게 합류한 (박)준휘와 (김)진욱의 나이와 초연 때 제 나이대가 비슷하거든요. 연습이 없는 날에도 정화 누나, (김)히어라, (김)성철이와 따로 나와서 연습했어요. 연출님과 안무감독님께 우리가 고민한 흔적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치열하게 했죠. 이런 추억이 있어서 아직도 초연이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요.

이제는 ‘세훈장인’ ‘히카루장인’으로 불리더라고요. ‘팬레터장인’들이 새로운 배우들에게 도움을 주기도 했나요?

소정화 영리하고 빠릿빠릿하고 게다가 모난 부분이 없는 친구들이라 빨리 친해졌어요. 도움이라기보다는 그 친구들이 저와 성일이가 겪어 온 시행착오를 최대한 안 겪었으면 하는 마음이었죠. 캐릭터의 이해, 감정 등 무언가가 막힌다 싶을 땐 함께 풀어나갔어요. 저희가 알고 있는 걸 전부 전해줬어요.

문성일 앞서 말씀드렸지만, 저에겐 이번 <팬레터>가 마지막이잖아요. 연습하면서 인수인계를 잘하고 끝을 맺고 싶었어요. (소정화 이렇게 말하다 다음 시즌에 또 오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과거엔 비공식이었지만, 이번엔 공식적입니다. (하하) 초연 때부터 시행착오를 많이 쌓아 왔어요. 연습 때마다 실제 공연처럼 온 신경을 집중했어요. 집으로 돌아가면서 스스로도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지?’ 놀랄 정도로요. 그만큼 새로운 친구들에게 이 작품을 잘 전해주고 싶더라고요. 제가 처음 세훈이를 만났을 때보다 지금 친구들이 훨씬 더 잘하고 있어서 든든해요. 캐릭터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시간이 빠를수록 좋다고 생각하는데, 새로운 친구들은 작품에 참여하기 전부터 <팬레터>에 푹 빠져 있었어요. 려욱 형은 유튜브를 통해 작품을 꼼꼼하게 공부해서 본격적인 연습 전에 동선까지 알고 있었을 정도로요. 제가 너무 놀랐더니 형이 “나 슈퍼주니어야”라고 해서 감탄했죠. 역시!


 

뮤지컬 배우 소정화(왼쪽)과 문성일. 출처: KOPIS 

캐릭터를 사랑해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자신의 캐릭터를 사랑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문성일 제게도 세훈이와 비슷한 외로움과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지만 뒤에 머무는 모습이 있어서 빠르게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사실 세훈이를 이해하기 쉽지 않은 부분도 있어요. 그러나 전 세훈의 모든 걸 이해하고 보듬고 사랑해야 해요. 세훈이가 느끼는, 그 감춰진 마음을 무대 위에서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그러다 보니 이렇게 많이 사랑하게 된 것 같아요.

소정화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사람은 생기를 띠게 되더라고요. 히카루는 세훈의 필요로 의해서 만들어졌고, 해진의 필요로 의해서 뮤즈가 됐어요.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점이 매력적이었고, 사랑하기에 충분한 이유였어요.

이제는 눈빛만 봐도 상대방의 감정이나 생각을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문성일 매번 세훈과 히카루가 처음 마주치는 ‘거짓말이 아니야’라는 장면을 할 때마다 신기해요. 외롭던 세훈이가 히카루라는 동지와 만나는 장면이거든요. 유독 정화 누나의 히카루를 만나면 안도감이 몰려와요. 우리가 마주보지 않을 때도 연기나 움직임이 딱딱 맞는다고 하더라고요. 쿵하면 짝하고 오는 게 느껴져요. 이런 재미가 있어요. 이 판타지를 마음껏 즐기고 싶어요.

소정화 함께한 시간이 더해질수록 눈만 바라봐도 알게 되는 기운이 있어요. 무대 위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이나 감정이 더 깊어지길 바랐죠. 사적으로도 워낙 친하니까 저도 모르게 ‘찐웃음’이 나올 때가 있어요. 히카루의 감정에 조금 더 솔직해진달까요. 성일이랑 할 때는 무대에서 실수할까 떨리지 않아요. 서로가 살짝 어긋나도 무사히 이어질 거라는 믿음이 있거든요. 말하다 보니 우리가 서로를 잘 지켜주며 살았구나. 이런 생각이 드는데요!

문성일 저는 지금까지 히카루에게 많이 의지했어요. 아까도 말씀드렸던 ‘거짓말이 아니야’라는 장면에서 히카루를 바라보면 눈물이 날 것 같아요. 정화 누나가 눈으로 ‘걱정하지마. 내가 왔어. 혼자가 아니야’라고 말해주는 느낌을 받거든요. 든든하죠.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보내는 팬레터를 쓴다면?

문성일 너는 잘 살아왔고, 앞으로도 잘 살 거야.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것들을 나눠줄 수 있는 사람으로 살아갈 거야. 그리고 이름을 알리고 죽을 거야. 그 전까지 행복하게 이 삶을 누리면서 끝까지 잘 살아보자. 행복하자! 이거 진짜로 실제로 제가 아침마다 거울을 보면서 하는 이야기예요.

소정화 어쩜! 성일이와 앞부분이 정말 똑같은데 괜찮을까요? 잘 지나왔고 잘 지나갈 거고 잘 다가올 거니까 너무 염려하지 말고 위태롭지만 않게 마음을 잘 다독거렸으면 좋겠어. 흘러가는 대로 잘 받아들이면서 살아가는 네 모습이 장하다. 건강하고 사랑하렴.

문성일&소정화 여러분, 사랑하세요.

* 공연예술통합전산망 KOPIS 블로그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KOPIS] 2022년 1월 추천 공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