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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보라 Nov 02. 2022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아슬아슬한 이중생활이 남긴 가족의 의미

여기 의심스러운 보모가 있다. 한 가족의 취향이며, 성격이며, 버릇을 이미 다 알고 있으며 첫 만남에 맞춤형 돌봄까지? 보모의 비밀을 파헤쳐다 보면 가족의 의미를 새로이 고민하게 된다. 그리고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꽤 유쾌하고 즐겁다.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공연 장면. 사진=샘컴퍼니

지난 8월 30일 서울 샤롯데씨어터에서 초연을 올린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남녀노소 관객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순항 중이다. 작품의 주인공은 다니엘로, 어르신들에게 인기 만점인 SBS 예능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의 철없는 아이들의 유부남 버전을 연상시키는 그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는 러닝타임 내내 다채로운 감정을 선사한다. 성우인 다니엘은 유머가 넘치는 자유분방한 인물이지만, '욱'하는 성격 때문에 해고당하기 일쑤다. 해고를 당한 날에도 생활비를 걱정하기보다 아이들과 집 안에서 생일파티를 여는 철없는 아빠로, 진지하고 복잡하고 어려운 일은 모두 아내 미란다의 몫이다. 결국 참다못한 미란다는 이혼을 선언하고, 세 아이의 양육권은 그녀에게 주어진다. 다니엘은 보호관찰의 입회 하에 일주일에 단 한 번만 아이들을 만나게 되고, 결국 사랑하는 아이들을 보기 위한 간절함으로 백발의 가정부 할머니 '미세스 다웃파이어'로 변신하고 만다. 아빠이자, 가정부 할머니 미세스 다웃파이어로 아슬아슬한 사건사고와 폭소가 가득한 이중생활이 무대에서 펼쳐진다.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명작으로 꼽히는 동명의 영화를 바탕으로 탄생했다. 배우 로빈 월리엄스가 출연한 영화는 개봉 당시 전미 박스오피스 11주 연속 1위를 차지하며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바 있다. 2015년 뮤지컬화를 결정한 이후 기획과 개발 과정을 거친 작품은 2019년 트라이아웃 공연으로 막을 올렸다. 영국의 작가 존 오페럴이 극본을 맡고, 웨인 커크패트릭과 캐리 커크패트릭이 음악을 맡았다. 이들은 뮤지컬 '썸씽 로튼'으로 팀워크를 보여준 바 있다. 제작사 측에 따르면 이번 한국 공연은 브로드웨이 이후 영국 웨스트댄드보다 한발 빠르게 성사된 것으로, 화제를 얻고 있다.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공연 장면. 사진=샘컴퍼니


한국 공연은 '논-레플리카' 버전으로 국내 정서에 맞춰 작품을 각색해 대중에게 한층 더 가까이 다가갔다. 기존 작품에서 캐릭터를 보완했으며 편곡은 물론 오케스트라 편성까지 확장하여 음악성을 높였다. 무대와 안무, 의상까지 업그레이드 시킨 이번 프로덕션은 원작의 재미는 물론 한국 관객에 꼭 맞는 유쾌한 공연을 탄생시켰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미세스 다웃파이어'가 한국화에 잘 스며들었다는 것은 매끄러운 번역과 대사에서 발견할 수 있다. 영화 번역으로 인정받은 황석희 번역가는 이번 작품에서 더욱 업그레이드된 실력을 보여준다. 다니엘이 금발의 보모의 이름을 지을 때 "멋있으면 다 오빠!"라는 대사가 '다웃파이어'로 탄생될 때, 객석은 폭소로 가득하다. 장면 곳곳에 숨겨진 유머 포인트도 빼놓을 수 없다. 이효리의 '10 minutes'의 한 소절이나 영화 '극한직업'의 유명 대사 등이 적재적소에 펼쳐진다. '지킬 앤 하이드'에 출연한 적이 있는 양준모는 해당 작품의 대표 장면인 'Confrontation'을 차용하여 다니엘과 다웃파이어 사이의 간격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해냈다.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공연 장면. 사진=샘컴퍼니


'미세스 다웃파이어'가 색다른 점은 다양한 삶의 모습을 가감없이 드러낸다는 것에 있다. 미란다는 자기 능력을 인정받고 사업을 번창시키는 워킹맘으로, 다니엘의 변장을 도와주는 형 프랭크와 안드레는 부부로 등장해 다채로운 캐릭터를 완성시켰다. 부모의 이혼을 앞두고 혼란스러운 마음을 고스란히 표현하는 아이들을 지켜보다 보면 다양한 감정이 깃든다. 여기에 다니엘과 다웃파이어를 자유자재로 변신하는 퀵 체인지는 특별한 관람 포인트다. 제작사 측에 따르면 약 8초의 시간 동안 캐릭터가 바뀌며, 한 회당 마스크와 가발뿐만 아니라 약 30회의 의상을 번갈아 입는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작품의 해피엔딩이다. 다니엘과 미란다가 서로의 소중함과 사랑을 다시 깨닫고 재결합하는 뻔한 결말이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가족의 소중함을 지키는 동시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있는 힘껏 노력하고 아낌없이 애정을 드러내는 것. '미세스 다웃파이어'가 웃음 뒤에 따뜻함이 남는 이유다.


* 온라인 연예매체 <뉴스컬쳐>에 기고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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