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편지
얼마 전, 파주출판단지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오던 길은 슬프고 외로웠었는데, 엄마 앞에서 앙앙 울다가 눈물을 그치고 같이 저녁을 먹어서 기분이 풀어졌어.
다음 날에도 엄마가 집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이 드니까, 이 길을 걸어 집으로 빨리 가고 싶었지.
또 어제는 엄마와 저녁에 잠깐 마트를 다녀오다가 길바닥에 떨어진 예쁜 낙엽을 밟았어.
속상하거나 슬픈 마음을 가진 채로 길을 걷다가도, 이 길 끝에 엄마가 있다고 생각하면 모든 게 다 괜찮아져. 엄마랑 함께 하는 일들은 언제나 행복하고. 참, 신기한 일이지! 그러니까 매일매일 엄마랑 함께 있는 시간이 소중해. 앞으로도 오래오래 엄마랑 같이 10월의 마지막날을 보내고 싶어.
22년 10월 31일, 사랑하는 딸 보라.